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ㅣ우화
[행복] 물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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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한줌] 물소리
어느 한 유명한 수도자가 토굴을 지어서 도를 닦고 있었습니다. 수행자와 지인들이 자주 찾아오자 그 수도자는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혼자 조용히 공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제일 높은 산골짜기에 칩거해 있자니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여인이 나물을 캐러 왔다가 물었습니다. “이 깊은 산중에 왜 혼자 와서 사십니까?” 수도자가 대답했습니다. “조용한 곳에서 공부 좀 실컷 하려고 왔습니다.” 그러자 그 여인이 되물었습니다. “물소리는 안 시끄럽습니까?” 그 수도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물소리, 새소리는 안 시끄러운가?’ ‘이 세상 어딘들 시끄럽지 않는 곳이 있겠는가?’ 산꼭대기에 숨는다고 시끄러움을 벗어 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있는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에 있든지 자신이 쉬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수도자는 다시 하산하여 누가 뭐라 하건 자신의 일에 정진하여 덕망 높은 수도자가 되었습니다. ‘물소리, 새소리는 안 시끄럽습니까?’라는 말이 평생의 스승이 되었다고 합니다.
환경이나 조건이 바뀐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내가 서있는 자리가 바로 꽃자리인 것입니다.
[2015년 9월 20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대구주보 5면] 6 5,776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