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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19: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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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05 ㅣ No.452

[가톨릭신문-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공동기획 -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 (19)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 2

한층 다양 · 변화된 전례 활용으로 축제 기쁨 나누자


시기 · 대상에 따라 다양한 전례를 활용하며 신자들에게 전례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사진은 대구대교구 설정 100주년 기념 청년미사 중에서 강론 내용을 뮤지컬로 공연하고 있는 모습.


주일은 우리 신앙의 근간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5세기 초 교황 인노첸시오 1세는 “우리가 주일을 거행하는 것은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된 부활 때문”이라며 “부활 주일만이 아니라 돌아오는 주일마다 부활을 경축한다”고 증언했다.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주일을 거룩히 지내는 방법은 미사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가톨릭 ‘신앙의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 방안’을 모색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3차 정기총회는 폐막메시지를 통해 “신앙의 아름다움은 거룩한 전례 행위 안에서, 무엇보다 주일의 성찬례에서 특별히 빛나야 한다”며 “바로 전례거행을 통해 교회는 자신이 하느님의 작품임을 드러내고 복음의 의미를 말과 몸짓으로 눈앞에 보여준다”고 고백했다.

주일미사는 은총의 샘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부들은 전례헌장 10항에서 “마치 샘에서처럼 은총이 우리에게 흘러들고, 또한 교회의 다른 모든 활동이 그 목적으로 추구하는 인간 성화와 하느님 찬양이 가장 커다란 효과로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미사를 설명한다. 모든 교회 구성원이 미사를 통해 성사성을 드러내고 일치의 친교를 나누는 주일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며 그 기쁨을 나누는 축제의 날이다.

그러나 주일의 중요성으로 강조되는 ‘의무’가 오히려 주일의 은총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장애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미래사목연구소장 차동엽 신부는 “모더니즘 세대로 일컬어지는 50대 이상 세대에게는 ‘의무’란 익숙하고 참여열정을 일으키는 말이었지만 그 이후 세대, 즉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세대는 오히려 ‘의무’에 반감을 표하게 됐다”며 “미사를 ‘의무’가 아닌 은총의 관점으로 보고 자신에게 오는 의미와 효과를 정확하게 인식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목자들은 주일을 단순히 ‘의무’로만 여기지 않고 은총을 누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비신자 교리만으로는 미사의 의미를 알기 어려울 뿐 아니라 다양한 교육을 통한 꾸준한 신앙성숙이 미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서울대교구 사목국장 손희송 신부는 “신자들이 주일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하고 의무로만 여기면서 불필요한 부담감과 죄의식에 빠지는 일이 많다”면서 “미사를 바르게 이해하도록 배우고 성실한 미사 준비와 능동적인 참여로 진정한 자유를 주는 미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자들이 주일을 거룩하게 지낼 수 있도록 사목자를 비롯한 교회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사 전례의 집전자가 사제인 만큼 사제의 노력이 신자들의 미사 참례에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손희송 신부는 “사목자들은 복음과 신자들의 삶을 잘 연결시키는 강론을 충실히 준비해 신자들이 미사에서 영적인 힘을 얻어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시기와 대상에 따라 다양한 전례를 활용, 신자들에게 전례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교회 역사 속에 발달해온 다양한 전례와 현대화된 부분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미사를 더 깊이 체험하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가톨릭대학교 윤종식 신부(가톨릭 전례학회)는 “미사는 마치 밥과 같아서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지만 반찬은 바뀌어줘야 한다”면서 “다양한 양식의 미사뿐 아니라 강론·성가 등의 요소를 대상에 맞게 변화시켜 활용하면 신자들이 미사에 더 빠져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가톨릭신문, 2013년 5월 5일, 이승훈 기자]
 

미사 은총의 요소 어디에서 찾나

말씀 미리 읽고 묵상했더니 미사 중 온몸으로 감격 느껴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일미사 봉헌을 통해 은총을 얻는 것이라는 데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주일미사 은총의 요소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사제와 평신도, 전례학자와 본당 사목자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가톨릭대학교 윤종식 신부(가톨릭전례학회)는 “가톨릭교회의 전례는 2000년 교회 역사를 통해 형성된 것으로 개신교회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톨릭교회만의 보화”라며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의 모든 동작은 물론 미사 통상문 문구마다 깊은 의미와 은총의 요소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윤종식 신부는 “신자들이 전례의 구성 부분을 정확히 이해하고 미사를 드린다면 미사에서 받는 은총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본당 사목자인 서울 시흥동본당 주수욱 주임신부는 미사의 은총을 ‘강생하신 예수님을 실체적으로 만나는 성체성사의 신비’에서 찾았다. 주수욱 신부는 “미사 중 사제가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고 하는 짤막한 말에는 창세기 전체와 인류 구원사가 압축돼 있고 신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미사에서 대면한다는 확신을 가질 때, 신혼여행의 욕구보다도 강한 미사 참여의지를 갖게 되고 자연히 은총이 충만한 미사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미사의 전반부인 말씀의 전례에서 독서와 복음말씀을 귀담아 듣고 마음에 간직하면 영성체 때 주님을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은총을 얻는다며 말씀 전례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의견도 있다.

올해 사순시기 매일미사에 참례한 서울 당산동본당 청년연합회 배민아(마리아) 회장은 청년전례단원들과 주일미사에 참례하기 전 그날 복음말씀을 함께 읽고 묵상하면 강론이 가슴에 와 닿고 성찬의 전례에서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말했다. 특히 ‘하느님의 어린 양’ 부분에서는 온 몸에 전율이 흐르고 눈물이 솟구치는 황홀한 은총을 느낄 때가 있다고 소개했다. [가톨릭신문, 2013년 5월 5일, 박지순 기자]
 

신앙선조들은 어떻게 주일 지켰나

숨어서 기도문 외고 성경 읽는 등 박해 피하면서도 지킨 ‘주님의 날’


우리나라에서 시간을 7일 단위로 생활하고 주일마다 휴식을 취하게 된 때는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 일주일과 정기휴일이라는 관념이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은 바로 천주교가 들어오면서부터다. 우리나라에 ‘일요일’이 생기기 100여 년 전인 그때도 주일을 지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아직 ‘주일’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던 무렵에도 선조들은 주일을 지키려 노력했다. 성호 이익의 제자였던 홍유한의 기록을 보면 1770년 천주교 서적에서 7일마다 축일이 온다는 기록을 읽은 홍유한은 매달 7, 14, 21, 28일에는 일을 쉬고 기도에 전념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1784년 확실한 주일의 용어와 개념이 전파돼 선조들은 박해시대에도 전례력에 따른 주일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 신유박해 순교자 최필제가 체포되던 당시를 그린 성화(탁희성 작). 교우들과 함께 서울의 어느 약국에서 기도를 드리다 체포돼 참수를 당했다.


선조들에게도 역시 주일은 휴식과 기도, 선행 실천의 날이었다. 선조들은 이 휴식을 ‘파공(罷工)’이라고 부르며 기도하고 무엇보다도 미사전례에 참여했다. 그러나 박해로 미사를 드리기 어려웠던 신자들은 기도문을 ‘대신 외우며’(代誦) 주일을 보냈다. 「천주성교공과」에는 특정 축일이나 주일미사의 대송으로 해당 축일에 정해진 기도를 드리고 기도서가 없는 경우 ‘십자가의 길’을, ‘십자가의 길’도 바치기 어려우면 ‘주님의 기도’ 33번을 마치도록 했다. 또 글을 아는 사람은 성경을 보고 아랫사람들에게 가르치도록 했다.

신자들은 주일마다 비신자들에게 미행당하지 않으려고 은밀하게 집을 돌아가며 모여 기도했다. 성 베르뇌 주교는 파리외방전교회 본부에 보낸 서한에 “신자들은 주일에 주교가 명한 기도를 낮은 목소리로 외고 그날 복음의 해석을 듣는다”며 “나머지 시간은 묵주신공을 하고 교리문답을 배우며 아이들에게 교리문답을 가르치는 데 보낸다”고 기록했다.

선행도 주일의 덕목이었다. 1780년대 후반 원시보(야고보)는 주일과 축일에는 음식을 많이 장만하고 사람들을 불러 나눠 먹었다. 그는 모인 사람들에게 “오늘은 주님의 날이니 거룩한 기쁨으로 지내야 하고, 또 천주께서 주신 재산을 나눔으로써 그분의 은혜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이렇게 주일을 통해 선행을 실천하고 신앙을 전파하던 그는 인근 지역에 널리 알려지면서 체포돼 결국 1799년 순교했다. [가톨릭신문, 2013년 5월 5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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