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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부활의 영성: 요한 복음의 부활하신 예수님 발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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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04 ㅣ No.449

[부활의 영성] 요한 복음의 부활하신 예수님 발현 이야기


복음서는 부활 사건 그 자체를 서술하지 않고, 제자들이 어떻게 부활 신앙에 접근하게 되는지를 다양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요한 복음서는 20장과 21장에서 공관복음과는 아주 다르게 예수님의 부활 이야기를 전개한다.

‘빈 무덤 이야기 - 마리아 막달레나와 부활하신 예수님의 만남 - 제자들과 만남 - 토마스와 만남’으로 엮인 20장만 살펴보자. 이 이야기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경험한 제자들의 신앙고백을 ‘보다’라는 동사를 중심으로 전개한다. ‘수의를 보고 믿었다. - 목소리를 듣고 믿었다. -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고서 믿었다. - 토마스는 불신을 넘는 과정을 겪으면서 믿었다. - 보지 않고 믿는 이는 행복하다.’


보고 믿었다(20,1-10)

무덤에 간 마리아는 무덤이 빈 것을 보게 되고, 이를 요한과 베드로에게 전달하고, 이들은 무덤으로 뛰어가 봄으로써, 그녀의 말을 확인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무덤에서 요한이 본 것은 잘 개켜져 있는 예수님의 얼굴을 쌌던 수건과 흩어져 있는 수의였다. 곧 예수님 시신의 부재를 보았는데, 이 부재는 요한이 보고 믿은 징표로 이야기한다.

부재를 보고 믿었다는 것은 신앙적 직관에 따른 것이다. 눈에 보이는 부재가, 부재 이상의 현실로 이끌어진 것은 믿음에 의해서다. 그러나 아직 그 대상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여서 기쁨이나 놀라움 등의 감정을 언급하는 말은 없고, 다만 두 제자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라는 말만 나온다.

이 첫 번째 이야기는 믿음이, 보이는 이상의 현실을 읽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을 말한다. 곧 보이지 않는 가치(믿음, 우정, 사랑 등)를 통해서, 마음으로 볼 때 현실을 더 잘 볼 수가 있다.


목소리를 듣고 알아뵈었다

1코린 15장에 마리아 막달레나는 공적 증인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그녀에게 발현하셨다는 이야기는 매우 오래된 전승이다. 요한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마리아와 예수님의 극적인 만남을 전개하면서 이에 신학적인 의미를 부가시키고자 하였다.

이 이야기의 줄거리는 마리아가 돌아가신 분에 집착하여, 새로운 형태로 현존하시는 분을 알아보지 못하자, 주님께서 마리아의 이름을 부르시어 그분을 알아보게 하셨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통하여, 요한은 예수께서 과거의 형태로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교회 안에 현존하심을 깨우쳐주고자 한 것이다. 곧 한 인간으로서가 아닌 부활하신 분으로서 성령을 통하여 현존하심을 말하고 있다.

또한 주님께서는 마리아에게 새로운 소명을 주신다. 내 형제들을 찾아가서, “‘나는 내 아버지시며 너희의 아버지신 분, 내 하느님이시며 너희의 하느님이신 분께 올라간다.’ 하고 전하여라.” 더 이상 과거의 예수님께 집착하지 말고, 중재자 역할을 해주신 주님의 뒤를 이어 수직적으로 수평적으로 열린 관계를 위해 나아가라는 말씀이다.

이를 통하여, 초대 공동체에서 아주 가까운 시일 안에 예수님께서 재림하시리라고 믿는 신앙을 조금씩 버리고, 현존의 신학으로 발전함을 볼 수 있다.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

예수님께서 돌아가시자, 유다인들이 무서워 문을 닫아걸고 갇힌 생활을 하는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오시어,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하고 말씀하시며, 두려움으로 잠겼던 문을 열게 하신다.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안전하고는 다르다. 안전은 두려운 것을 없애야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 인생의 모든 두려운 것들을 어떻게 없앨 수 있는가?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안전을 초월하는 것으로, 불안전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평화로울 수가 있다. 이는 인간의 힘이 아니라, 그분 현존 안에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부활하신 분의 상처

그리고 주님을 알아보는 징표로 당신의 손과 옆구리의 상처를 제자들에게 보여주신다. 그분 생애에서 고통스러운 상처가 바로 부활하신 분을 알아뵙게 하는 징표가 된다. 부활하신 주님, 그리스도로 높이 받들여지신 분께서, 신비롭게도 인성의 상처자국을 지니고 계시다.

십자가의 상처와 부활은 분리할 수 없는 것으로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바로 이 상처에서 솟구쳐 나오는 것이다. 열린 옆구리, 못으로 뚫린 손과 발, 이는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의 상처다. 바로 이 상처가 우리의 돌과 같은 마음을 살과 같은 마음으로 바꾸어주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도 너희를 보낸다

요한 복음에서 예수님은 늘 성부로부터 보내지신 분으로 이야기된다. 성자께서 성부로부터 보내지심과 같이 제자들도 성자에 의해 보내진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부와 성자의 밀접한 관계 속에 성자가 보내진 것처럼, 부활 뒤에 오신 성령으로 제자들도 이러한 밀접한 관계 속에서 보내진다. 이렇게 예수님의 발현 이야기는 교회의 선교론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공관복음서들은 제자들의 불신앙을 단순하게 이야기하지만, 요한은 토마스라는 원형적인 인물을 통해서 이를 극단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예수님을 본 제자들의 말을 믿지 못하는 토마스는 “나는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라고까지 말한다.

봐야 하고, 또한 보는 것에도 만족을 못하고, 만져보고, 검증까지 해야 믿겠다는 인물, 주님을 만난 사람들의 증언을 믿지 못하는 인물이 토마스를 통하여 잘 그려져 있다. 토마스의 표징에 대한 요구는,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모든 제자들의 일반적인 태도였을 것인데, 이를 토마스를 통해서 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얼마나 예수님의 부활을 믿기가 어려운가를 보여주면서,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믿음은 표징을 요구하지 않는 행위다.


요한의 의도

이제 부활하신 분의 발현 시기가 끝나고, 직접 예수님을 본 사람들도 서서히 사라지고, 새로운 세대, 곧 사도 이후의 세대들을 대상으로 부활 신앙을 전달해야 하는 때가 왔다.

더 이상 부활 신앙은 예수님의 발현을 통해 얻어질 수 없고, 발현하신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의 증언을 믿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곧 오늘 우리에게, “성경에 쓰인 말씀을 읽고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주님을 뵈었다.”라고 토마스에게 말한 제자들의 증언을, 성경이 우리에게 대신 말해주고 있다. 성경은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에 대한 증언으로써, 성경을 읽는 우리를 이 신앙으로 초청한다. 우리가 바로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라는 말씀의 대상이다. 요한은 직접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지 못한 사람의 믿음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부활의 신비는 신앙으로 부르심이다. 부활절은 히브리어 ‘pessh’를 근원으로 하는데, ‘passage’의 의미로 ‘통과하다’, ‘뛰어넘다’는 뜻이다. 알지 못하는 현실에 뛰어들지 않고서,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종살이에서의 해방은 불가능했다.

교묘한 종살이를 버리는 용기, 미지의 현실에 뛰어들 수 있는 믿음, 사막에서의 임시적인 삶의 수락, 안락만을 원하는 유아적인 신앙을 버리는 용기로 가능하였다.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교회의 믿음에 응답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 생명의 근원이며 마지막이라는 것을 믿는 신앙 안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 바로 이 믿음이 죽은 자와 산 자의 세계의 경계를 뛰어넘는 부활 신앙으로 바꾸어준다. 곧 걱정과 두려움을 뛰어넘게 하고, 욕심과 이기주의적 삶에서 죽게 하며, 이웃과 단절된 삶에서 열린 인간이 되게 한다.

부활 신앙은 긍정적으로, 희망적으로 삶을 충만하게 살고자 갇힌 작은 자아를 열게 하는 용기를 갖게 한다.

* 김미정 아녜스 - 프랑스에 있는 성안드레아수녀회 수녀. 신학과정을 모두 프랑스에서 이수하고, 파리 예수회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지금까지 전임교수로 일하면서, 문화와 종교분과 책임을 맡고 있다. 불어로 「조화와 죄」를 출판하였고, 불어로 여러 공동저서를 출간하였다.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2년마다 한 학기씩 강의를 하고 있다(kmjagnes@gmail.com).

[경향잡지, 2013년 4월호, 김미정 아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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