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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성독지남: 파코미우스 규칙서에 나타난 렉시오 디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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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7-17 ㅣ No.363

[聖讀指南] 파코미우스 규칙서에 나타난 렉시오 디비나


사제관의 조그마한 창문 너머로 내다보이는 태양이 강렬하다. 벌써 이곳 파티마 병원에 둥지를 튼 지도 일 년이 되어 간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나의 기억 속에 스쳐 지나간다. 그중에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과 왠지 가슴 설레게 했던 아름다운 추억도 있다. 오래전 한 선배 신부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나쁜 것들은 빨리 빨리 떠나보내고, 좋은 추억들은 오래 고이 간직하는 것이 삶의 지혜이지!”

지난 시간에 우리는 파코미우스의 삶과 공동체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회 수도승 생활의 창시자인 그는 수도생활 안에서 언제나 성경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하였다. 그래서 그는 수도원에 입회하려는 지원자들에게 특별히 말씀에 대한 암기력을 요구하였으며, 또한 누구든지 성경을 읽고 배우려 하지 않는 자는 수도원 안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권고하였다. 이제 구체적으로 파코미우스 규칙서에 나타난 렉시오 디비나와 관계되는 부분들을 살펴보고자 하는데, 먼저 총 144항으로 되어 있는 <계명집>의 근거들을 함께 확인해 보자.

- 집회를 알리는 나팔 소리를 들으면 즉시 자기 방에서 나와 집회소의 문에 이르기까지 성경의 한 구절을 묵상(reciting)할 것이다(3항). ▶ 파코미우스 공동체의 수도자들은 이동하면서도 이렇게 하느님의 말씀을 놓치지 않고 끊임없이 암송하는 수행을 했다.

- 기도를 마칠 때에는, 서열에 있어 선임자가 성경의 어떤 구절을 반복하여 암송하면서 손으로 두드려 신호하면, 아무도 더디 일어나지 말고 모든 이가 동시에 일어설 것이다(6항). ▶ 여기에서는 공동체의 기도를 마칠 때에 선임자의 성경 구절 암송을 언급하고 있다.

- 계단 위 상석에 있는 이들은 한 집의 주간 당번으로 정하지 말 것이며, 그 대신 그들은 모든 이의 모임에서 성경의 어떤 대목을 읽을 것이다. 앉고 서는 서열에 따라 모든 이는 자기에게 배당된 구절들을 암기하며 기억으로부터 반복할 것이다(13항). ▶ 일상 안에서 말씀에 대한 끊임없는 기억과 반복을 여기에서도 강조하고 있다.

- 강론은 매주 세 번에 걸쳐 각 집의 으뜸들이 하며, 강론 동안 형제들은 자기 자리를 바꾸지 말고 집의 순서와 각 개인의 서열에 따라 앉아 있거나 서 있을 것이다(20항). ▶ 이 부분은 그리스어 본문에는 없는데, 아마도 후에 히에로니무스에 의해 첨가된 것 같다. 다른 사본에 의하면, 수도원 장상은 일주일에 3번(토요일에 한번 그리고 일요일에 두 번) 하느님 말씀에 대한 강론을 하였고, 각 집의 으뜸은 수요일과 금요일에 두 번 하였다(계명과 제도집, 15항 참조).

- 모임이 끝나면 각자는 나가 자기 방이나 식당에 갈 때까지 성경 중에 어떤 구절을 묵상, 즉 암송(reciting) 할 것이다. 묵상할 때에는 아무도 머리를 가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28항). ▶ 파코미우스 공동체의 수도자들은 이동 중일 때에도 하느님 말씀을 끊임없이 암송하는 수행을 했다.

- 종을 쳐서 형제들을 식당에 모이게 하는 이는 종을 치는 동안 묵상(암송-reciting)할 것이다(36항). ▶ 형제들에게 시간을 알려주는 종지기 역시 종을 치면서 말씀을 암송하는 수행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 식당 문 앞에서, 나가는 형제들에게 과자를 나누어주는 이는 나누어주는 동안 성경의 어떤 구절을 묵상(암송-reciting)할 것이다(37항). ▶ 공동 식사가 끝나고 나갈 때, 형제들에게 간식을 나눠주는 자 역시 말씀을 놓쳐서는 안 되고 말씀을 끊임없이 암송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 모든 집의 형제들이 함께 모이면, 첫째 집의 으뜸이 모든 이의 앞장을 설 것이다. 그리고 각 집의 순서와 각자의 서열에 따라 걸어갈 것이며, 이때 서로 이야기하지 말고 각자 성경의 어떤 구절을 묵상(암송-reciting)할 것이다(59항). ▶ 수도자들은 걸어갈 때도 다른 형제들과 잡담하지 말고 침묵 중에 말씀을 암송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 소임 중에 세속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고, 거룩한 것에 대해 묵상(암송 reciting)하든지 아니면 침묵할 것이다(60항). ▶ 형제들은 소임 중에도 세상적인 것들에 대해 잡담하지 말고 침묵 중에 말씀을 암송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 빵 만드는 이들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하겠다. 밀가루를 물에 개어 반죽하는 동안에 아무도 다른 이와 이야기하지 말 것이다. 아침에 화로나 화덕에 빵을 굽기 위해 용기에 담아가지고 올 때에도 마찬가지로 침묵을 지키고, 작업이 끝날 때까지 시편이나 성경의 어떤 구절을 묵상(암송-reciting)할 것이다. 무엇을 필요로 하면, 말하지 말고 신호하여 필요한 것을 가지고 오도록 할 것이다(116항). ▶ 형제들이 일을 할 때 침묵 중에 하느님 말씀을 암송하는 수행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러한 수행은 이미 은수자들이 오래 전부터 해오던 수행이었다. 파코미우스 역시 은수자였을 때, 그의 스승인 팔라몬과 함께 손노동을 하면서 성경에서 선택한 한 말씀을 끊임없이 암송하는 수행을 배웠다.

- 수도원에 처음으로 입회하려는 사람에게, 먼저 그가 지켜야 할 사항들을 미리 알려줄 것이며, 들은 다음 이 모든 것에 동의하면, 시편 스무 개나 혹은 바오로 사도의 서간 두 개나 혹은 나머지 성경의 한 부분을 그에게 주어 외우게 할 것이다. 만일 글을 모르는 사람이면, 그는 제1시와 제3시와 제6시에 자기를 가르치도록 배정해 준 이에게 가서 감사한 마음으로 열성을 다해 배울 것이다.(139항). ▶ 파코미우스 성인은 공동체에 입회하고자 하는 지원자들에게 특별히 성경 말씀에 대한 암기력을 강하게 요구하였다.

- 수도원 안에는 성경의 어떤 부분, 적어도 신약성경과 시편들을 읽거나 기억하려 하지 않는 사람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140항). ▶ 파코미우스 공동체의 수도자들은 항상 말씀을 읽고 그것을 기억 속에 간직해야 했다. 그리고 하루의 일과 안에서 끊임없이 말씀을 암송하는 수행을 해야 했다.

[분도, 2012년 여름호, 글 · 사진제공 허성준 가브리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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