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7일 (목)
(녹) 연중 제12주간 목요일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

가톨릭 교리

어머니와 함께하는 기도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6-30 ㅣ No.331

[사서함 16호] 어머니와 함께하는 기도

 

 

5월이 되면 우리 교회에서는 성모께 관한 특별한 행사를 많이 합니다. 계절을 전례에 이어 주는 듯한 이 의미는 무엇이며 성모 성월을 제정한 동기와 그 참뜻은 어디에 있는지요. 또 성모의 밤 행사 등을 다채롭게 지내는데 이러한 행사들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며, 이 성모의 밤 행사의 비중은 어디에 두어야 하고 일률적이다시피한 행사 일정은 꼭 그대로 지켜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5월과 성모 성월

 

우리의 주위에는 삶을 풍요롭게 하고 우리가 살아 있는 존재임을 일깨워 주는 다양한 형태와 방식들이 실재한다. 그리고 이런 삶의 참됨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요소들이 많이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지금 우리와 함께하는 ‘봄’[春]이란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여기저기서 오감으로 확인할 수 있듯, 만물은 제 꼴을 갖추며 흐트러짐 없이 본래의 자기 모습을 되찾는다. 우리 인간도 이와 비슷하다. 봄은 우리로 하여금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하려는 용기를 제공하며 우리가 ‘본 모습’을 찾도록 도움을 준다.

 

성모 성월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봄, 즉 일년의 한가운데에 성모 성월이 자리잡고 있고, 우리와 성모님과의 특별한 유대 관계를 생각해 볼 때 5월은 신앙인으로서의 본래의 모습을 찾도록 도움을 주는 계절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성모 성월의 유래

 

중세 이전부터 가톨릭 신자들은 성모님을 공경하여 왔고 이런 신심 행위는 보편화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교회는 이 보편화된 신심을 수용하기 위한 연구와 함께 교회의 신심으로써의 타당한 교의를 발전시켰다. 이것은 로마인들 사이에 보편화되어 있던 민속 축제 - 5월 여신 공경 축제(Mai Fest) - 기간 중에 가톨릭 신자들은 성모님 공경 행위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5월에 성모님을 공경하는 신심 행위가 신자 대중 사이에 정착되기에 이르렀고, 1822년 교황 비오 7세는 5월을 성모 성월로 정하시고 그에 대한 규범을 제시함과 함께 은사를 준허하셨다. 그리고 교황 바오로 6세 때에 이르러서는 회칙 “5월”(Mense maio)에서 이 한 달을 성모께 봉헌할 것을 권고하셨고, “교회에 위기가 겹치고 세속의 위협을 느낄 때마다 옛부터 믿는 이들은 끊임없이 성모께 공적인 예배를 드렸다. 따라서 이 값진 신앙의 유산을 잘 살려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교회와 마리아

 

성모 성월이나 성모의 밤 행사의 의미는 ‘교회와 마리아’가 지니는 관계성의 중심 내용에서 생각해야 한다. 즉 마리아는 하느님의 신비를 거행하고 생활화하는 교회가 취해야 할 영적인 태도의 모델이며 신앙과 사랑, 그리스도와의 완전한 일치로써 교회의 뛰어난 모범이시기 때문이다. 주님의 사랑스런 신부로서 주님과 밀접히 일치하여 그리스도를 부르고, 그리스도를 통하여 영원하신 아버지를 예배하는 교회의 내적인 자세에 있어 마리아는 교회의 모델인 것이다.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유형(도식)은 교회의 모델로서의 마리아의 모습을 우리에게 알려 줌과 동시에 우리 신앙의 방향이 된다.

 

1) 깨어 있는 동정녀

 

마리아는 신앙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인 깨어 있는 동정녀이시다. 마리아의 신앙은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시는 전제 조건이요 길이 된다. 왜냐하면 “복된신 마리아는 믿음으로 잉태하신 분(예수님)을 믿음으로 낳으셨기”(성 아우구스띠노) 때문이다.

 

그리고 믿음은 마리아의 복됨과 약속이 이루어지리라는 확신의 원천이었으며(루가 1,45), 또한 신앙으로 말미암아 마리아는 구세주 강생의 주역을 담당하게 되셨고, 또 유일한 증인이 되셨다.

 

2) 기도하는 동정녀

 

몇 가지 예형을 들어 보자.

 

엘리사벳 방문 시 마리아는 기도하는 동정녀의 모습으로 하느님을 찬미하면서 겸손, 믿음, 희망을 보이셨다(마니피캇 : 루가 1,46-55).

 

가나의 혼인 잔치(요한 2,1-12) 때, 마리아는 현실적인 도움을 조심스럽게 아들 예수께 요청하셨으며 이로 인해 초자연적 은총의 효과까지 얻으셨다.

 

“모두 마음을 모아 기도에만 힘썼다. 그 자리에는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를 비롯하여 여자들과 예수의 형제들도 함께 있었다”(사도 1,14).

 

마리아께서는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후에도 당신의 전구로써 영원한 구원의 은혜를 얻어 주시는 일을 계속하고 계시다(교회 헌장, 62항).

 

교회 역시 ‘기도하는 동정녀’이다. 교회는 자녀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날마다 아버지께 아뢰며 “하느님께 간단없이 찬미를 드리고 온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전구하기 때문이다”(전례 헌장, 83항).

 

3) 동정녀 어머니

 

마리아는 “믿음과 순명으로 바로 성부의 아들을 세상에 낳아 드렸다. 이는 남자를 몰랐지만 성령의 그느르심으로 된 것이다”(교회 헌장, 63항). 이것은 하느님께서 ‘동정녀 - 교회’의 풍부한 예형과 모범으로 세우신 참으로 경이로운 모성이다.

 

교회 또한 성세성사에서 마리아의 모성을 계승하고 있다고 옛 교부들은 가르치고 있다. 공의회 역시 같은 정신을 전해 준다. 교회는 “스스로도 어머니가 된다. 왜냐하면 교회는 복음 전도와 세례성사로써 성령으로 잉태되어 하느님께로부터 태어나는 자녀들을 낳아 줌으로써 그들에게 불사의 새 생명을 준다”(교회 헌장, 64항).

 

4) 봉헌하는 동정녀

 

봉헌하는 동정녀의 모습은 두 가지 일화에서 볼 수 있다.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하는 일화(루가 2,22-35)와, 아들 예수와 고통을 함께했고 아들의 제사를 모성애로 함께 바쳤으며 당신 자신까지도 영원하신 아버지께 봉헌하신 예수님 죽음의 현장인 갈바리아 산에서의 일화이다.

 

교회 역시 구세주께서 설정하신 성체성사를 이어받아 매주일 거행함으로 써 예수와 마리아를 본받고 있다. 이와 같이 동정녀 마리아께서 교회의 모범적 예형이 되심을 통해 우리는 “그리스도 다음으로 가장 높고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자리를 차지하시는”(교회 헌장, 54항) 마리아를 통해 그리스도와 일치할 수 있다. 따라서 성모 성월의 행사는 우리의 신앙을 쇄신하고 성숙시키는 계기가 된다.

 

 

삼위(三位)와 마리아

 

동정 마리아께 대한 이와 같은 신심 행위는 그 내적이고 본질적인 요소인 삼위 일체적이며 그리스도론적인 면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동정 마리아께 있어서는 모든 것이 그리스도와 연관되어 있고 또 속해 있다. 하느님께서 영원으로부터 마리아를 택하시어 지극히 거룩한 어머니가 되게 하시고, 그 누구에게도 주시지 않았던 은사들로 꾸며 주신 것은 오로지 그리스도 때문이었다. 따라서 동정녀께 드리는 공경에서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과 찬미가 부각됨은 극히 당연한 것이다.

 

또한 이러한 행위는 예수님의 어머니께 대한 신심을 더욱 견고하게 해주며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아드님께 대한 믿음과 지식에 있어서 하나가 되어 성숙한 인간으로서 그리스도의 완전성에 도달하게”(에페 4, 13) 하는 효과적인 도구가 되게 해주며, 그리스도께 드리는 예배를 증진시킨다.

 

한편 마리아 신심에 있어서 성령의 위격과 역사하심은 탁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신앙의 본질적 요소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신학적 통찰이나 전례는 나자렛의 동정녀 안에서 이루신 성령의 성화 행위가 구세사의 결정적인 순간임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마리아를 “성령으로 형성된 새로운 피조물”(교회 헌장, 66항), ‘왕의 궁전’, ‘말씀의 신방’, ‘주님의 성전’, ‘주님의 감실’, ‘계약의 궤’ 그리고 ‘성령의 궁전’이라 표현하였다.

 

이는 동정 마리아의 마음을 가득 채웠던 믿음과 희망과 사랑, 하느님의 뜻을 수락한 힘, 그리고 십자가 아래서 고통을 참아 받으신 용기가 모두 성령께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본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마리아의 노래(루가 1,46-55)를 통해 성령의 특별한 감도하심을 알아본다.

 

 

성모의 밤

 

성모의 밤 행사 일정은 극히 다양하고 이렇게 해야 한다는 일정한 순서에 얽매이지 않는다. 각 본당마다 나름대로의 순서를 정할 수 있지만 가장 보편적인 것이면서도 행사의 의미를 신자들과 함께할 수 있는 성모의 밤이 되도록 그 취지를 설명함이 좋다.

 

다음은 어느 본당에서나 가질 수 있는 성모의 밤 일정이다. 행사 위주가 아닌 성모 신심과 합당한 공경을 위한 프로그램의 한 예다.

 

- 시작 전 기도와 취지 설명

 

교회는 만물이 활기에 차 제 모습을 드러내는 5월을 성모 성월로 정하고 성모 마리아를 공경한다. 하와를 통하여 죽음이 왔지만 마리아를 통하여 생명이 주어짐으로써 ‘산 이들의 어머니’가 되셨기 때문이다.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의 인류 구원 계획에 자유롭게 동의하시어 구원 사업의 협조자가 되시고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셨다. 뿐만 아니라 예수께서는 십자가에서 우리와 당신 어머니를 자녀와 어머니의 관계로 맺어 주심으로써 마리아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어머니요 나아가 교회의 어머니가 되셨다. 그러므로 가톨릭 교회의 믿음 안에서의 마리아는 모든 인류를 위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녀는 모든 인류의 어머니, 구세주의 어머니이다. 그녀는 모든 인류의 아버지에게서 선택된 ‘그 여인’이시다. 그녀는 모든 인간이 지극히 거룩하고 나누어지지 않는 삼위 일체의 영광을 위하여, 그리스도 안에서의 하느님의 한 백성이 되게 하시는 목적 실현을 자유로이 분담하기 위해서 선택되신 ‘우리의 어머니’신 것이다.

 

오늘 우리는 우리 사회의 어두움을 지켜보며 우리의 노력과 개선을 다짐한다. 바로 아 어두움이 우리의 생활터전이며 또한 우리의 선교 영역이기 때문이다. 마치 성부의 뜻에 대한 성모의 순명처럼 우리도 세상의 빛이신 주님의 뜻에 순명하며, 그 역할을 하기 위한 준비로서 이 밤을 성모께 봉헌하며 성모께 대한 감사와 어두움을 헤쳐 나갈 굳센 마음의 준비를 갖추도록 합당한 지향과 함께 성모의 밤을 지내야 한다. “하느님의 은총을 힘입어 성자 다음으로 천사와 사람들 위에 들어높임을 받으신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신비에 참여하신 지극히 거룩한 천주의 모친으로서, 교회의 특별한 예식으로 공경받으시는 것은 당연하다”(교회 헌장, 66항).

 

- 헌화 및 촛불 봉헌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온전히 순종하고 아들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성모님의 삶을 본받으려는 결심을 한다(경축하는 의미와 자신을 봉헌한다는 양면성을 띠어야 한다. 마음의 결심을 강조).

 

- 묵주의 기도

 

성모님의 신비를 집중적으로 묵상할 수 있는 환희의 현의를 이날 행사에서는 묵상함이 좋다. 성모님의 나자렛 작은 집을 들여다본다. 가브리엘 천사의 방문을 받는 성모님의 당황함을 함께 묵상하고 주님의 종으로 머무는 겸손을 배운다. 손끝으로 돌리는 묵주알따라 기도드리는 이 시간은 나자렛 작은 집과 천사의 전달을 받는 성모님 곁에 우리가 머물고 있는 것이다.

 

- 본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천주여, 주는 원죄 없이 모태에 잉태하신 동정녀시며 주의 아들의 어머니신 마리아의 영혼과 육신을 천주의 영광으로 들어 높이셨나이다. 간절히 비오니 우리의 생각이 항상 천상의 것들에 향하게 하시어 우리가 성모님의 영광에 참여할 합당한 품위를 갖추게 하소서. 아멘.

 

- 말씀의 전례

 

독서 : 사도 1,12-14 또는 1고린 1,26-31

 

복음 : 예수 탄생의 예고(루가 1,26-38)

 

강론 : 구원 계획에 협력하시는 마리아의 소명을 묵상하며 특히 성삼위와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강론한다. 하느님 아버지의 딸로, 성자의 동정 모친으로, 성령의 거룩한 짝이 되시어 구원 사업에 협력하심을 우리의 현세 신앙 생활과 연결시켜 강론한다. 또한 한국 교회와 성모님의 특별한 연대성에 대해 그리고 모든 신자들이 실생활에 옮겨야 할 성모 신심과 활동에 대하여 강론한다.

 

묵상 : 5~10분 정도의 묵상 시간을 가진다.

 

신자들의 기도 : 세계 교회, 한국 교회, 본당 공동체, 이웃을 위해 - 평소와 달리 성모님의 특별한 도움을 구하는 구체적인 기도도 가능하다.

 

- 헌시

 

성모님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헌시는 성모 성월을 한층 더 우리의 영적 체험이 성숙하는 은총의 달로 받아들이게 한다.

 

- 성가

 

성모의 밤을 위한 성가대의 준비는 행사를 드높게 꾸며 주는 역할과 함께 누구나 참여한다는 보편성과 더불어 성모 공경의 한 예가 된다.

 

- 성모 성심 봉헌문

 

- 강복

 

- 맺음 성가

 

[경향잡지, 1992년 5월호, 장희성 프란치스꼬(마리아 수도회 지부장 · 신부)]



2,595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