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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 신앙의 해와 소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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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11 ㅣ No.454

[신앙의 해 특집] 신앙의 해와 소공동체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자의 교서 “믿음의 문”(Porta Fidei)을 반포하시면서, 2012년 10월 11일부터 2013년 11월 24일 그리스도왕 대축일까지 ‘신앙의 해’를 선포하셨다. 그 첫 날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이 되는 날이고, 또한 “가톨릭 교회 교리서” 반포 20주년 기념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신앙의 해의 의미는 기념비적인 그 두 날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즉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통해서 온 교회가 교리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쌓아 신앙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신앙을 정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로써 예수 그리스도를 새롭게 만나고 그분에 대한 신앙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여 이 세상 모든 이를 믿음의 문으로 인도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편교회부터 각 본당과 단체에 이르기까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들과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교육하고, 그 내용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도록 권고하고 있다. 본당에서 그 일들은 주로 사제들의 강론이나 교육, 성사 준비를 통해서 일차적으로 시행되겠지만, 소공동체를 배제하고서는 앞에서 언급한 신앙의 해의 근본 목적을 구현하기 어렵다. 신앙은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적인 행위이고, 교회의 친교 안에서 실천하고 전해야 하는 하느님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신앙의 해를 소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첫째, 소공동체를 현대 세계가 지닌 문제들에 대해서 스스로 질문하고 교회의 가르침 안에서 답변을 찾는 자리로 만드는 일이다. 그동안 신앙인들이 세례 준비 교육을 통해서 교회의 가르침을 배웠지만 그것을 단순하게 긍정하기만 하다 보니, 구체적인 삶 안에서 힘을 드러내는 가르침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신앙의 해를 맞아 본당에서 새롭게 실시하는 교육 역시 하향식으로만 이루어질 경우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많다.

눈을 돌려 “함께하는 여정”이라는 교리서가 시행하는 방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거기서는 먼저 문제가 되는 구체적인 현실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성경 말씀 안에서 답변을 발견하고, 그것을 실천하도록 이끈다. 이를 응용하되 성경만이 아니라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들과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서 답변을 찾아가며 스스로 공부하는 자리로 만들어 가면 좋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공동체가 신앙인이 주체적이고 의식적으로 신앙을 수용하는 자리로 바뀌게 될 것이다.

둘째, 소공동체를 사랑을 증언하는 자리로 만들어 가는 일이다. 우리 믿음의 내용은 결국 착한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사랑이신 하느님을 만나는 일로 요약된다. 머리로 이해한 신앙의 진리가 가슴으로 뜨겁게 느낄 수 없는 것이라면 바오로 사도의 표현처럼 “요란한 징이나 소란한 꽹과리”(1코린 13,1)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려면 구성원들의 능동적 역할이 요구된다.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기도해 주고, 직접 희생하면서 서로 돕는 자리로 바꿔가야 한다. 그럴 때 소공동체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살아 계신다는 것을 체험하고, 성경 말씀과 교회의 가르침 안에서 그분의 음성을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셋째, 모든 이를 ‘믿음의 문’으로 인도하기 위해 세상에 파견된 공동체로 변화하는 일이다. 그동안 선교는 개인이나 레지오 단원들의 일이었지, 소공동체의 일은 아닌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다 보니 흔히 공동체 없는 개인주의적 신앙인만 양성하고 말았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제자들을 혼자가 아니라 둘씩 파견하셨다(루카 10,1). 또한 교회는 예비신자들을 공동체 안에서 양성하도록 권고하고 있다(어른 입교 예식서 19-2).

소공동체를 지역 선교의 거점으로 바꾸어야 한다. 우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소공동체를 사랑의 공동체로 만들어 가까이 사는 믿지 않는 이웃들이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느끼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함께하는 여정” 교리서로 소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직접 예비신자를 교육하고 양성하는 일이다. 물론 이 교리서는 체계적으로 교리를 가르치는 일을 다른 방식으로 보완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교리를 전달하는데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교우들이 예비신자와 함께 기도하고 성경 말씀을 나누는 가운데, 성령께서 그들의 신앙을 성숙하게 만들어 주시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일을 제대로 수행하려다 보면 기존 공동체가 변화되지 않을 수 없다. 예비신자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니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 가르치려니 성경을 묵상하고 교리를 공부해야 하고, 또 직접 모집해서 양성하는 예비신자이다 보니 온 정성을 기울여 돌보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신앙을 줌으로써 신앙이 견고해진다”(교회의 선교사명 2항). 스스로를 복음화하며 이웃을 복음화하는 참된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한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교회와 세상을 ‘믿음의 문’으로 인도해 줄 것이다.

[2013년 5월 12일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6-7면,
김광태 야고보 신부(동산동 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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