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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자료

[문화] 이스라엘 백성이 먹은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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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07 ㅣ No.673

[성서의 풍속] 이스라엘 백성이 먹은 만나

 

 

- '만나를 모으는 사람들', 1470년께, 유화, 133X102cm, 샤르트르 미술관. 자료제공 = 정웅모 신부.

 

 

이스라엘 백성들은 시나이 산 근처에 있는 광야에 이르렀다. 이집트를 탈출한 지 한달째 되는 보름날이었다. 허기에 지친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와 아론에게 투덜거렸다. 

 

"차라리 이집트 땅에서 야훼의 손에 맞아 죽느니만 못하다. 너희는 거기에서 고기가마 곁에 앉아 빵을 배불리 먹던 우리를 이 광야로 데리고 나와 모조리 굶겨 죽일 작정이냐?" 

 

그러자 야훼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내가 하늘에서 너희에게 먹을 것을 내려줄 것이다. 그러나 하루 먹을 것만 거두어들이게 하여라."(탈출 16,1-4 참조). 

 

이스라엘 백성들이 아침에 나가보니 이슬이 걷힌 뒤에 작고 둥근 씨앗같은 것들이 가득 깔려 있었다. 이것이 바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먹은 만나였다. 만나는 사막에서 자라는 나무나 관목의 잎사귀에 맺히는 이슬 모양의 형성물이다. 만나는 밤에 기온이 내려가면 비교적 단단하게 굳어지는데 맛이 단 편이다. 만나는 식량이 부족한 사막에서는 오늘날에도 식량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만나를 다음날 아침까지 남겨두지 말라고 하셨다(출애 16,4 참조). 그러나 하느님 말씀을 듣지 않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다음날 식량을 걱정하며 양식을 비축해 두었다. 그러자 그들이 남긴 양식은 다음날 아침에 모두 벌레가 생기고 악취가 나서 먹을 수 없게 되었다.

 

모세는 하느님을 신뢰하지 못하는 백성들에게 큰 실망을 느껴서 분노가 폭발하고 말았다. "음식을 남기지 말라고 여러번 경고했는데 왜 말을 듣지 않는 것입니까?" 

 

이처럼 만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느님 말씀에 대한 철저한 순종과 지나친 탐욕에 대한 경고 메시지였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매일 양식을 주시겠다는 하느님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많이 챙기려는 욕심을 냈다(탈출 16,19-20 참조). 따라서 만나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생활 속에서 하느님 말씀을 지키는 시험에 관한 판단기준이 되었다(탈출 16,4-5 참조). 

 

광야에 나온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만나 이야기는 하느님의 역사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만나는 자신들이 살던 이집트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만나는 무엇보다 먼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일체감을 심어주었다. 

 

만나는 이집트를 탈출했던 이스라엘의 모든 사람들이 예외없이 먹어야 했던 양식이었다. 따라서 만나는 이스라엘 백성의 정체성을 유지시켜 주는 역할도 했다. 이스라엘 백성은 비록 노예살이를 했지만, 만나 이야기를 통해 자신들이 이방인과 구별되는 하느님 백성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자 했다. 

 

이처럼 만나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 말씀에 대한 순종과 동시에 탐욕을 경계하는 상징적 음식이었다. 신약성서에서 만나는 예수님의 빵의 기적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았다. 

 

이제부터 하늘에서 내려온 빵은 이스라엘 백성이 아무리 많이 먹어도 결국 죽을 수밖에 없는 만나가 아니라 구원의 길을 열어주신 예수님 자신이었다(요한 6,32-33 참조). 

 

사도 바오로도 영혼의 양식이 광야의 만나로 미리 표상되었다고 생각했다(I고린 10,3-4 참조). 그러므로 미사 성찬전례에서 만나에 관한 성서적 표상들을 이용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먹었던 만나는 오늘날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성체(요한 6,54-57 참조)와 하느님의 영원한 말씀이라 할 수 있다.

 

[평화신문, 2004년 5월 9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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