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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성인의 삶에 깃든 말씀: 복음서를 통해 일상을 승화시킨 소화 데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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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6-05 ㅣ No.1189

[성인의 삶에 깃든 말씀] 복음서를 통해 일상을 승화시킨 소화 데레사

 

 

성녀 소화 데레사는 가르멜의 어떤 성인보다 성경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성경을 자신의 영성을 심화하는 핵심 도구로 삼았습니다.

 

 

영성 심화의 핵심 도구인 복음서

 

성녀 소화 데레사는 성경 중에서 특히 복음서를 사랑했습니다. 복음서를 사랑한 까닭은 자신이 사랑하는 예수님을 그곳에서 만나 그분의 생애와 말씀과 업적을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의 향기를 맡고 그분에 대한 사랑을 더욱 깊이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성경에 현존해 계심을 알아 이를 잘 활용한 것입니다. 성녀는 복음서에서 예수님을 관상했고, 거기에서 사랑을 끌어낼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자기 삶을 이끌어 가는 영적 양식으로 삼았습니다.

 

성녀의 생애와 더불어 그의 영성을 직접 접할 수 있는 책 《자서전》에는 어떻게 복음서를 자신의 양식으로 삼았는지 잘 드러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자신이 유혹과 죄에 빠지지 않도록 한 것은 전적으로 하느님의 공로이고, 만일 하느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만큼이나 죄에 깊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루카 복음을 전합니다.

 

“그래서 시몬에게 하신 주님의 심오한 말씀이 제 마음 속에 아주 고요히 울립니다. 적게 용서받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루카 7,47 참조)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막달레나보다도 저를 더 많이 사랑해 주신 것도 압니다. 저를 미리 사해 주시어 떨어질 것을 막아 주셨으니까요.”

 

 

사도적 열정의 원천인 복음서

 

복음서는 성녀에게 사도적 열정을 불어넣어 주는 원천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사도들과 같이 저도 ‘주여 나는 밤새도록 수고하여 아무것도 잡지 못하였나이다’(루카 5,5 참조) 하는 말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 하느님께서는 저를 영혼의 어부로 만드셨습니다. 제가 그때까지 그토록 생생하게 느껴 보지 못했던 희망, 즉 어부가 되어 일하고 싶은 억센 희망을 느꼈습니다.”

 

이런 사도적 열망을 갖게 된 성녀는 어느 주일에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사진을 보다가 주님의 손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큰 충격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 누구도 그분의 피를 받으려 하지 않는다는 데 충격을 받은 것입니다. 그래서 언제까지나 그분의 십자가 밑에 지켜 서서 거기서 흘러나오는 주님의 피를 받아 영혼들 위에 쏟아 붓겠다고 결심합니다.

 

성녀는 그 체험을 하면서 십자가 위에서 “목마르다”(요한 19,28) 하고 부르짖는 예수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마침내 그분을 향한 사랑과 더불어 영혼들을 구원하고자 하는 깊은 열망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여러 번 살인을 범해 사형수로 복역 중인 프란치니가 회개하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는 프란치니가 죽기 전에 회심한 것을 알고 무척 기뻐했다고 합니다. 《자서전》에 그 기쁨을 다음과 같이 전하며 루카 15,7을 인용했습니다. “하늘에서는 회개할 필요가 없는 의인 아흔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

 

 

사마리아 여인의 비유

 

소화 데레사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준 복음 사화 중에 사마리아 여인의 이야기(요한 4장 참조)도 있습니다. 성녀는 사마리아 여인처럼 예수님께 영원한 생명수를 청하고, 그렇게 받은 것을 자신뿐 아니라 수많은 영혼의 구원을 위해 사용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영혼을 구원하고자 하는 제 원의는 날로 더 커져서 사마리아 여인에게처럼 제게도 예수님께서 ‘내게 물 좀 주시오’(요한 4,7 참조) 하고 속삭이는 것이 들리는 듯 싶었습니다. 그것은 정말이지 사랑의 교환(交換)이었습니다. 즉 영혼들에게는 예수님의 피를 주고 예수님께는 거룩한 이슬로 생생해진 이 영혼들을 바쳤습니다.”

 

성녀는 그렇게 하여 우리에게 물을 청하시는 예수님의 목을 축여 드리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 그렇게 영혼들을 바치는 동안, 영혼 구원에 대한 갈증을 더욱 깊이 느끼게 됐습니다. 그는 이 갈증을 그분께서 주시는 ‘가장 사랑스러운 음료수’라고 표현했습니다.

 

 

일상을 영원으로 승화시키는 복음서

 

또 복음서는 성녀가 겪은 일상의 평범한 일을 주님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게 하여 영원의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훌륭한 도구이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성녀는 수녀원 입회 전, 지인의 자녀를 돌보며 그 두 아이가 사이좋게 지내도록 천국에 가서 누리게 될 영원한 상급에 대해 얘기해 주곤 했습니다. 아이들은 성녀의 말을 곧잘 따랐는데, 성녀는 그런 그들을 보며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저는 ‘이 미소한 자 중 하나라도 범죄케 하는 자는 차라리 바다에 빠지는 것이 더 낫다’(마태 18,6 참조)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알아들었습니다.”

 

그리고 성녀는 아버지와 유럽을 순례했을 때, 수많은 순교자를 떠오르게 하는 로마의 콜로세움 안을 직접 보고 싶어 하며 복음 구절을 기억했습니다. “막달레나가 언제까지고 예수님의 무덤 곁에 남아서, 몸을 굽혀 속을 들여다보다가 마침내 두 분의 천사를 뵈었다는 말이 성경에 있지요(요한 20,11-12 참조).” 이 구절에서 용기를 얻은 소화 데레사는 장애물을 넘고 콜로세움 안에 들어가 순교 선열의 체취를 느꼈다고 합니다.

 

이렇듯 소화 데레사는 평범한 일상을 복음의 눈으로 바라보고 해석한 영민한 성녀였습니다. 여러분도 성녀에게서 그런 복음의 지혜를 배우기를 바랍니다.

 

* 윤주현 신부는 로마 테레시아눔에서 신학적 인간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스페인의 아빌라 신비신학 대학원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대구 가르멜 수도원 원장,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과 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5년 6월호(통권 471호), 윤주현 베네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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