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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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사회교리 아카데미: 경제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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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1-21 ㅣ No.1677

[사회교리 아카데미] 경제 살리기


사람보다 거대 자본이 우선인 나라

 

 

경제 살리기? ‘노동’을 죽이고 ‘자본’을 살리기?

 

“지금 우리 안보가 매우 큰 위기에 직면해 있고 경제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내외의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되어서는 안 됩니다.” 벼랑 끝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11월 4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 일부입니다. ‘국가 안보’와 ‘경제,’ 지난 4년 동안 줄기차게 외치던 대통령의 구호입니다. 마지막까지 이를 내세우며 자리를 지키려고 합니다.

 

대통령이 애지중지하는 경제 살리기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경제는 크게 ‘노동’과 ‘자본’이라는 두 축으로 이뤄집니다. 경제를 살리려면 ‘노동’과 ‘자본’ 모두 살려야 합니다. 지난 4년 동안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 여당은 무엇을 했을까요? 이른바 ‘노동개혁 법안’을 통해서 쉬운 해고와 저임금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비정규직 양산, 노동 강도 강화, 실업급여 지급 조건 강화, 고용 불안정을 야기하는 파견직 확대 등을 추진했습니다. 

 

이에 반해 자본과는 어떠한 관계를 맺었을까요? 10월 11일 포스코 권오준 회장을 시작으로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검찰의 줄소환이 이뤄지면서 대통령과 재벌 간 밀월관계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4일 대기업 총수 17명을 불러 청와대 오찬간담회를 가진 뒤 총수 7명을 따로 독대했다고 합니다. 이후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주요 그룹은 미르재단에 486억 원, 19개 그룹은 K스포츠재단에 288억 원을 출연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는 모금 당시 원샷법(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요구하는 경제정책들이 추진된 점 등을 들며 법이 잘 처리되도록 부탁하는 차원에서 재단에 기금을 냈으며,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나, SK와 CJ그룹 총수에 대한 사면과 복권, 삼성의 ‘3세 승계’ 등 기업들이 현안에 관해 청탁한 혐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루카 4,18)

 

예수님께서는 공생활 초기 가난한 이들, 묶인 이들과 억눌린 이들이 당신이 전하는 복음의 일차적 수혜자임을 드러냈으며(루카 4,18-19 참조), 행복 선언(루카 6,20-26 참조)을 통해 메시아의 통치, 즉 하느님 나라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차지하는 핵심적인 위치를 선포했습니다. 

 

루카 복음은 특별히 가난한 이들의 사회 경제적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를 경제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요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시는”(루카 1,53) 경제이고, “달라고 하면 누구에게나 주고, … 가져가는 이에게서 되찾으려고 하지 말고”(루카 6,30), “얼마 안 되는 양식으로 많은 사람이 배 부르는”(루카 9,10-17 참조) 나눔의 경제입니다.

 

 

‘사람 살리기’가 곧 ‘경제 살리기’입니다

 

노동이 “단순한 상품이나 비인격적인 생산 도구로 간주될 수 없음”(간추린 사회 교리, 271항)에도 불구하고, 노동의 주체인 인간이 거대한 생산 체계 속에서 “사용하다가 그냥 버리는 소모품”(복음의 기쁨, 53항)처럼 인식되고, 때때로 자본을 위해 희생되기도 합니다. 노동과 자본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상호보완 관계로 존재해야 합니다. 하지만 “노동은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특성 때문에 생산성과 관련된 모든 요소보다 우위에 있으며, 이러한 원칙은 특히 자본과 관련하여 적용”(간추린 사회 교리, 276항) 되어야만 합니다. 

 

그러므로 “이윤을 창출하고자 노동력을 줄여 노동자들을 배제된 이들의 대열에 합류시켜 버림으로써” 독이 되어버린 경제가 아니라, “더 나은 소득 분배, 일자리 창출, 단순한 복지 정신을 넘어서 가난한 이들의 온전한 진보를 분명히 지향하는 결정, 계획, 구조, 과정”(복음의 기쁨, 204항)을 담아내는 사람 살림의 경제를 이뤄야 합니다. “인간이 모든 경제 사회 생활의 주체이며 중심이고 목적”(사목헌장, 63항)이기 때문입니다.

 

*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 1999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의정부교구 파주 교하본당 주임 및 8지구장으로 사목하고 있다. 또,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6년 11월 20일,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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