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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124위 시복시성운동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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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1-25 ㅣ No.325

[순교자성월 특별기획] 124위 시복시성운동 어디까지 왔나

 

 

현재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추진 중인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시성 운동이 9월 중 선보일 「순교자 124위」 약전 발행을 계기로 행보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프랑스 선교사들이 시작했던 103위 시복 시성 작업과 달리 한국인에 의해 추진되는 기해박해 이전 초기 한국교회 순교자들의 시복 시성 운동이라는 점에서 보다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이번 시복시성 운동은 또한 교구별로 진행되던 것을 주교회의 차원에서 통합 추진, 전 교회적 사안으로 발전시킨 면에서도 의의를 보이고 있다.「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시성운동이 진행돼온 그간의 경과를 살펴본다. 

 

103위 성인에 관한 시복시성이 목격 증인이 있는 「새로운 시복 시성 건」이라면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순교자 123위」 시성 운동은 목격 증인이 없는 「옛 시복 시성 건」에 속한다.

 

이들에 대한, 즉 기해박해 이전 초기 한국교회 순교자들의 시복 시성 추진은 원래 200주년 기념 사업위원회 시복 시성추진위원회에서 103위 시성과 함께 작업을 진행시켰던 것이나 103위 시성식 준비로 일시 중단됐다.

 

 

97년 통합 추진 결정

 

이후 1985년 전주교구가 독자적으로 지역 순교자들을 시복 추진 대상자로 선정한 것을 비롯 대구 수원 제주 부산교구 등에서도 교구별 시복 시성운동이 전개되면서 주교회의에서는 이를 통합 추진하자는 의견이 대두됐고 1997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를 통해 한국 천주교회의 시복시성 작업 통합 추진이 결정됐다.

 

1998년 10월 12일 마침내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이를 위한 「시복시성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1999년 1월부터 2001년 6월까지 다섯 차례 회의가 진행됐다.

 

2000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는 청구인에 당시 주교회의 사무총장인 김종수 신부를, 청원인에 류한영 신부(배티성지 담임)를 임명하는 등 한국 천주교회 초기 순교자들에 대한 시복 시성을 본격 추진하는 초석을 놓았다.

 

이어서 2001년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는 시복시성 청구인을 「주교회의」로 변경하고 시복시성 추진 담당 주교에 당시 마산교구장이면서 주교회의 의장을 맡았던 박정일 주교를 선출함으로써 시복시성 운동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같은 해 9월 12일 「하느님의 종 선정 위원회」 구성 및 제1차 회의가 열렸으며 10월 18일에는 「시복시성 주교 특별위원회」 구성 및 제1차 회의가 열렸다. 2, 3차 선정위원회를 거친 후 제2차 주교특별위원회는 2002년 3월 7일 제1차 시복시성 추진대상자로 124명을 확정하는 결실을 올렸다.

 

 

2002년 기도문 인준

 

이어서 2002년 6월 25일 「교령」을 시성성에 요청하는 한편 7월 19일 주교회의 특별위원회 「신학 역사 및 통합 추진위원회 연석 회의」가 열렸고 9월 2일 제3차 주교특별위원회는 124위 시복 시성을 위한 기도문을 인준했다.

 

이같이 한국교회가 발빠른 준비상황에 돌입하고 있는 사이 교황청 시성성은 2002년 9월 4일 교령 요청에 대한 회신을 통해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단일 안건(통합) 추진을 인준하는 한편 마산교구에 「하느님의 종」 예비심사 관할권 허가 교령을 내렸다.

 

2003년 주교 특위는 「통합추진 상임위원회」 구성 및 1차 회의를 열었고 3월 24일 제4차 주교 특위를 통해 시복 예비심사 문제를 협의했다.

 

2003년 4월 29일 류한영 신부를 법적인 위임장에 의해 청원인에 임명하였음을 시성성에 보고한 위원회는 7월 11일 시성성 장관으로부터 이에 대한 답장을 받았다.

 

현재 위원회는 시복 예비심사 관여자는 주교대리인에 이찬우 신부를, 공증인에 송열섭 신부, 검찰관에 박동균, 이상국, 김길민 신부를 내정한 상태며 서적 검열신학자로는 조규만, 김성태 신부, 감정 전문가는 김진소 신부 차기진 박사를 내정하고 있다.

 

 

정황조사 3~5년

 

앞으로 남은 절차는 한국교회 자체의 시복 예비심사를 원활하게 진행하고 그 결과를 교황청 재판을 위해 작성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 위원회는 조만간 한국 천주교중앙협의회(CCK) 내에 사무실을 설치하고 전담 사제를 배치할 계획이다. 국내 시복 예비심사는 3~5년 정도 기간을 두고 각 시복 후보자에 대한 순교사실, 무덤확인, 순교지, 관련자, 치명 사실 정황 조사 등을 다루게 된다.

 

위원회 총무 류한영 신부는 『약전 발행을 통해 124위에 대한 기초 사실들은 확인이 된 상태지만 이같은 예비심사 과정이 진행됨으로써 조선시대 교회사 전 과정에 걸친 순교 상황을 보다 자세히 고찰할 수 있게될 것』이라면서 『한국 교회사의 중요한 시점을 판가름하는 자료들이 모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명했다. 

 

위원회측은 조사와 재판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순교자들에 대한 자료와 문건을 소지하고 있는 이들은 위원회에 알리고 제출해 주기를 요청하는 한편 시복 조사에 임할 자원봉사자들의 지원도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료와 문건 제출 요망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시성건은 오랜 시간에 걸쳐 장기적으로 이뤄지는 작업인 만큼 이를 위한 예산과 인력구축도 중요한 사안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관계자들은 「한국 교회에 내린 순교신앙과 영성 은총을 한국인 스스로 정리하고 밝히는 작업」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전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 시복시성 주교 특별위원회 위원장 박정일 주교

 

『신자들의 시복 시성에 대한 관심과 기도 열망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합니다. 시복 시성 기도문을 열심히 바치면서 기도와 함께 그분을 본받고 현양하는 운동을 펼쳐나가길 부탁드립니다. 기도가 우선되지 않고 병행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의미의 시복 시성운동은 그 의의가 흐려지게 될 것입니다』

 

주교회의 시복시성 주교 특별위원회 위원장 박정일 주교(전 마산교구장)는 순교자 성월을 맞아 본지와 가진 특별 인터뷰를 통해 『시복 시성의 진정한 의미는 신앙의 쇄신과 회개 및 전교』라고 강조하고 『앞으로 보다 적극적인 기도운동과 현양 신심운동이 전개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로 손수 시복시성 기도문을 제작, 만나는 이들 마다 선물로 전하면서 기도를 당부할 만큼 시복시성 운동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고 있는 박주교.

 

『이달 안에 순교자 124위 약전이 발행되는 것을 계기로 이번 순교자 성월이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4위」에 대한 기도와 현양 운동을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박주교는 『순교정신은 자신의 모든 것을 그리스도를 위해 바치고 그리스도 사랑의 극치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우리 신심의 가장 근본으로 받아들일만 하다』면서 『그런 면에서 순교자는 우리 신자들의 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의 내적 성숙, 영적 성장 부족에 대한 반성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시복시성 운동은 순교정신 고양을 통해 삼천년기 한국 교회를 위한 「쇄신」과 「신심 고양」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순교 신심을 통해 새시대 한국교회의 방향을 잡아나가는 전기를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소망」이라 할만큼 한국교회 순교자들의 「순교정신」을 본받는 운동이 고양되기를 바란다』고 표명한 박주교는 『그러기 위해서는 기도와 함께 순례도 하면서 그리스도를 위해 모든 것을 내놓는 신심 운동이 교구 본당별로 전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1984년 103위 시복시성 당시와 비교할 때 순교자들에 대한 관심과 신심이 다소 약해진 것 같다는 의견에 대해 박주교는 『103위 시성 이후 한국교회의 순교자 현양과 신심의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 『아직 많은 이들이 지역 순교자들에 대한 내용조차 모를 만큼 관심이 저조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만큼 현재 우리 신자들의 신앙심이 약화됐다는 반증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효과적인 홍보 방안도 중요하다는 생각인데 앞으로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순교자들에 대한 연구와 논의를 고무시킬 계획입니다』

 

덧붙여 박주교는 『신자들이 순교자들에 대한 신심을 키워 나가는데는 본당 사목자들의 관심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하면서 『본당에서는 주일 강론이나 특강 기회를 통해 시복시성 운동을 알리고 순교자들의 행적을 알고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라고 권했다. 

 

『9월 중 「순교자 124위 약전」이 많이 읽혀지고 알려지기 바란다』는 박주교는 『새로 추진되는 124위 순교자 시복시성은 한국 신자들의 손으로 정성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또 그것은 곧 기도와 관심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당부로 말을 맺었다. 

 

[가톨릭신문, 2003년 9월 7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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