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강론자료

2015-0327.....사순 제5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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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15-03-26 ㅣ No.1736

사순 제5주간 금요일

예레미야 20,10-13           요한 10,31-42

2015. 3. 27. 이태원

주제 : 내가 잘 산다고 칭찬해주는 사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우리는 귀에 부드러운 소리를 듣는 일을 좋아합니다. 이렇게 하는 말에 진실이 담겨있으려면, 현실에서 드러나는 모습도 좋아야한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지만, 실제로는 현실과 논리가 따로 놉니다. 다시 말해서, 드러나는 현실에 맘에 들만큼 좋지 않아도 사람은 자기 귀에 듣는 소리는 늘 좋은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괜찮을까요?

현실과 달리 귀에 들려오는 소리를 힘겨운 소리로 골라서 말하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그것을 드러내놓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것일 뿐입니다. 듣기에는 힘겨운 소리지만 진실인 소리를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내 삶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현실의 변화는 빨라지거나 느려질 것입니다.

오늘 예레미야예언자는 힘겨운 소리를 했습니다. 세상을 향해서 공포의 소리를 했다고 해서, 그를 박해당한다고 하느님께 하소연(!)’합니다만, 하느님은 그를 모른 체하십니다. 아직 하느님의 뜻이 드러날 때가 되지 않았다는 소리이지만, 하느님의 소리를 듣기 싫어했던 사람들은 그 현상을 가리켜 자기들이 승리했다고 알아듣습니다. 우리의 세상도 비슷할 것입니다. 공인으로서 만인들 위에 앉은 사람이 자신을 질책하는 소리를 명예훼손이라고 법에 고발합니다. 그런 세상에 세상의 변화를 향하여 외치는 예언자의 소리는 어떤 힘으로 드러나겠습니까? 예언자가 선포하는 하느님의 뜻이 담긴 소리가 제대로 열매를 맺어야 올바른 세상일 텐데, 실제로 그런 일은 이론에서만 머물고 맙니다. 세상을 기준으로 사는 사람들이 듣고 싶은 소리가 아니라는 얘기지요?

요한복음은 흔히 표징의 책이라고 하는 제목으로도 불립니다. 7개의 놀라운 표징/기적이야기와 그 의미를 설명하는 신앙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구조인데, 희랍철학을 바탕으로 하기에 요즘에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내용입니다. 그 내용을 복음에서 읽으면, 예수님이 얼마나 답답하실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 복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은 드러나는 표현을 문제로 삼으면서, 예수님께서 하고자하시는 말씀을 들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듣지 않는다는 얘기는 귀에 들려오는 내용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싫다는 감정을 앞세운다는 얘기가 될 것입니다. 그런 사람의 삶에 하느님의 축복은 언제 오겠습니까?

세상에 사는 사람이면, 비난보다는 칭찬을 좋아할 것입니다. 그러나 남들도 그렇게 산다고 해서 나마저도 아무런 비판의식은 없이 그렇게 따라 산다면, 내가 진정오로 선한 길을 가고 있다고 누가 말해주겠습니까? 다른 사람의 말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세상의 모습을 어떻게 읽고 대하느냐에 따라 아주 많은 것이 달라질 일입니다. 내게 공포가 담긴 소리를 하는 사람의 말뜻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지혜를 청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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