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강론자료

2015-0218.....사순시작....재의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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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15-02-18 ㅣ No.1703

재의 수요일

요엘 2,12-18         2코린토 5,20-6,2       마태오 6,1-6.16-18

2015. 2. 18. 이태원 ( 06:00 )

<미사 시작 때에 하는 말>

오늘은 재의 수요일, 2015년도 사순시기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작의 마음자세부터가 아주 중요하다고 말할 때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사순(四旬)시기를 말하면서, 날짜로 40일을 계산하는 기간을 넘어, 회개와 참회의 시기를 가리키는 말이며, 부활을 미리 생각하고, 그에 참여할 준비를 생각하는 때입니다. 사순절의 첫째 날인 오늘 우리는 이마에 재를 얹으며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는 재의 수요일미사를 봉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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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 사순절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

오늘부터 우리는 사순절을 시작합니다. 시간으로는 벌써 6시간을 넘겼고, 미사를 시작한 다음에 재도 얹고 독서와 복음도 읽는 시간이 지났으니, 사순절을 셈하면서 남은 시간도 조금 더 줄어들었을 시간입니다. 세상에서 우리가 만나는 일을 항상 이렇게 셈하고, 그 의미를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때때로 시간을 생각하면서 우리가 중요하게 여길 일들은 있을 것입니다.

올해 사순절은 우리가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질문은 합니다만, 우리가 올해 사순절동안 드러낼 모습이 작년과 무엇이 다르겠는지 말하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사람의 생활이라는 것이 늘 거기에서 거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작년보다 올해 더 뛰어나게 움직일 수 있는 놀라운 방법을 몰라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이 사순절 기간을 잘 지낼 수 있는 아주 특별하고도 또 특별한 방법을 알고, 그것을 나누어주실 분이 있을까요?

예전에 신학교에서 동료나 선배들은 사순절이 되면 특별한 몇 가지 결심을 공개적으로 말했던 일이 있습니다. 담배를 피우던 사람들은 난 이 사순절동안 담배를 피우지 않을 거야!’ 하고 말하기도 했고, 좀 더 쉬운 것으로는 난 올해 사순절기간동안에는 다리를 꼬지 않을래.’ 하면서, 별로 특별하지도 않은 결심을 했던 일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동료나 선배들이 사순절의 끝까지 그 결심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는 모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사순절이면 흔히 강조하는 세 가지 행동에 대한 가르침을 들었습니다. 여러분이 우리 신앙공동체에서 삶의 지침으로 주는 내용을 오늘 처음으로 들은 분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오늘 말씀에서 무엇을 느끼셨습니까?

자선이 뭐 어려운가? 내가 가진 것을 나누라는 얘기야? 내가 남보다 더 많이 가진 게 있어야 나누지! 또 나만 나눈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나......하고 말할 분은 없을까요?

기도에 대해서는, 내가 늘 하는 게 기도인데, 뭘 더 하라는 것이지? 혹시 기도라는 말에 다른 뜻이 있다는 얘기야?

단식에 대해서는, 까짓것 한번 먹는 것 건너뛰면 되지, 그게 뭐 대수라고 그러는가? 몸무게를 줄이는 방법에도 아주 좋은 일일 텐데, 그냥 하면 되지.....!! 제가 상상한 표현입니다만, 여러분 가운데, 자선과 기도와 단식을 이렇게 생각할 분은 없을까요?

신앙인으로 올바르게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상상한 것과 같은 대답을 하고, 그 대답에 맞는 행동만 하는 것으로 충분한 일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것이야 신앙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세상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하는 행동일 텐데, 남들과 똑같은 일만 하고서, 그것을 신앙인이니까 내가 그만큼이라도 했다..... 어때 잘했지..... 하고 물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삶의 기준은 사람들에게 서로 다르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정치하는 사람으로 남들 앞에 나서려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우리가 자주 봐온 일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주로 남자의 얘기입니다만, 정치하는 사람자신과 자식은 절대로 군대에 가지 말아야 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위장전입은 필수코스이며, 사전정보를 알아내서 투기를 하고 아주 짧은 시간에 재산을 많이 불려야 하며, 세금은 절대로 내지 말아야 하는 것이 세상에서 통용되는 엘리트(=뛰어난 능력이 있거나 사회 또는 사회단체에서 지도적 입장에 있는, 소수의 빼어난 사람. 선량(選良))코스의 사람이라면, 그와 같은 삶의 조건들이 과연 신앙인의 삶에도 가능하겠느냐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에게 적용하는 삶의 기준과 신앙인에게 적용할 삶의 기준은 다릅니다. 혹시라도 이거나 저거나 별 차이 없다고 여기고, 왜 다르다고 생각해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신앙인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에서 한참이나 멀리 있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요엘예언자는 우리가 하느님께 다가서는 모습이 무엇인지를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옷이 아니라 마음을 찢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단식하고 하느님께 동정을 베풀어달라고 청하면 하느님은 우리에게 반응을 보이신다고 했습니다만, 겉으로 그렇게 드러내는 모습만으로도 가능한 일인지 우리가 잘 대답해야 합니다.

아주 오랜 옛날에 살던 사람들이 하느님을 따르고 이해했던 모습과 요즘의 우리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은 얼마나 차이가 나겠습니까? 사실 우리가 하느님의 마음에 들만큼만 계산해서 행동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입니다. 여차하면 그 계산은 하느님의 뜻에 맞거나 일치하는 분량이 아니라, 오로지 우리들의 생각과 주장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사랑의 하느님, 저희가 당신의 자비를 얻을 수 있는 은혜로운 때를 잘 맞이하고 하시고, 이 시간을 충실하게 지키고 따라서 구원에 이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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