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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 계시헌장 하느님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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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05 ㅣ No.453

[신앙의 해] 계시헌장 하느님의 말씀 (1)


우리는 지난 시간까지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에 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오늘부터는 ‘하느님의 계시에 관한 교의헌장’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Dei Verbum)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계시헌장은 전체 6장 26항으로 이루어져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하느님 계시에 관한 핵심 교리를 담고 있는 중요한 문헌입니다.

교회헌장과 계시헌장은 공의회의 다른 문헌들과는 달리 ‘교의’(敎義)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데, 이는 다른 문헌들이 사목적 실천 내지 실천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 데 비해 이 두 헌장은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초점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계시헌장은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계시를 담고 있는 성경과 성전에 관한 교회의 공식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을 보다 풍요롭고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는 지침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죠.


1. 계시헌장의 배경

성경은 그리스도인에게 신앙의 중심입니다. 그런데 1564년부터 1897년까지는 가톨릭 신자들은 자국어로 성경을 읽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교회는 성경 말씀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는 것보다는 하느님의 말씀을 오류 없이 잘 보존하고 가르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성경 말씀이 잘 보존되도록 죽은 언어라서 뜻이 변하지 않는 라틴어로 된 역본을 오랫동안 사용하였으며, 라틴어 성경 외에 모국어로 번역된 성경을 신자들이 읽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계시에 대한 개념의 변화와 계시를 담고 있는 성경에 대한 교회의 시각에 변화가 일기 시작합니다.

먼저, 계시에 대한 개념이 변합니다. ‘계시’를 믿을 교리의 내용으로만 이해하지 않고 더 넓은 의미, 곧 하느님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것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계시’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교리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를 만나러 오신 예수님을 내 생활 안에 맞아들이는 것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둘째로, 성경에 대한 태도가 변합니다. 19세기까지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은 성경 말씀을 글자 그대로 알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성경의 해석에 있어 역사학과 고고학의 연구 방법들을 성경 연구에 접목시키는 역사 비판적인 방법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리지식이 아니라 계시 자체이신 예수님을 맞아들이기 위하여 성경 읽기가 장려되었고, 1893년에 레오 13세 교황의 회칙 『섭리의 하느님』을 통해 학문적 연구 방법들의 도움을 받아 성경을 연구할 수 있도록 인정되었으며, 1897년에는 가톨릭 신자들이 인가된 자국어 번역본을 읽을 수 있도록 허락되었습니다. 그리고 회칙 『섭리의 하느님』 반포 50주년을 맞아 1943년 비오 12세 교황께서 발표한 회칙 『성령의 영감』은 성경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영적인 면에서 위험을 가져온다는 일부 주장에 맞서 학문적인 성경 연구를 옹호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강하게 권고하고 있습니다. 곧, 성경 본문의 영적이고 신학적인 의미를 놓치지 말아야 함을 말하면서도 먼저 그 문학 유형을 고려하여 자구字句적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1962년 열린 공의회는 이미 불붙기 시작한 ‘성경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에 어떻게 부응해야 할지’, 또한, ‘학문적인 연구 결과를 어떻게 전통적인 가르침과 조화시킬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과 함께 성경을 대하는 가톨릭교회의 확고하고 공식적인 가르침을 제시하게 됩니다. [2013년 5월 5일 부활 제6주일(생명 주일) 가톨릭마산 6면,
백남국 신부(요한, 사목국장)]


[신앙의 해] 계시헌장 하느님의 말씀 (2)


2. 계시헌장의 내용

계시헌장은 머리말과 여섯 개의 짤막한 장(章)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처음 두 장은 성경에 올바른 자리를 잡아주는 다소 신학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제1장에서는 계시 자체, 제2장에서는 계시의 전달인 성경과 성전(聖傳)에 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네 장은 성경의 해석 및 활용을 직접 다루고 있는데, 제3장에서는 계시의 해석인 영감과 해석, 제4장에서는 구약성경과 그 권위, 제5장에서는 신약성경과 그 권위, 그리고 제6장에서는 교회생활 안에서의 성경에 관해 다루고 있습니다.


제1항 서론

서론에서 계시헌장은 “트리엔트 공의회와 제1차 바티칸 공의회의 자취를 따라 하느님의 계시와 그의 전달에 관한 전통적 가르침을 천명”하기 위함이라고 선언합니다.

이것은 계시헌장이 계시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가장 최근의 견해이고, 가장 공식적인 의견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기존 교의(敎義)에 대한 새로운 주장이나 해석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교의는 변할 수 없는 진리이고, 변할 수 있는 것은 단지 표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공의회의 지향은 새로운 가르침을 반포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교회 가르침을 오늘날에 알맞은 방식으로, 현대인의 이해에 맞게 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과거 다른 교회의 공식문헌들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표현들이 일부 사용되기는 하지만, 그것은 계시 자체에 관한 성경적인 이해를 더 풍부하게 제시하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제1장 계시 그 자체(2-6항)

제1장은 말 그대로 계시 자체를 다루고 있습니다(2~6항). ‘계시’라는 뜻은 ‘사람이 제힘으로 알 수 없는 진리를 하느님께서 깨우쳐 알게 해 주시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스도교는 사람이 발견해 낸 도리를 따르는 종교가 아니라 이처럼 하느님께서 알려주신 진리를 숭상하는 계시 종교입니다.

그런데 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이 계시에 관한 이해가 이전보다 넓어집니다. 이전 공의회가 ‘계시’를 믿을 교리의 내용으로만 이해하였다면, 2차 바티칸 공의회는 ‘계시’를 더 넓은 의미로 하느님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것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과 특별히 예언자들을 통해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드러내셨으며, 마지막에는 말씀이 사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당신 자신을 충만하게 드러내셨습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 드러내 보이신 것은 당신에 대한 지식만이 아니라, 하느님 자신이십니다. 그래서 계시의 본질에 관한 제2항 첫 구절을 ‘하느님께서는 당신 선성과 지혜로 당신 자신을 계시하시고’라는 말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계시의 본질은 바로 하느님의 ‘자기 계시’인 것입니다.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하게 되면 계시는 하느님께 대한 단순한 지식에 그치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가 계시를 받아들인다는 의미도 과거와는 달라집니다. 곧 단순하게 믿을 교리지식을 머리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오늘 우리를 만나러 오시는 예수님을 내 생활 안에 맞아들이는 것이 됩니다. 우리처럼 피와 살을 가지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으시며, 우리를 몹시 사랑하셨던 예수님을 만나고 사귐으로써 그분께 온전한 인격적 순종을 드리는 것을 의미하게 됩니다.

이처럼 1장에서 계시의 본질과 의미에 관해서 말한 후 공의회는 다음 2장에서 하느님의 ‘자기 계시’가 우리에게 전달되는 모습인 성전과 성경에 관해서 이야기합니다. [2013년 5월 12일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가톨릭마산 6면,
백남국 신부(요한, 사목국장)]


[신앙의 해] 계시헌장 하느님의 말씀 (3)


제2장 하느님 계시의 전달(7~10항)

1장이 계시에 관한 이해였다면, 2장의 주제는 성경과 성전입니다. 먼저 성경과 성전의 관계에 관해서 이야기합니다.

하느님의 모든 계시는 그리스도 안에 완성되었으며, 그리스도는 당신 복음을 사도들에게 위탁하셨습니다. 그리고 사도들은 주교들을 후계자로 남겨 놓았습니다. 이 사도들이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 그리고 그분과 함께한 공동생활에서 받은 것과 성령의 조언에 힘입어 배운 것을 설교와 모범과 제도로써 전달”(7항)해 준 것을 성전(聖傳), 곧 교회의 거룩한 전통이라고 합니다.

이 성전을 통하여 그리스도와 성령께서 사도들에게 맡기신 하느님의 말씀이 전달되다가 사도들과 그 직제자들이 성령께서 주시는 영감에 이끌려 성전(聖傳) 안에서 구원의 소식을 기록한 것이 신약성경입니다. 곧, ‘전해지는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이 생겨난 것입니다.

그러므로 개신교에서는 성전을 배제하고 성경만을 하느님 계시의 원천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가톨릭교회는 성경과 성전, “이 둘은 동일한 신적 원천에서 솟아나와 어떤 방식으로든 하나를 이루며, 같은 목적을 지향하고 있음”(9항)을 가르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복음을 선포하시고 사도들과 함께 생활하시던 때부터 성전은 생겨나고 있었으며, 그 전승 안에서 성경이 기록되었으니, 성전은 부수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경이 형성된 모태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성경이 있고 거기에 따라 교회공동체가 생긴 것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가 먼저 있고, 그 공동체의 삶(성전) 속에서 성경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사실 교회가 성경을 정경으로 인정하게 된 것도 성전을 통해서입니다. 초대교회의 많은 문헌 중에서 누가 이것은 성경이고 저것은 성경이 아니라고 정하였습니까? 그것은 교회가 자신이 물려받은 사도적 전통(성전) 안에서 성경의 정경 목록을 정한 것입니다.

따라서 성경은 살아 있는 전통(성전) 안에서 해석되어야 하며, 우리 신앙의 근거 역시 ‘성전을 통해 이해하고 해석된 성경’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회는 초 세기부터 신앙의 근거를 성경에서 찾아내되, 성경의 고정된 글자에서 신앙의 근거를 찾은 것이 아니라, 교회의 전통이 보존하고 이해하고 해석해 온 성경 안에서 신앙의 근거를 찾아내었습니다. 예를 들어 삼위일체 교의가 그러합니다. 이 교의는 예수님의 말씀과 바오로의 편지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한 분이신 하느님 안에 세 위격이라는 명확한 진술은 그 후의 성전을 통해 발견되는 우리의 신앙입니다.

이처럼 성경과 성전의 상호관계를 제시한 다음 계시헌장은 성경과 성전을 올바로 해석하는 직무가 “교회의 살아 있는 교도권에만 맡겨져 있다.”라고 밝힙니다. 성경과 성전이 모두 성령의 인도를 받는 교회의 신앙 체험으로부터 나온 것이므로, 그것을 이해하고 묵상하고 실천하는 일도 우리를 예수님의 몸이 되게 하시는 성령의 인도를 받아 교회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교도권이 성경이나 성전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 말씀에 종속되어 봉사”하기 위함이라는 점도 분명히 합니다(10항). [2013년 5월 19일 성령 강림 대축일 가톨릭마산 6면,
백남국 신부(요한, 사목국장)]


[신앙의 해] 계시헌장 하느님의 말씀 (4)


제3장 성경의 영감과 그 해석(11~13항)

제3장은 성경의 영감과 해석에 관한 내용입니다(11~13항). 먼저 헌장은 성경 저자의 문제에 관하여 이렇게 언급합니다. “성경을 저술하는 데에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선택하시고, 자기의 능력과 역량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활용하신다. 하느님께서 몸소 그들 안에 또 그들을 통하여 활동하시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든 것을, 또 원하시는 것만을 그들이 ‘참 저자’로서 기록하여 전달하도록 하셨다.”(11항)

성경의 원저자는 하느님이시지만, 또한 당신 말씀을 전달하시기 위해 인간을 선택하셨고, 그들의 역량을 그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한 채 그들을 이용하셨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교부들 이래의 전통적인 영감 이해, 곧 하느님께서 성경을 구술(口述)하셨다거나 인간을 도구로 사용하셨다는 표현과는 달리 인간 저자들의 역할을 부각시킨 것입니다.

이처럼 성경이 하느님의 이끄심에 의해 기록되었지만, 또한 구체적 시간과 장소에서 살아가던 인간의 손을 빌려 인간의 방식으로 기록된 것이라면 성경 말씀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의 문학 유형과 “그 지방 고유의 사고 방식, 언어 방식, 설명 방식 그리고 사람들이 상호 교류에서 관습적으로 사용하던 방식들을 면밀히 고려”(12항)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곧 성경해석에 있어서 학문적인 성경연구방법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해석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원칙은 이러한 학문적인 도움도 필요하지만 “성령의 도우심으로 읽고 해석”(12항)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성경은 성령을 통하여 쓰여진 것이므로 “성경 본문들의 뜻을 올바로 알아내기 위해서는 전체 교회의 살아있는 전통과 신앙의 유비뿐만 아니라 그에 못지않게 성경 전체 내용과 일체성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12항)라고 강조합니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가톨릭 교리서에서는 성경해석의 기준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1) ‘성경 전체의 내용과 단일성’에 유의한다. 성경은 하느님의 유일한 인간 구원 계획(구원의 경륜)을 수록한 책이고, 구원경륜의 핵심은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이심으로 성경 해석은 그리스도에게서 출발하고 그리스도에게 돌아와야 한다.

(2) 성경은 이미 말한 ‘신앙의 유산’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 해석도 신앙의 유산 안에서, 곧 성전에 따라서 이해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성경이 살아있는 하느님 백성의 성전 밖에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넓은 의미의 성전 안에 존재하는 것이므로 그 해석도 성전 안에서 성전을 따라서 이루어져야 한다.

(3) ‘신앙의 유비’에 유의한다. ‘신앙의 유비’(類比, Analogia fidei)란 전체 계시에 포함된 신앙의 진리들 상호 간의 일관성을 말하는데, 성경의 어떤 부분의 해석이 성경 전체의 의미와는 모순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가톨릭 교리서 109~114항).

그리고 이런 원칙으로 성경을 이해하려면 교회의 지도를 따라야 한다고 말합니다. 성경과 성전이 모두 성령의 인도를 받는 교회의 신앙 체험으로부터 나온 것이므로 그것을 이해하고 묵상하고 실천하는 일도 우리를 예수님의 몸이 되게 하시는 성령의 인도를 받아 교회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2013년 5월 26일 삼위일체 대축일 / 6월 2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가톨릭마산 6면,
백남국 신부(요한, 사목국장)]


[신앙의 해] 계시헌장 하느님의 말씀 (5)


제4장 구약성경(14~16항)

성경해석의 문제에 이어 4장에서는 구약성경, 곧 구약성경의 중요성과 신구약성경의 일관성에 관하여 말합니다.

구약성경에는 하느님께서 온 인류의 구원을 위해 지극한 사랑으로 세심하게 계획하시고 준비하신 역사가 기록되어 있음(14항)을 밝힙니다. 그리고 “구약성경은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원 그 이전 시대 사람들의 상황에 맞게, 하느님과 사람에 관해 알리고, 또 의롭고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사람을 대하신 방법을 모든 이에게 드러내고 있고” 또한 “그 안에 구원의 신비가 감추어져 있기에” 그리스도인들은 이 책을 경건하게 받아들여야 한다(15항)고 권고합니다.

그다음 구약성경은 불완전하거나 일시적인 것들을 포함하고 있기는 하지만 하느님의 참된 교육 방법을 보여줄 뿐 아니라 신약성경과 일관성을 이루고 있기에 “구약성경은 복음 선포에 온전히 수용되고 신약 안에서 그 완전한 의미를 얻고 드러내며, 다른 한 편으로 신약을 밝히고 설명해 준다.”(16항)라고 헌장은 강조합니다.

헌장의 강조대로 예수님께서는 신약의 기초로써 구약성경의 가치를 그대로 인정하셨습니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마태 5,17) 당신께서 바로 구약성경의 완성자라고 선포하셨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구약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데 필요한 출발점을 찾고, 구약성경을 우리 자신을 향해 열려 있는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또한, 신약성경을 구약성경에 비추어 해석하는 한편, 구약성경을 예수 그리스도에 비추어 재해석하는 것입니다.


제5장 신약성경(17~20항)

5장에서는 신약성경과 그 권위가 서술됩니다. 특히 18항에서는 복음서의 탁월한 위치에 대해서 “모든 성경 가운데, 또 신약성경 중에서도 복음서가 가장 뛰어나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왜냐하면, 복음서는 우리의 구원자, 사람이 되신 말씀의 삶과 가르침에 관한 으뜸가는 증언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복음서의 탁월성은 예수님의 탁월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곧 예수님께서 계시의 정점이며, 예수님과 함께 계시의 모든 내용이 다 이야기되었음을 말해주기에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에 관한 증언인 복음서가 다른 성경에 비해 탁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헌장은 복음서가 지닌 역사성도 특별히 강조합니다. 복음서 저자들이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술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기억과 회상이나 또는 처음부터 직접 눈으로 보고 말씀을 전파한 사람들의 증언을 바탕으로”(19항) 기록했기에 복음서들은 역사성을 지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20항에서는 네 복음서 이외에도 성 바오로의 편지와 다른 사도들의 기록들도 성령의 영감으로 저술되었다는 점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정경들은 하느님의 지혜로우신 배려로 주 그리스도께 관한 모든 것을 보증하고 바로 그분의 가르침을 더욱더 밝혀주며, 그리스도의 신적 활동이 지닌 구원 능력을 선포하고, 교회의 시작과 그 놀라운 확장을 이야기하고, 교회의 영광스러운 완성을 예고하고 있다.”(20항) [2013년 6월 9일 연중 제10주일 가톨릭마산 6면,
백남국 신부(요한, 사목국장)]


[신앙의 해] 계시헌장 하느님의 말씀 (6)


제6장 교회 생활과 성경(21~26항)

계시헌장의 마지막 6장은 교회 생활에서 성경이 차지하는 비중을 제시하면서 성경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21~26항).

먼저 21항에서 성경의 성사적인 가치를 강조합니다. 성경은 성령의 감도로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이므로 우리를 살리시는 생명의 양식이며 신앙생활을 길러주는 힘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특히 거룩한 전례를 거행하면서 그리스도의 몸의 식탁에서뿐만 아니라 하느님 말씀의 식탁에서도 끊임없이 생명의 빵을 취하고 신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성경은 성체와 함께 우리가 일용할 양식임을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매일의 식사가 육적인 생명을 지탱시키듯 매일의 성경봉독이 영적인 생명을 지탱시켜줍니다.

따라서 헌장은 모든 신자가 생명의 양식인 성경을 가까이할 수 있도록 그 나라 말로 성경을 번역할 것을 주문하면서 필요하다면 갈라져 나간 형제들과 공동으로 성경을 번역해서 함께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힙니다.(22항) 한국 교회에서 1977년에 발행된 ‘공동번역 성서’가 바로 이런 취지에서 개신교와 공동으로 번역된 성경입니다.

또한, 신자들이 성경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성경 연구 사도직의 필요성에 관해서도 강조합니다. “가톨릭 성경 해석자들과 신학자들은 교도권의 감독을 받으며 서로 합심하여 적합한 방법으로 성경을 연구하고 해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하여 가능한 한 많은 말씀의 봉사자들이 성경의 양식을 하느님 백성에게 풍성하게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23항) 따라서 사목자나 수도자들뿐 아니라 모든 신자들도 전례에서나 영적 독서 등을 통해 하느님 말씀을 가까이할 수 있기를 권고합니다.

그리고 하느님 말씀이 적절한 방식으로 온 인류 모든 사람에게 선포될 수 있도록 “비그리스도인들도 사용할 수 있고 그들의 조건에도 알맞은 주해를 갖춘 성경들도 출판해야 한다.”(25항)라고 강조합니다.

우리는 이상의 권고대로 성경 읽기를 생활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라는 예로니모 성인의 말씀처럼 모든 신자들은 거룩한 전례를 통해서, 영적 독서를 통해서, 성경 강좌를 통해서 자주 성경을 읽고 묵상해야 합니다.

그래서 헌장은 마지막으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을 읽고 공부함으로써 “주님의 말씀이 퍼져 나가 찬양을 받으며 교회에 맡겨진 계시의 보화가 인간의 마음에 더욱더 채워져야 한다. 성체 신비에 자주 다가감으로써 교회의 생명이 자라듯이, 영원히 살아 있는 하느님의 말씀을 더욱 공경함으로써 교회의 영적 생명이 새로운 힘을 얻어야 할 것이다.”(26항)라고 선언합니다. [2013년 6월 16일 연중 제11주일 가톨릭마산 6면,
백남국 신부(요한, 사목국장)]


[신앙의 해] 계시헌장 하느님의 말씀 (7)


3. 계시헌장의 영향

성경을 대하는 계시헌장의 이러한 가르침은 가톨릭교회 내에서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게 됩니다.

- 먼저, 많은 대학에서 가톨릭 학자들이 과학적으로 성경을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공의회 이전에 주로 문제가 된 것이 역사비평적인 연구 방법에 관한 수용이었다면, 계시헌장에서 그 수용은 이미 완결되었고, 이후로 역사비평만이 아니라 성경연구의 다양한 접근 방법을 발전시키게 됩니다. 그리하여 이런 다양한 과학적 성경 연구 방법은 이제 가톨릭 신앙의 적이 아니라 원군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신앙인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 극소수 학자들에게 머물러 있던 성경 운동이 많은 가톨릭 신자들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여러 가톨릭계 학교나 본당에서 기도와 함께 성경을 읽기 시작하였으며, 성경 공부가 신자 양성에 있어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 되었습니다.

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라 한국 교회에서도 1965년 주교회의 산하에 성서위원회가 설립되었으며, 다양한 성경 공부에 집중하는 사도직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나아가 하느님 말씀에 맛 들일 것을 강조한 공의회 가르침은 일반 신자들을 위한 성경 공부 모임으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성경 공부뿐 아니라 성경 필사를 통해서 하느님 말씀에 더욱 맛 들이려는 노력이 계속 확산되고 있습니다.

- 가톨릭 신자들이 성경을 개인적으로나 모임에서 읽는 것이 예사가 되었습니다.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이제 성경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기도하고 공부하며 성경을 통해 만난 하느님 체험을 나누기 위해 모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이런 모임이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남미에서는 이들 모임이 말씀과 삶을 서로 나누며 아주 힘 있게 발전하여 ‘작은 기초 교회 공동체’를 이루었고, 한국에서도 소공동체 운동을 통해 이런 말씀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 계시헌장의 내용대로 신자들이 모국어로 성경을 읽는 것이 전례의 중심이 되었으며, 설교는 항상 청중들의 삶과 관련을 맺게 하는 강론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라틴어로 쓰인 성경을 조용히 읽고, 신앙의 진리를 일방적으로 가르치듯 설교해 온 종전의 전례와는 비교해 볼 때 극적인 변화입니다. 공의회가 추진한 전례개혁은 「계시헌장」의 접근 방법을 전제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 가톨릭 신학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성경적으로 심화되었습니다. 예컨대 공의회의 「사제 교령」은 “모든 신학의 영혼과도 같아야 할 성경 공부를 신학생들은 각별히 힘써야 하겠다.”(16항)라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계시를 교의(敎義)적인 면이 아니라 인격적인 하느님과의 만남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신학에 반영되었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에서 “사람이 되신 말씀의 신비 안에서만 참으로 인간의 신비가 밝혀진다.”라는 「사목 헌장」 22항을 거듭 인용하면서 성경 말씀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2013년 6월 23일 민족의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가톨릭마산 6면,
백남국 신부(요한, 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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