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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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 신앙에 물주기 - 전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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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0-03 ㅣ No.600

[신앙의 해 특집] 신앙에 물주기 - 전례 편



참된 사랑의 소유자는 상대의 행복을 원합니다.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은 우리가 진정 행복하기를 원하실 뿐만 아니라 우리를 그 행복에로 인도하십니다. 무엇이 참된 행복일까요? 참된 행복은 인간을 만드신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것, 그분과의 친교 안에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참된 행복의 원천인 당신과의 친교로 우리를 초대십니다. 이 초대에 기꺼운 마음과 자세로 응답하는 것이 신앙입니다.

하느님과의 친교는 우리가 이 세상살이를 마치고 하느님 곁에 갈 때 완성되지만, 이미 이 세상에서 시작됩니다. 그분은 지금 여기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곧 성경 말씀, 전례 거행, 그리고 교회 공동체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를 당신과의 친교로 부르십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헌장」 7항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스도는 “당신 능력으로 성사들 안에 현존”하시고, “당신 말씀 안에 현존하시어, 교회에서 성경을 읽을 때 당신 친히 말씀하시는 것이다. 끝으로 교회가 기도하고 찬양할 때에 ‘단 두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겠다.’(마태 18,20)고 약속하신 바로 그분께서 현존하신다.”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시는 다양한 방식 가운데 가장 탁월한 것이 전례입니다. 교회는 전례를 통해서 하느님을 공적으로 경배하고 그분의 은총을 풍성하게 선사받습니다. 전례의 핵심은 성체성사를 포함한 일곱 성사입니다. 그래서 「전례헌장」 10항은 다음과 같이 강조합니다. “전례는 교회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이다. … 특히 성찬례에서, 마치 샘에서처럼, 은총이 우리에게 흘러들어온다.”

일곱 성사는 우리 인생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어린아이가 부모의 사랑을 풍성히 받으면서 몸과 마음 모두 튼튼하게 성장하듯이 신앙인도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받으면서 성숙한 신앙인으로 자라납니다. 하느님은 개개인의 삶의 여정에 함께 하시면서, 때에 맞게 필요한 사랑과 은총을 베풀어주십니다. 인간의 삶에는 특별히 어떤 절정의 때들, 이를테면 주요한 가닥들이 맺혀지는 매듭에 비유할 수 있는 때가 있습니다. 하느님은 그 중요한 때에 일곱 성사를 통해 좀 더 특별하게 우리를 도우려고 하십니다. 인간 삶의 전체가 하느님의 은총에 감싸여 있지만, 이 은총은 특별히 탄생, 성장, 결혼, 질병, 죽음과 같은 인간 실존의 중요한 순간에 세례, 견진, 성체, 고해, 병자, 성품, 혼인성사를 통해 좀 더 특별한 방식으로 선사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부모를 통해 생명을 선사받듯이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해 영적으로 새롭게 태어나 하느님의 자녀가 됩니다. 세례는 약하고 허물 많은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받은 아들딸로 받아들여져 그분의 보호 안에 있다는 것을 보장해줍니다. 갓난아이는 모유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음식을 먹으면서 성장합니다. 마찬가지로 세례로 새롭게 태어난 사람도 영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영적 양식을 먹어야 합니다. 가장 탁월한 영적양식은 성체성사입니다. 성체는 바로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그분의 사랑을 가장 밀도 깊게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이가 자라서 성인이 되면, 자립하여 자기 삶을 찾아가듯이, 신앙인도 때가 되면 자기 신앙에 확신을 갖고 그것을 이웃에게 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런 신앙성숙에 필요한 은총을 주는 것이 견진성사입니다.

세상에는 육신의 건강을 해치는 여러 가지 위험스러운 요소들이 있고, 영혼의 건강을 해치는 죄와 악의 세력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육신에 병이 들면 약국이나 병원을 찾아가서 도움을 받습니다. 중한 병이 들면 우리 신자들은 병원에서 의사의 도움만이 아니라 교회에도 도움을 청합니다. 하느님은 병자성사를 통해 육체적 혹은 영적 치유의 은총, 또한 병고를 견디어 갈 은총을 주십니다. 또한 죄를 지어서 영적으로 병이 들게 되면 고해성사를 통해서 용서의 은총을 받고서 다시 건강하게 됩니다.

사람이 나이가 차면 부모를 떠나 독립된 생활을 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배우자를 찾아 가정을 이루어 자녀를 낳고 기르는 결혼의 소명을 받습니다. 혼인성사는 두 남녀가 그리스도께서 당신 교회에게 베푸신 헌신적인 사랑에 힘입어서 부부의 사랑을 완성할 수 있는 은총을 전해줍니다. 또 어떤 사람은 사제성소를 받아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공동체를 위해서 봉사하는데, 이에 상응하는 은총을 전해주는 것이 성품성사입니다.

이렇게 하느님은 성사 안에 현존하시면서 우리에게 사랑의 손길을 건네십니다. 성사를 집전하는 사제는 성사를 통해 신자들이 하느님의 손길, 한마디로 성사의 효력을 잘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성사의 효력이 성사 집전자의 성덕이나 능력에 따라 좌우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성사의 본래 집전자는 그리스도이시고, 사제는 그분의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성사 집전자인 사제는 교회가 정한 대로, 교회의 의도대로 성사를 집전한다면, 그 성사는 분명히 은총을 전해줍니다. 설사 사제가 인간적인 결함이나 과오가 있다고 해도 성사를 통해 은총을 전해줄 수 있습니다. 중세의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가 말한 대로 병든 의사라고 해도 병자를 치유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하느님은 인간을 극진히 사랑하시기 때문에 허물 있는 성직자가 거행한 성사를 통해서도 당신의 은총을 충만하게 전해주십니다. 하지만 사제가 성사를 아무렇게나 집전해도 된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인간적으로 부족하고 허물이 있는 사제라도 성사를 통해 은총을 전할 수 있다고 한다면, 성실하고 거룩한 사제는 그 은총을 얼마나 더 잘 전할 수 있을까요?

하느님은 성사를 통해 거듭거듭 우리에게 먼저 사랑의 손길을 내미십니다. 우리 손을 내밀어 하느님의 손길을 붙잡으면 그분과의 친교가 이루어집니다. 또한 우리가 하느님의 손을 놓지 않는 한 그 친교는 계속됩니다. 우리는 성사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 오시는 하느님께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성사의 은총이 효력을 내기 위해서는 우리 측에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성사를 통해 주어지는 은총이 아무리 풍성하고 강력하다고 해도 준비 없이 성사를 받으면 그 은총이 효력을 내지 못할 수 있습니다. 따사로운 봄 햇살이 내리쬐더라도 죽은 고목에는 효력을 미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살아 있는 나무만이 햇볕을 받아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성사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침묵 중에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경 봉독과 기도를 통해 하느님께 마음을 여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성사를 통해 전해지는 하느님의 손길을 맞잡는 행동입니다. 우리가 성실하게 준비하여 성사에 참여한다면, 하느님 은총의 손길로 변화되어 그분과 더욱 가까워져 더욱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평신도, 제41호(2013년 가을), 손희송 베네딕토 신부(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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