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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 신유박해 순교자 시복시성 추진의 의미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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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0-31 ㅣ No.298

신유박해 순교자 시복 시성 추진의 의미와 전망


초기 박해시대 순교자 시성은 순교신심 계승, 신앙쇄신의 길

 

 

4대 박해 중 첫손에 꼽히는 신유박해(1801년)는 조선 땅에 신자공동체가 형성된 이후 전국적으로 이루어진 첫 공식 박해로서 한국교회사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신앙공동체가 채 형성되기도 전에 가해진 박해로 조선가톨릭교회는 거의 와해 직전까지 몰렸지만 신자들은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통해 결연히 신앙을 증거했고, 이는 한국교회에 '순교신심'이라는 소중한 전통을 물려 주었다. 

 

신유박해 순교 200주년을 맞아 최근 들어 한국교회가 초기 순교자들에 대한 시복 시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새 천년기를 맞아 '순교신심'을 계승함으로써 신앙 쇄신을 이루고 나아가 사회에서 사랑을 실천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우리 교회에는 이미 지난 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주례로 103위 성인이 시성된 바 있지만, 이들은 모두 기해박해(1839년) 이후의 순교자들일 뿐만 아니라 시복 시성 운동도 처음에는 파리외방전교회가 주도해 이루어졌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 한국교회가 추진중인 초기 박해시대 순교자들에 대한 시복 시성 운동은 우리 손으로 추진하는 첫 시복 시성 운동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자신의 생명을 바쳐 신앙과 진리를 증거하는 순교는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만남 속에서 그분과의 일치를 이루는 사랑의 완성이다. 이러한 사랑의 가치가 새 천년기에도 지속되도록 함으로써 신앙의 쇄신을 이루자는 것이 교회가 초기 순교자들에 대한 시복 시성운동을 전개하는 취지다. 순교자들의 삶을 드러내고 높이 받드는 순교자 현양은 반드시 이를 증거하는 삶의 실천을 통해 검증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운동을 통해 우리 교회와 신자들은 순교신심을 내면화하고 이를 대사회적 신심으로까지 승화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복음적 가치와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 점증하는 현실 속에서, 교회는 우리 교회의 전통적 신심인 순교신심을 계승함으로써 순교정신의 근거가 됐던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신앙인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시복 시성운동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순교자에 대한 연구와 시복 시성, 그리고 현양은 단순히 순교자 개개인을 위한 것일 수는 없다. 이는 세기말 이후 허물어져 가는 가정 가치와 생명 윤리, 도적적 해이, 회의주의,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순교자들의 신앙의 중심에 있었던 '사랑'을 통해 사회의 복음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따라서 북녘 동포와의 나눔이나 피폐해져 가는 농촌 살리기, 헌혈 및 장기기증, 환경운동 등에 대한 교회와 신자들의 실천은 순교신심에서 비롯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초기 박해시대 순교사에 대한 연구와 현양운동, 순교신심을 내면화하기 위한 각종 신앙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기획하고 시행하는 구체적인 노력들이 교회 안에서 다양하게 전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노력들이 가시화될 때만이 한국교회는 103명 순교자의 시성 이후 새로운 성인의 탄생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며, 순교신심은 우리 교회의 전통으로서 연면하게 이어질 것이다.

 

[평화신문, 2000년 1월 1일,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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