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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제43차 홍보주일 교황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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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5-07 ㅣ No.330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의

제43차 홍보주일 담화문

(2009년 5월 24일)


존중과 대화와 우정의 문화를 촉진하는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관계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다가오는 홍보주일을 맞이하여, 저는 “존중과 대화와 우정의 문화를 촉진하는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관계”라는 올해의 주제에 관해 성찰한 것을 여러분에게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은 실제로 커뮤니케이션과 인간 관계의 유형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새로운 기술 속에서 자라나서 디지털 세계에 익숙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디지털 세계가 커뮤니케이션에 가져다주는 기회를 이해하고 평가할 줄 알아야 했던 우리 어른들에게는 그러한 세계가 종종 매우 낯설기만 합니다. 저는 올해 담화에서 이른바 디지털 세대에 속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새로운 기술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연대를 촉진하는 데에 사용될 때 지니게 되는 놀라운 가능성에 관해 그들과 의견을 나누고 싶습니다. 새로운 기술은 인류에게 주어진 참된 선물이기에 우리는 그 혜택이 모든 개인과 공동체, 특히 가장 혜택 받지 못하는 취약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인터넷이 세계적으로 보급·확산되고,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생겨나면서 언어와 영상을 아주 먼 곳까지, 세계에서 가장 외진 구석까지 거의 즉시 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이전 세대가 생각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특히 젊은이들은 개인 간, 공동체 간에 접촉·의사소통·이해를 촉진시켜 주는 뉴미디어의 엄청난 힘을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은 뉴미디어를 기존의 친구들과 대화하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며, 공동체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정보와 뉴스를 검색하고, 생각과 의견을 교환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문화에서 많은 혜택을 받습니다. 가족들은 매우 먼 거리에서도 서로 지속적으로 연락할 수 있고, 학생과 연구원은 문서와 자료, 과학적 발견을 더 쉽고 더 빨리 찾을 수 있게 되어 서로 다른 지역에서도 공동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뉴미디어의 상호 관련성은 학습과 의사소통이 더욱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게 해줌으로써 사회 발전에 기여합니다.

 

그 효율성과 신뢰성에서 새로운 기술의 발전 속도는 놀랍지만, 이 새로운 기술이 사용자의 인기를 누리는 것은 그 기술이 의사소통과 상호 관계를 원하는 사람들의 근본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의사소통과 우정에 대한 욕구는 인간 본성 자체에 뿌리박혀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욕구를 기술 발전에 대한 반응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성경 말씀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욕구는 근본적으로 모든 인류가 한 가족이 되기를 바라시는 하느님의 사랑, 대화와 일치를 가능하게 하는 그 사랑에 우리가 동참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이끌리고, 그들에 대해 더 많이 알고 그들에게 우리를 알리고 싶을 때, 우리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입니다. 이 부르심은 대화를 나누시고 친교를 이루시는 하느님과 닮은 모습으로 창조된 존재인 우리의 본성에 각인된 것입니다.

 

현대 문화에 분명히 드러나 있는 관계에 대한 욕구와 대화의 본능은 자신을 넘어서 다른 사람과 대화를 추구하려는 인간의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성향이 현대에 표출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열 때 우리는 우리의 가장 깊은 욕구를 충족시키고 더 온전한 인간이 됩니다. 사실 사랑은 창조주께서 우리를 위해 계획하신 것입니다. 물론 제가 말하는 사랑은 덧없고 피상적인 관계가 아니라, 예수님의 도덕적 가르침의 핵심인 참 사랑입니다.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르 12,30-31 참조). 이러한 말씀에 비추어 새로운 기술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사람들 간의 접촉을 촉진하는 확실한 기술력만이 아니라 그러한 수단을 사용하여 유포되는 콘텐츠의 질에도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새로운 디지털 통신 환경에서 활동하는 선의의 모든 사람이 존중과 대화와 우정의 문화를 촉진하는 데에 헌신하기를 바랍니다.

 

뉴미디어 콘텐츠의 생산과 보급에 종사하는 이들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하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개인과 사회에 선익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사용자가 인간의 품위를 손상하고 증오와 불용을 조장하며 성(性)의 아름다움과 친밀함을 훼손하고 약하고 힘없는 이들을 착취하는 언어와 영상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여야 합니다.

 

새로운 기술은 또한 서로 다른 나라와 문화와 종교에 속한 사람들이 대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이른바 가상공간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디지털 광장은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의 전통과 가치를 알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러한 만남이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주의 깊고 정중하게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한편, 솔직하고 적절한 표현을 사용해야 합니다. 대화가 이해와 관용을 증진시키는 힘을 실현하려면 그것이 상호간 참된 진리 추구에 뿌리를 두어야 합니다. 삶은 단순히 일련의 사건이나 경험이 아니라, 진선미의 추구입니다. 바로 이러한 목적에서 우리는 선택을 하고, 우리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곧 진선미 안에서 행복과 기쁨을 발견합니다. 무차별적일 수 있는 시장에서 우리를 단순히 소비자로만 여기는 사람들에게 기만당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한 시장에서는 선택 자체가 선이 되고, 새로운 것이 미의 자리를 차지하고, 주관적인 경험이 진리를 대신하게 됩니다.

 

우정이라는 개념은 지난 수년 동안에 나타난 새로운 디지털 사회의 네트워크 용어에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습니다. 우정은 인간 문화가 이룬 가장 고귀한 업적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는 우정 안에서 그리고 우정을 통하여 인간으로 성장하고 발전합니다. 그러므로 참된 우정은 언제나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의 하나로 여겨 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정의 개념이나 경험을 결코 하찮은 것으로 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합니다. 우리의 온라인 우정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려는 욕구 때문에 우리 가족과 이웃, 그리고 우리가 날마다 직장이나 학교, 여가 장소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맺는 관계를 희생시킨다면 슬픈 일이 될 것입니다. 가상공간의 만남에 대한 욕구가 지나치게 되면 개인을 현실 사회의 상호 관계에서 단절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며, 건전한 인간 발전에 필요한 휴식과 침묵과 성찰을 방해하게 될 것입니다.

 

우정은 인간의 훌륭한 선입니다. 그러나 우정 자체를 목적으로 생각한다면 우정의 궁극적 가치가 사라질 것입니다. 각자의 소양과 재능을 발전시켜 인간 공동체에 봉사하도록 친구들끼리 서로 격려하고 지지해 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간의 연대와 평화와 정의, 그리고 인권과 인간 생명 존중과 창조의 선을 증진하고자 애쓰는 새로운 디지털 네트워크의 등장은 반가운 일입니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지리적·문화적으로 서로 다른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 인간 공동의 본성을 심화하고 모든 이의 선익을 위한 공동 책임을 더욱 깊게 느낄 수 있게 하는 협력 방식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러한 네트워크가 이루어질 수 있는 디지털 세계가 사실상 모든 이에게 열리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경제적·사회적으로 이미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이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지식과 정보를 나누도록 하는 새로운 통신 수단을 접할 수 없다면, 그러한 통신 수단이 인간의 사회화와 정보에 도움을 주기 위해 발전하는 새로운 네트워크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멀어지게 하는 데에만 기여한다면, 이는 인류의 미래에 비극이 될 것입니다.

 

끝으로 저는 특히 젊은 가톨릭 신자들이 디지털 세계에서 그들의 신앙을 증언하도록 독려하며 이 담화를 마칠까 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여러분이 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과 정보 기술의 문화에 여러분의 삶의 바탕이 되는 가치들을 이끌어 들이도록 권고합니다. 초대 교회 생활에서 위대한 사도들과 그 제자들은 예수님의 기쁜 소식을 그리스와 로마 세계에 전해 주었습니다. 그 당시에 효과적인 복음화를 위해서는 복음의 진리가 이방인들의 정신과 마음에 가닿도록 그들의 문화와 관습을 이해하는 데에 커다란 주의를 기울여야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새로운 기술 세계에 그리스도를 전해 주기 위해서는 그 기술이 우리의 사명에 적절히 사용되도록 그 세계에 대한 깊은 지식이 요구됩니다. 특히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대해 거의 본능적인 친밀감을 지니고 있는 젊은이들이 이러한 ‘디지털 대륙’을 복음화할 책임을 지고, 각자 동료들에게 열정적으로 복음을 선포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그들의 두려움과 희망, 그리고 그들의 꿈과 좌절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모든 인간을 위해 사람이 되시어 고난을 받으시고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하느님의 ‘기쁜 소식’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사랑이 다스리는 세상, 곧 은사를 서로 나누고 일치를 이루며 진리 안에서 자유의 의미를 발견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친교 속에서 정체성을 발견하는 그러한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할 수 있습니다. 젊은이 여러분, 신앙을 선포하는 이가 되십시오! 기도와 축복으로 저도 여러분과 함께 있습니다.

 

바티칸에서

2009년 1월 24일

성 프란치스코 드 살 주교 학자 기념일에

교황 베네딕토 1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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