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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소작인들은 주인의 사랑하는 아들을 붙잡아 죽이고는 포도밭 밖으로 던져 버렸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13년 환경의 날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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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15 ㅣ No.498

2013년 환경의 날 담화문


“천지의 창조주를 저는 믿나이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태초에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 그래서 … 온갖 것을 다스리게 하자.”(창세 1,26)고 하시며 인간을 창조하셨습니다. 인간의 손길 아래 자연만물이 존재하는 것은 하느님의 섭리였던 것입니다. 자연만물을 다스린다는 것은 인간이 하느님의 뜻대로 자연을 돌보고 관리해야 하는 숭고한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잠시 맡기신 권한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우리에게 맡겨진 권한이 마치 영구적인 것인 양 착각하며 자연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행위들은 결국 징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십니다(마태 24, 45-51). 이러한 경고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유효합니다.

 

보다 많은 것을 소유하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은 공교롭게도 현대인에게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개발로 인한 이익은 결국 소수의 자본가에게 돌아가고 그 피해는 국민 대다수가 입는 현실이 이미 우리 사회에 많은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가야 할 방향을 바르게 세워야 한다는 진리를 역설적으로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풍광이 좋은 산골마을에 들어서는 골프장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난 주민들은 현재도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고, 4대강 사업은 많은 이들의 우려처럼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강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으며,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유지비와 관리비용이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에 와 있습니다. 또한 2011년 3월 11일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영광 핵발전소의 무리한 운전은 우리의 미래가 일본의 후쿠시마와 같은 사태를 맞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합니다. 전력의 대부분을 사용하는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하여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거미줄처럼 가르는 송전탑은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극심한 피해와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환경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토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영양댐의 경우처럼,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실제로는 지역과 국가의 실익 없이 개발사업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은 우리 사회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특히 핵발전소의 경우는 우리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잦은 고장과 비리 및 은폐사건으로 드러나는 불투명하고 비민주적인 운영은 사고의 위험을 높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수원과 에너지정책 당국은 핵발전소 확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제동장치 없이 끝을 모르고 달리는 폭주열차와도 같은 형국입니다. 

 

이것은 마치 “주인이 늦게 오는구나.”(마태 24, 48)하며 맡겨진 것을 자신의 것인 양 낭비하며 착취하는 불충실한 종의 모습과 같습니다. 우리는 자연만물을 통해 우리에게 주시는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드리며 하느님 나라가 완성되는 세상 끝날까지 우리 자신과 자연만물을 잘 보전하고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영광을 함께 나눌 충실한 종의 모습입니다. 이는 우리를 구원에로 이르게 하는 확실한 통로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현재와 미래의 위험한 행위와 요소들을 시급히 제거하거나 재정비해야 합니다. 

 

지역주민들의 갈등을 조장하고, 공동체를 피폐하게 하며, 국가재정에 커다란 부담을 주는 전국을 상대로 하는 무분별한 골프장 건설, 영양댐을 비롯한 불필요한 댐건설은 백지화되고, 4대강 사업의 정확한 평가와 함께 전면수정 작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정확한 에너지 수요와 공급, 관리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숙고 없이 에너지 소비를 부추기는 핵발전소 중심의 에너지정책은 변화되어야 합니다. 올 하반기에 세워질 ‘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 중심의 과소비형 에너지 정책이 아닌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의 확대를 통해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안전한 에너지정책이 전면적으로 채택되기를 바랍니다. 노후 핵발전소뿐만 아니라 신규 건설 중인 5기의 핵발전소와 계획 중인 6기의 핵발전소 확대 정책은 백지화되거나 재고하여 한국사회가 탈핵사회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가 애써 실천하는 환경보전운동은 하느님 나라 완성을 위해 하느님의 섭리에 귀 기울이고 동참하는 거룩한 행동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충실한 종처럼 하느님의 뜻대로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을 보전하는 것이 우리를 구원에로 이끄는 위대한 행위라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자연만물에 대한 책임 있는 사랑만이 우리를 하느님의 벗이 되게 합니다.

 

2013년 6월 5일 환경의 날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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