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수)
(녹)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강론자료

2014-0921.....한국성인들 이동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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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14-09-21 ㅣ No.1599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순교자 대축일 [0920]

지혜서 3,1-9         로마서 8,31-39        루카 9,23-26

2014. 9. 21. (주일). 이태원.

주제 : 순교자의 후손으로 갖는 기억

사람이 세상에서 사는 자세에는 현실보다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면서 멋있는 계획을 세우는 방법도 있고, 현실에 처한 환경이 열악하다고 생각하여 과거를 회상하면서 멋있는 기억을 되새기면서 자신이 가졌다는 시간을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전자를 미래지향적인 인간이라고 말한다면, 후자는 과거회귀를 지향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자를 젊은이가 드러낼 수 있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면, 후자는 나이를 먹고 인생의 끝을 가까이 둔 사람들이 드러내는 모습이라고 할 것입니다. 신앙인으로 우리가 드러내는 모습은 둘 중에 어떤 모습일까요? 전자나 미래지향적인 모습일까요? 아니면 후자나 과거회귀를 지향하는 모습일까요? 둘 중의 한 가지를 선택하여 대답한다면, 여러분은 자신의 모습을 어디에 일치시키겠습니까?

 

오늘은 지난 1984, 요한바오로2세 성인교황님께서 이 땅에 오시어, 우리나라 천주교회역사의 초창기 신앙인들 중에서, 순교의 기록을 남긴 분들 103위를 선택하여 성인으로 선포하고 그분들을 특별히 기억하는 날입니다.

 

우리가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모습이 미래를 지향하는 것보다는 과거회귀 지향적인 행동을 하는 것 같아서 아쉬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우리가 역사를 잊는 것은 아주 큰 잘못입니다. 하지만 미래를 향한 좋은 계획을 세우는 입장에서 과거를 참조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기억하기는 하되, 지난 일에 향수를 느끼며 거기에 빠져 살 것이라면 더 큰 잘못입니다. 이런 일은 신앙의 역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아시아지역에서 갖는 입장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현실이나 한두 달 전, 혹은 한두 해전에 일어난 일들도 같은 입장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중 나은 방법이라면,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갖추기는 해야 하겠지만, 과거를 무시하거나 과거의 일을 소홀히 하는 자세는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혹시라도 미래에 실현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청사진은 멋있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거를 잊는다면, 그렇게 아프고 힘겨웠던 일은 우리 삶에 또 반복될 거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미래지향적인 생각을 갖고는 있으되, 과거를 잊는다고 해서 그런 일이 설마 생기겠느냐고 묻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누구나 다 아는 것처럼, 신앙인의 길은 쉽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그냥 즐기고 살아가는 사람의 삶보다 월등히 힘들고, 그저 말로 힘들다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듭니다. 그것이 사실이고, 그것이 현실인데, 우리들 중에 그와는 달리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게 사는 신앙인의 현실 삶에는 지진이 일어날 것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신앙인으로 산다면서 삶에서 지진이 일어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까?

 

우리 삶에 다가올 수도 있는 이러한 지진을 체험하지 않게 만드는 방법으로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알려주신 놀라운 지혜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우리말성경에는 십자가를 지고 따른다(!)’고 나와 있습니다만, 내 삶의 걸림돌이기도 하고, 구원의 도구가 될 법한 십자가를 내가 어떤 자세로 대하느냐는 것입니다. 십자가를 멀리하고 살겠다는 사람이라면, 현실에서 자기 목숨을 구하려다가 잃는 사람이 될 것이며, 온 세상을 다 얻는다고 해도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 목숨은 잃는 어리석은 사람이 될 것입니다.

 

세상의 지혜와 하느님의 지혜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인간의 지혜와 하느님의 지혜를 충돌시키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 어떤 것을 낫게 보느냐는 것은 여러분의 선택이고, 그 선택에 따라 여러분의 삶에 찾아오는 결과는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먼저 생각하는 신앙의 사람이라고 해서, 세상에서 말하는 고통이 피해가지는 않습니다. 얼치기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하느님께서 모든 고통과 힘겨움을 없애주실 것이라고 말하겠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차이나는 점이 있다면 같은 고통과 힘겨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그 상황을 이길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것이 다른 요소입니다.

 

우리는 신앙의 위대한 본보기를 남기신 성인들의 후손입니다. 하지만, 위대한 성인들의 후손이라는 사실이 만사형통하게 해주는 수단은 아닙니다. 그 사실을 기억하는 우리가 2014년 지금 세상에서 어떤 모습을 드러내느냐에 따라 영광이 우리에게 올 수도 있고, 우리가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할 수도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성인들이 누리는 영광에 우리도 참여하게 해주시라고 기도로 청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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