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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신앙과 심리: 자신감도 없고 우울해 밖에 나가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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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9-25 ㅣ No.340

[신앙과 심리] 자신감도 없고 우울해 밖에 나가기가

 

 

보통 체형의 20대, 조금은 엉켜 보이는 듯한 긴 생머리, 어두운 얼굴빛. D의 눈동자는 힘이 없고 상담자와 눈을 잘 맞추지 못했다. 발음은 분명하지 않고 생기가 없고 잘 알아듣기 힘든 작은 목소리로 매우 우울해 보였다. D는 직장 적응, 진로 결정 갈등, 스트레스, 압박감, 걱정, 근심, 피로, 자신감 부족, 체중 감소, 불면증, 우울, 무기력, 불안초조, 경제적 문제로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우울증은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주요 정신과 질환이다.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경쟁에 내몰리며 미래에 대한 불안, 열등감으로 인한 자기비하, 소외감으로 부적응 행동이 늘어가며 정서적 문제와 연관된 우울 증상은 더욱 보편화되고 있다. 지난 5월 31일 아파트에서 투신해 곡성군청 공무원 양대진 씨를 숨지게 하고 자신도 생을 마감한 공시생 유모(25)씨는 우울증을 겪으면서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 이렇듯 우울증이 자살로 연결되는 경우는 빈번하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가 아니라 ‘마음의 암’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들 대다수가 치료를 받지 않은 채 질환을 키운다는 점이다. 우울증 환자들이 떳떳이 커밍아웃해 관심과 배려 가운데 치유 받도록 도와야 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내 자살 사망자들의 ‘심리부검’ 결과에 따르면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의 88.4%가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를 갖고 있었다. 우울증 치료를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광주시 등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유씨처럼 20~30대 청년들이 취업 등으로 느끼는 우울감이나 스트레스는 지난 5년 간 상승 추세다. 지난해 기준 20대 남성 우울증 환자가 5년 사이 40% 증가한 2만 2,200명으로 집계됐다(전남일보 2016. 6. 13.). 한국의 우울증 환자는 서양에 비해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은 우울한 기분이나 표정을 표현하는 경우가 적고, 감정을 억누르면서 속으로 삭이다 병을 키우는 경향이 강한 탓’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삼성서울병원 정홍진 박사).

 

우울증의 발생과 지속기간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D는 태중에서부터 아버지의 폭력으로 불안이 높았고 늘 엄마를 보호해야 한다는 마음에 감정을 꾹 누르며 참고 살았다. 직장에서도 눈치를 보며 지나치게 긴장하다보니 작은 실수가 반복되었다. 자기가 맡은 일을 잘 하지 못하면 실패자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실수가 이어졌고 상사의 질책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사직하고 다른 직장을 구하고 싶어도,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혼란 상태였다. 그녀가 직장에서 실수로 몸이 굳어지고 긴장할 때면 어려서 화난 아버지의 말 “쓰레기 같은 X”이 떠올라 잘못하면 자신이 쓰레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갔고 취업한 성공적인 과정을 인정하지 못했다. 자신을 하찮은 존재라 여기며 만족하지 못하고 열등감에 빠지는 원인으로 가족, 특히 부모의 폭력적인 언행의 영향이 크다.

 

“아이쿠,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용케 견디고 살았네”라는 상담자의 공감에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한 채 오랫동안 오열했고 쏟아낸 눈물로 마음의 짐이 많이 가벼워졌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어려움을 타인에게 털어놓은 행위 자체가 무거운 마음을 덜어줬다.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에서 고통이라는 감정은 말로든 글로든 표현했을 때 더 이상 고통이 아니라고 말한다. 담아두기만 했던 마음을 표현하자 정서 해소가 되어 여지가 생기면서 자신의 문제를 다른 방향에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었다. 그녀가 자신을 돌아보며 선택하였던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꿔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난다. 둘째, 우울한 기분을 좀 더 유쾌한 활동으로 전환시켜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난다. 유쾌한 활동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친한 친구와 대화하기, 취미 활동, 재미있는 영화나 코미디물 보기, 맛있는 음식 먹기, 쇼핑, 명상 등을 말한다. 가족, 친구, 선후배, 동료 중에서 자신의 마음을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도록 그녀에게 대인관계 및 의사소통 기술을 교육하며 대인관계나 문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행동방식을 알게 도왔다. 그토록 힘들었던 고통스런 생각들이 바뀌자 삶의 또 다른 지평이 열렸다.

 

영성의 대가 안셀름 그륀 신부는 최근 우울증을 크게 걱정하며 이를 기도와 묵상과 같은 영성으로 다루는 법을 고민했고, 그 결과를 책으로 펴냈다. 그의 「우울증 벗어나기」는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적 측면이 아닌 영성의 눈으로 우울증을 바라보며 성경에서 찾아낸 치유법을 제시하고 있다. 우울증에 걸린 이들의 20가지 특징을 하나하나 살펴가며 ▲ 자기 연민에 빠지지 마라 ▲ 사랑하라, 사랑하게 될 것이다 ▲ 움켜쥔 그 손, 놓아 버려라 ▲ 자신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마라 ▲ 겸손으로 우울증과 화해하라 등의 처방을 내린다. 하지만 그는 우울증 치료를 영성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평화신문, 2011년 5월 22일).

 

“울어라, 눈물은 죽은 영혼도 살린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슬픔과 절망과 우울을 직면하고 들여다보는 용기, 우울증과 화해하는 용기, 우울증의 의미를 구하는 용기를 전하고 싶다. 하느님의 사랑이 단단히 굳어 버린 마음을 녹이고 하느님의 빛이 칠흑 같이 깜깜한 내면을 밝히리라고 희망하면서 우울증에 걸린 자신을 하느님의 사랑에 용감히 내맡겼으면 좋겠다”(안셀름 그륀 신부, 「우울증 벗어나기」 중).

 

* 유정인(리디아)씨는 한국 가톨릭 상담심리사 및 한국 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상담심리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메일 uli9942@hanmail.net

 

[외침, 2016년 9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글 유정인(유리심리상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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