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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아버지 여정: 먹는 게 남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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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8-18 ㅣ No.635

[아버지 여정] 먹는 게 남는 겁니다!


가족의 다른 말인 ‘식구(食口)’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한 집안에서 같이 살면서 끼니를 함께 먹는 사람”이라고 나옵니다. 곧 밥[食]을 함께 먹어야 비로소 한 식구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가족 모두가 바쁘다 보니 하루에 밥 한 끼 함께하기도 힘든 현실입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집에서 밥을 먹는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면 혼자 먹는 모습을 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아버지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아버지들 입장에서는 “먹고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함께 밥 먹는 게 뭐 그리 중요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주5일 근무제’에 이어 ‘주5일 수업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언제가 ‘놀토’인지 달력을 살펴볼 필요가 없어진 것이지요. 그 덕분에 토요일만 되면 우리나라의 모든 공원, 시장, 식당, 박물관 등은 더더욱 시끌벅적해지는 추세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토요일만 되면 모든 공원, 시장, 식당, 박물관 등이 문을 닫고 쉬는 나라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중교통도 운행되지 않고, 운 좋게 택시를 타더라도 30%의 할증 요금을 더 내야 합니다. 그래서 토요일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정에서 조용히 가족과 함께 지냅니다. 이 나라의 이름은 유다인의 나라 ‘이스라엘’입니다.

유다인은 전 세계에서 0.25%를 차지하는 소수민족이지만 노벨상을 차지하는 비율은 27%에 이릅니다. 미국 전체 국민 가운데 2%인 560만 명에 불과하지만 미국 총생산량의 15%를 차지합니다. 미국 3대 방송사와 할리우드 5대 메이저 영화사를 모두 설립 또는 인수하였고, 미국의 50대 기업 가운데 17개가 유다계 기업입니다.

또한 미국의 학계를 선도하는 아이비리그 교수진의 약 40%가 유다인입니다. 정치, 경제, 군사, 법조, 의학, 교육, 문화 등 유다인은 미국 사회의 각 분야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다인의 불가사의한 힘의 근원이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그중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 바로 정기적으로 안식일에 이루어지는 그들의 식사시간입니다. 그들의 식사시간은 단순히 밥을 먹는 개념이 아니라 ‘아버지를 중심으로 기도, 교육, 대화, 축복’이 이루어지는 시간입니다. 이것이 나라 없이 천 년을 살아오면서도 그들만의 고유한 민족성을 지켜낼 수 있었던 힘의 원천입니다.


오찬효과 - 음식을 함께하면 서로에 대한 호감이 높아진다

음식을 함께 먹으면 서로에 대한 호감과 유대감이 높아집니다. 이런 현상을 ‘오찬효과(Luncheon Effect)’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거나 서먹했던 관계를 풀고 싶을 때, “우리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라고 말합니다. 마찬가지로 아버지로 살아오면서 그간 가족에게 소홀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면 가족에게 먼저 이렇게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 날마다 밥 같이 먹자!”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 밥을 먹는 것은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닙니다. 인간의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가운데 사랑의 묘약이라고 불리는 ‘옥시토신(oxytocin)’은 정서적인 안정과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신체 면역력과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 옥시토신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음식을 먹는 동안 많은 양이 분비됩니다. 그래서 가족이 정기적으로 식사를 하는 것은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지키고, 특히 자녀의 정서적인 안정을 유지하 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약물중독센터(CASA)의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흡연, 음주, 약물로 인한 위험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서 정기적인 가족식사를 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족식사는 아이들의 학업성적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의 하버드 대학교에서 1980년대부터 생활수준이 비슷한 서민층을 대상으로 장기 추적 조사한 결과,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는 가정의 아이들의 학업성적과 사회에서의 성취도가 그렇지 않은 가정의 아이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조사가 실시된 적이 있는데, 중고등학교 100곳을 조사한 결과 각 학교 전교 1등을 차지한 학생들의 가족식사 횟수가 중간성적의 학생들보다 약 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교 1등을 차지한 학생들 가운데 가족식사를 하지 않는 경우는 5%에 불과했습니다.


가족식사는 학업성적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족식사가 학업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를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월터 미셸(Walter Mischel)교수의 ‘마시멜로 실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만 네 살짜리 아이들을 3시간 정도 공복을 유지하게 하여 배가 고프게 한 뒤 마시멜로 하나를 쥐어줍니다. 그리고 15분 동안 먹지 않고 참아내면 하나를 더 주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실험 결과 약 70%의 아이들은 참지 못했고, 약 30%의 아이들은 끝까지 참아내어 또 하나의 마시멜로를 얻어냈습니다.

10년이 지나 실험대상이었던 아이들의 삶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15분 동안 잘 참아냈던 아이들이 그렇지 못했던 아이들보다 심리적으로 건강하였고, 교우관계도 원만했으며, 미국의 수능인 SAT점수가 평균 210점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유는 미래의 더 큰 이익을 위해 현재의 욕구를 참아낼 줄 아는 ‘만족지연능력’의 차이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족지연능력이 길러지는 토대가 바로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는 밥상입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식사예절 교육과도 그 흐름을 같이합니다. 어른이 오시기 전까지 기다리고, 어른이 먼저 숟가락을 든 다음 식사를 시작하고, 온 가족이 식사를 다 마치기 전까지 자리를 지키고, 자신의 밥은 절대 남기지 않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식사예절을 통해 자녀들은 만족지연능력을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가 유다인에 버금가는 저력을 가진 이유도 이러한 고유한 식사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다만 지나치게 권위적인 분위기로 대화가 가로막히지 않도록 누군가가 중심을 잘 잡아줘야겠지요.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아버지가 있어야겠지요.

우리는 성체성사를 통해, 곧 함께 먹는 과정을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합니다. 가족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방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먹는 게 남는 겁니다. 함께 먹어야 가족으로 남는 겁니다.

* 권혁주 라자로 -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부, 가족관계 프로그램 개발 연구원. 그동안 서울대교구 혼인강좌, 부부여정, 아버지여정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경향잡지, 2012년 8월호, 글 권혁주 · 그림 하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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