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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제대의 발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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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0-30 ㅣ No.7

제대의 발달사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과 예배에 있어 그 중심이 되는 것이 제대라고 지난 호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이처럼 제대가 중요하다면, 우리는 당연히 제대의 발달사(發達史)에 대해 어느 정도 간단하나마 알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어느 사람을 사랑할 때, 그 사람의 지난 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듯이 말입니다.

 

먼저, 이동식 나무 제대(식탁)에서 돌 제대(제단)로의 변화를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스도 이후 300년간 가정에서 미사를 드렸고, 이 때 제단으로 사용된 것은 나무로 만든 식탁 모양의 것이었습니다. 이 때 강조된 것은 "주의 식탁", 즉 잔치로서의 미사의 측면이었으며, 제사적 측면은 그다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박해가 끝난 후, 성당들이 세워지면서 여기에 걸맞은 제대가 필요했는데, 이로써 돌로 만든 고정된 제대가 교회의 관습으로 굳어지게 됩니다. 517년 프랑스의 에빠온(Epaon) 지방공의회에서는 나무 제대의 사용을 금지하기까지 하였으나 12세기까지는 나무 제대가 사용되곤 하였습니다.

 

이처럼 돌 제대가 공식적으로 사용되게 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모퉁이돌이신 그리스도, 생명의 물이 솟아 나오는 바위이신 그리스도를 드러내기에 돌제단이 적합하였고, 이에 따라 제대에 대한 신도들의 공경심도 커졌기 때문에 항구적인 제대를 선호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8세기까지 제대의 모양은 아주 단순한, 성작과 성반 그리고 미사에 필요한 책을 올려놓기에 충분한 정도의 넓이를 가진 정사각형의 제대였습니다. 하지만 순교자 무덤 위에 성당을 세우고, 그 중심지에 제대를 세우면서 제대와 순교자의 유해 또는 유품을 제대와 연관시키게 됨에 따라 제대의 형태가 다양해집니다. 제대에 성인의 유해 또는 유물을 모시는 관행은 1596년 교회법으로 확정되었으나, 지금은 성인 유해와 상관없이 제대를 축성하여 사용합니다.

 

16세기까지 성체를 모시는 감실은 성당의 어느 곳이든 상관없이 자리를 잡았지만, 16세기 이후 제대 위 또는 제대와 가까운 곳에 감실을 모시게 되었고, 제대를 장식하기 위한 꽃, 초, 십자가를 위한 자리도 16세기 이후에나 등장합니다. 원래 초는 빛을 밝히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였으며, 11세기 이후 제대 근처에 놓이고 나서 빛이신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게 된 것입니다. 꽃은 16세기 이후에나 제대에 놓도록 허락되었습니다.

 

간략하게 제대의 발전사를 보았습니다. 처음엔 아주 단순한 형태의 제대가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요소들이 제대에 첨가되었고, 이로 인하여 제대의 본래 모습이 많이 흐려지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제대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 사실입니다.

 

제대는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의 상징입니다. 돌로 만든 제대는 모퉁이돌이신 그리스도, 생명의 물이 흘러나오는 바위이신 그리스도를 상징합니다. 따라서 제대가 그리스도의 무덤을 상징한다거나, 그리스도의 수난을 드러낸다고 말한다면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제대는 하느님과 인간이 만나는 장소, 성찬례를 거행함으로써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과 인간이 맺은 구원의 계약을 갱신하는 장소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통하여 하느님께 올리는 제사를 드리는 곳이 바로 제대입니다. 한편 제대는 주님의 최후의 만찬, 하늘 나라의 잔치가 벌어지는 식탁이기도 합니다. 성찬례를 거행하면서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먹고 마시는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 미리 천상 잔치를 맛보게 만드는 장소입니다. 이처럼 제대는 그리스도의 제사가 올려지는 곳, 그리스도와 함께 온 신도가 같이 친교의 식사를 나누는 곳입니다.

 

이처럼 제대가 중요하기에, 교회는 제대로부터 우리 마음을 멀리하게 하는 요소들, 즉 감실, 초, 꽃과 그 외 여러 장식들에 대해 주의를 기울였으니, 사실 위에 말한 여러 요소들은 중세 말에나 제대 근처에 등장했던 것들입니다.

 

참된 미인은 화장하지 않을 때, 화려한 옷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드러납니다. 제대가 여러 복잡 다단한 요소들로 뒤덮인다면 우리가 과연 제대에 관심을 집중할 수 있을까요? 어떤 이들은 제대에 걸린 그림, 조각을, 그 주위를 장식한 꽃을 보고 감탄합니다.

 

제대를 이러한 요소들로부터 해방시켜 우리가 다시 제대에만 관심을 기울이면서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인영 신부님, 성 베네딕도 왜관 수도원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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