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강론자료

2015-0111.....주님의 세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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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15-01-10 ㅣ No.1675

주님의 세례축일 (나해)

이사야 42,1-4.6-7      사도행전 10,34-38      마르코 1,7-11

2015. 1. 11. (주일). 이태원

제목 : 세례는 하느님의 선택에 응답하는 일

오늘 기념하는 세례축일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사랑을 주시기 위하여, 우리를 선택하신 일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입니다.

 

성당에서는 세례에 필요한 교육기간을 6개월이나 8개월쯤이라고 말하고 그렇게 시행합니다. 우리본당에서는 8개월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물론 세례를 준비하는 교육기간을 2달이나 3달만 해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임신부로서 지낸 경험을 함께 생각하면, 세례를 위한 준비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세례를 받았다는 사람이 냉담자로 바뀔 확률도 커지고, 신앙을 그저 개인의 편의와 필요에 따라 해석하고 신앙을 중요한 것으로 여기지 않을 사람이 될 확률도 커집니다. 세상 모든 일에는 어떤 것이든지 필요한 시간과 그 기간은 있기 마련입니다. 세례에 필요한 교육기간을 말하는 것은, 논밭에 심어져있는 곡식들의 열매가 튼실하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을 계산하는 것과도 비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세례모습을 전하는 마르코복음사가의 기록은 아주 짧습니다. 예수님에 앞서서 선구자로 온 요한이 유대인들을 항하여 세례를 주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신분에 대하여 선포한 다음, 세례자요한은 자신을 찾아온 예수님에게 세례를 주었으며, 세례를 받은 예수님이 물에서 올라오시자 성령의 상징인 비둘기가 등장하고 하늘의 소리가 호응했다는 내용이 전부입니다.

 

세례는 물을 붓는 형식으로 완성됩니다. 세례(洗禮)라고 한자를 써놓고 그 글자를 풀이하면, ‘씻는 예식이나 씻는 예절이라는 뜻으로 말합니다. 그래서 간단하게 물을 붓기만 하면 끝낼 수 있는 세례를 준비하는 일에 6개월이나 8개월이나 되는 긴 시간이 왜 필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례성사를 통하여, 신앙인으로 살겠다는 것은 세상살이에서 중요하다고 말할 자격증을 하나 더 얻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세례를 위한 준비과정에 그 대상자인 사람이 드러내는 자세는 중요합니다. 우리가 어떤 자세를 드러내는 것이 옳은 것이겠습니까? 이렇게 자세를 말하는 소리에서, 여러분이 세례예절의 마지막에서 볼 수 있는 물을 붓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세례성사를 통하여 하느님의 축복에 참여하고 하느님의 자녀로 살겠다는 길을 걷기 시작한 뒤, 실제로 신앙인으로 충실하게 살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 준비는 기간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고, 삶의 자세와 태도에 대한 것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사람이 외양간에서 소를 키우고 먹이를 주는 이유가 그 소를 뒷걸음질을 치게 해서 쥐를 잡으려고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과도 비교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말씀만으로는 세례성사가 담고 있는 뜻을 다 해석해낼 수는 없습니다. 복음말씀을 넘는 다른 의미도 그 안에 담겨있다는 얘기입니다. ‘세례를 받고 요르단강에서 올라오는 예수님에게 성령이 비둘기모양으로 내려오고,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하느님도 말씀으로 호응했다고 마르코복음사가는 알려주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세례는 인간의 행동과 의지를 따라서만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택이 먼저 작용한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하느님이 선택은 인간의 삶이 어떠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이겠습니까? 내가 나 자신의 삶을 알기도 힘든데, 하물며 하느님의 선택과 그 선택이 나에게 어떤 결실을 맺을지 알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누구이겠습니까? 하지만 사람들은 삶에서 이렇게 심각하게 질문하지는 않습니다. 질문을 심각하게 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대답도 그만큼 신중하지 않다는 것이고, 대답을 한다고 해도 그저 개인의 생각이나 의도만을 담기가 쉽다는 말도 될 것입니다.

 

세례를 받은 사람이 된다는 참된 의미는, 우리가 오늘 이사야예언서에서 들은 것처럼, 주 하느님의 종이 해야 할 일로 선언한 것을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의 종인 그는 민족들에게 공정을 펴며, 큰 소리로 외치지도 않고, 부러진 갈대를 꺾지도 않으며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도 않는 사람이라고 하니, 그 사람에 대한 얘기를 들은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도록 살아야 하겠느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현실 삶에서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100명이나 200명 혹은 1000명 쯤 된다고 셈하는 일이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례를 받는 일로, 하느님의 축복에 참여할 자격을 갖춘 사람으로 사는 것이 시작됩니다. 이렇게 시작했다고 해서 완성의 단계로 저절로 가지는 않습니다.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다 정한 목표에 도달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목표에 도달한 사람이라고 말하더라도 진짜 목표에 도달한 사람인지 그건 내가 나를 판단하는 것도 아닙니다.

 

세례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부르시는 일에 대한 인간의 대답이고 긍정입니다. 오늘 미사에 오신 여러분은 세례성사를 어떻게 이해하십니까? 그리고 그 모습은 삶에 어떤 형태로 드러나야 하겠습니까? 잠시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지혜를 청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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