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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죄에 대한 강박증세로 여자 얼굴도 못 쳐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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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1-09 ㅣ No.280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13)



질문) 죄에 대한 강박증세로 여자 얼굴도 못 쳐다봐

저는 강박장애 환자입니다. 그리고 증상 중에 가장 큰 불안을 차지하는 게 하느님께서 벌을 내리실 거란 불안입니다. 정확히는 야한 걸 보거나 행위를 할 시 가족 중 누군가에게 큰일이 일어날 거란 생각이죠. 놀라시겠지만 여자에게 음욕을 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길거리 여자의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 합니다. 이는 강박사고임에 틀림없지만 저는 과거 트라우마로 쉽게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지행동치료를 받았습니다. 담당 심리학과 교수님께서는 “앞으로 시스루, 비키니 등을 보고 나중에는 자위행위도 해보죠”라 말하시더군요. 저는 받아들일 수 없지만 한편으로는 그럴듯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신부님들께 이런 얘기를 드리면 제가 죄에 대한 불안이 극심하다고 얘기하십니다. 저는 솔직히 종교 생활이 그리 행복치 않습니다. 저는 죄에 대한 강박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지 여쭙고 싶습니다. 부디 가르침을 주시길 간청합니다.


답변) 신앙생활 점검 우선… 잘못된 하느님 이미지 바꾸는 작업 필요

강박장애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특정한 생각이나 행동을 반복하는 병적 상태를 말합니다. 정상인에게도 다소 강박증세가 있을 수 있으나, 그 정도가 심하여 과도한 고통이 따르고 일상생활이나 대인관계에 지장이 초래되면 병이라고 봅니다. 질문자는 위 내용으로 보아 강박사고에 시달리고 있고, 특히 죄와 관련된 강박사고로 고민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네요. 강박장애의 평생유병률은 2~3%로 알려져 있고, 정신과 외래 환자 중 10% 정도가 강박장애 환자라는 일부 연구보고가 있을 정도로 흔한 정신장애에 속하니 너무 불안해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발병시기는 사춘기에서 성인초기이며 어른이 된 후에 처음 발병할 수도 있지요. 강박장애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질문자의 과거 트라우마가 그런 스트레스와 연관된 것으로 보이며, 그렇다면 이를 치유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질문자가 현재 인지행동치료를 받고 있으시다니, 일단 꾸준히 치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본인이 고민하고 있는 죄에 대한 강박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행복하지 못한 본인의 신앙생활을 다시 점검하면서 하느님과 화해하는 일이 급선무일 것 같습니다. 혹시 잘 아시는 신부님이나 종교적 상담을 해줄 수 있는 상담기관(영성심리상담소, 전진상상담소 등)을 찾아가서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자신의 내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일이 꼭 필요합니다. 저의 경험으로는 죄에 대한 강박적 사고는 자신이 신앙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접했던 하느님에 대한 이미지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내면에 형성된 하느님의 이미지를 점검하고, 만일 그 이미지가 ‘나를 벌하고 우리 가족에게까지 벌을 주시는 하느님’이라면 영적상담을 통해서 이런 하느님의 이미지를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질문자가 하느님과 화해하면서 왜 자신의 신앙생활이 나에게 불편을 주는지를 자세히 살피는 과정이 필요하겠지요.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 이 세상을 사랑으로 창조하시고, 우리의 죄를 용서해주시기 위해 당신의 외아들까지 이 세상에 보내셔서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까지 기꺼이 지고 가게 하신 사랑의 하느님께서 질문자의 죄를 그렇게 강박적으로까지 벌하시고 가족들에게도 벌을 내리신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질문자가 자신의 생각이 비합리적인 강박적 사고라는 사실을 이미 받아들인 상태이기 때문에, 그러한 비합리적 사고에서 놓여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질문자의 마음에 있는 하느님의 잘못된 이미지를 바꾸는 작업, 즉 회심의 체험이 필요한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의 생각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와야만 그러한 회심이 일어날 수 있고, ‘그 길은 참으로 먼 길’이라고 故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말씀하셨지요. 용기를 잃지 마시고 계속 치료를 받으시며 자신의 신앙생활을 불행이 아니라 행복으로 바꾸어 나가시기 바랍니다.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는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로 진행됩니다.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삶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싶은 분은 아래 주소로 글을 보내주십시오.

※ 보내실 곳 133-030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학로 16 (홍익동 398-2)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담당자 앞
· E-mail: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5년 11월 8일, 
김정택 신부(예수회 · 서강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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