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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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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1-04 ㅣ No.477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2013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 담화문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시는가?”(미카 6,6-8 참조)

 

 

주님 안에서 하나의 교회로 부름 받은 교우 여러분, 

 

2013년 한해는 우리 국민들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믿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뜻 깊은 시기입니다. 급변하는 시대의 물결 속에서 우리는 여성대통령을 맞이했고, 민생정치라는 새로운 정치쇄신의 변화를 모두가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인 불안과 경제적 구조의 양극화, 청년 실업과 교육정책의 부재 속에서 우리 사회는 세대 간의 갈등과 지역주의를 넘어 통합과 상생이 어우러진 정치의 전환점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가톨릭교회 역시 지난 해 교황님께서 선포하신 신앙의 해(2012년 10월 24일~2013년 11월 24일)의 취지를 살려 신앙인들의 마음 안에 뿌리 내린 세속화와 상대주의에서 탈피하는 새로운 영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의 요청 속에서 맞이한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1월 18일~25일)에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신앙의 구심점은 무엇입니까?

 

미카 예언자께서 하신 말씀대로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시는가?”(미카 6, 6-8 )입니다. 나라가 분열되고, 세속적가치가 영적가치들보다 우선시되고, 종교적 삶이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자기만족으로 퇴락하는 형태의 ‘우상숭배’가 판을 치는 시대 속에서 미카 예언자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외쳤던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에 대한 강력한 호소가 우리 모두에게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게 마음으로 다가옵니다. 미카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구해 내셨고, 그들이 계약을 통하여 존엄과 평등과 정의에 입각한 세상에서 살도록 부르셨다는 사실을 백성들에게 일깨워줍니다. 그래서 하느님을 향한 참 신앙은 개인의 성화와 사회 정의의 추구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줍니다. 단순한 예배와 희생 제물과 번제물이 아니라(6, 7 참조), 하느님께서 에집트의 종살이와 일상의 굴욕에서 우리를 구원하시는 데에는 우리가 “공정을 실천하고 신의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하느님과 함께 걷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6, 8 참조)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자신이 몸담고 있는 교회에 열심히 다니며 주일의 의무를 지키고, 봉헌금을 잘 내며, 개인의 행복만을 위해 기도하는 ‘편의점식 신앙’을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께서 가신 길을 같이 걸어가며, 나와 다른 신념을 가진 이들과 대화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그리고 온갖 형태의 제도적 모순으로 묶여 있는 이들의 해방을 선포하신 예수님의 참된 자유를 살아가면서, 이 땅에 불의한 사회 질서와 하느님 자녀의 품위를 거스르는 크고 작은 장애들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연대하는 것을 뜻합니다. 같은 그리스도인이면서도 교회의 역사 속에서 다른 종교인양 갈라져 분열을 겪은 그리스도인들은 오늘날 ‘교회 일치’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 섰습니다. ‘일치’는 같은 교회를 다니거나 같은 제도 아래서 신앙을 획일화하는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적 전통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한 신앙 공동체들 상호 간에 공통된 신앙 고백과 기도, 그리스도인으로서 나누는 삶의 대화, 복음적인 삶을 살면서 대면하게 되는 신앙의 걸림돌인 사회악에 맞서고, 공동선을 위해 함께 연대하는 실천적 고백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 사회는 배타적 복음주의 노선을 따르는 다수의 개신교 교파들의 목소리 때문에 교회일치가 요원하게 느껴지고, 개신교계 내부에서조차 이단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 일치를 염원하는 한국 개신교계는 올 해 전 세계 개신교계를 이끌고 있는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 WCC)의 제10차 총회를 부산에서 개최하면서 발전된 한국 개신교의 위상을 드러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총회의 주제는 “생명의 하느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란 주제로 참된 교회 일치가 교리적인 논쟁을 벗어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신 이유를 함께 고민하고, 이 땅에 정의와 평화가 꽃피기를 염원하고 있습니다. 로마 교황청 그리스도인 일치촉진평의회는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를 위해 금년 총회에 한국 천주교회가 적극 협조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으며,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불의한 사회질서와 제도적인 모순들을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한 마음으로 극복해내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야고보 사도는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말씀을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야고 1, 22)라고 말하며 우리 신앙의 소명 의식을 성찰하도록 초대하고 있습니다. 격동의 우리 한국 사회가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상 위에서 보여주신 깊은 사랑의 복음 정신을 기초로 삼아 모든 국민이 염원하는 새로운 가치질서들을 재발견하길 바랍니다. 분배의 정의와 정치질서의 쇄신, 도덕적 가치와 윤리적 양심의 회복, 평등한 기회와 권리, 생명과 창조질서의 회복, 혼인과 가정의 사회적 가치들을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더 이상 분열이 아닌 일치된 한 마음으로 이루어 내는 한 해가 되도록 열심히 기도하고 새 복음화의 삶을 실천함으로써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많은 이웃들에게 하느님 생명의 빛이 비추어지길 기원합니다.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김희중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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