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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소작인들은 주인의 사랑하는 아들을 붙잡아 죽이고는 포도밭 밖으로 던져 버렸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13년 제3회 생명주일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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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4-15 ㅣ No.492

제3회 생명주일 담화문


인간생명은 마지막 순간까지 존귀합니다

- ‘연명치료 중단 논의’와 관련하여 -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오늘 우리는 제3회 생명주일을 맞이하였습니다. 생명주일은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인간생명을 임신(수정)되는 순간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하여 주교회의가 설정한 인간생명 수호 주일입니다. 올해 생명주일에는 최근 우리 사회에 제기되고 있는 인간생명의 마지막 단계의 연명치료 중단에 대하여 숙고하고자 합니다.

 

인간생명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우리의 삶에는 여러 가지 소중한 것들이 있지만, 생명은 그 모든 것의 근본을 이룹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소중한 것들은 모두 우리가 살아 있기에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창조하시어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을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를 통해 영원한 생명의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생명은 하느님 사랑의 선물이며 희망의 기반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가운데 아무도 죽기를 바라지 않고 생명을 얻어 살기를 바라십니다(에제 33, 11 참조). 따라서 우리가 희망을 잃고 삶을 포기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다른 사람을 죽게 하는 일은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입니다. 

 

우리는 생명의 선물을 받아 살찌우고 풍요롭게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것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그러합니다. 우리는 고통받는 이웃을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보살핌으로써 하느님의 선물인 인간생명을 보호하고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진정한 친교는 병들고 약한 이웃과 함께하는 가운데 이루어집니다. 교회가 거행하는 병자성사는 병들었거나 죽음을 맞이하는 이웃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주님의 품에 안기도록 돕는 것입니다. 

 

2. 현대의 의료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여, 한편으로는 각종 질병 치료와 건강 증진에 기여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생명과 건강을 돌볼 책임의식을 고취하기보다 의료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나아가 인간의 자연스런 죽음을 인위적으로 지연시키며 오히려 고통을 연장시키는 상황을 낳기도 합니다. 이리하여 죽음이 임박한 말기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어려운 윤리적 판단을 내려야만 하고, 따라서 무엇이 올바른 결정의 기준인가에 관한 물음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환자의 고유한 질병 상황에 따라 적절하고 ‘균형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합리적 치료’의 원칙(교황청 신앙교리성, 「안락사에 관한 선언」; 교황청 보건사목평의회, 「의료인 헌장」, 64항 참조)을 생명 말기의 치료에 관한 윤리적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이 자연스런 죽음의 과정을 인위적으로 방해하거나 재촉함이 없이 “온전한 책임과 존엄성을 지니고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안락사에 관한 선언」)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회피할 수 없는 죽음이 임박할 때, 불확실하고 고통스러운 생명의 연장을 보호해 줄 뿐인 치료법을 거부할 수 있는 결정은 양심 안에서 허용된다. 단, 유사한 병증의 환자에게 요구되는 정상적인 간호는 중단되지 않아야 한다.”(「안락사에 관한 선언」)고 가르칩니다. 

 

그러므로 어떤 치료 수단이 환자의 상태에 의거하여 과도하고 불균형적인 수단이라고 신중히 판단된다면 그것을 거부하는 것은 양심 안에서 허용됩니다. 그러나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생명을 의도적으로 단축시키는 안락사와 의사조력자살은 용인될 수 없습니다. 영양과 수분 공급, 통증 조절, 위생 관리 등 기본적인 돌봄에 해당하는 것을 중단하거나 거부하는 일도 용인될 수 없습니다. 

 

3. 의료인과 사목자는 삶의 마지막 시기를 맞이한 환자가 자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그들의 신체적, 정신적, 영적 고통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심리적 안정을 얻고 가족을 비롯하여 사람들과 애정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한편 자신이 고통 중에 있을 때나 이웃의 고통을 목격할 때 우리는 특별히 인간을 위해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을 묵상하고 그 고통에 참여하도록 초대받고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가톨릭교회는 40년 전부터 줄곧 낙태를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제14조의 삭제를 위하여 애써왔고, 30여 년 전부터 국내에서 호스피스와 가정 간호를 시작하여 병자들과 말기환자들을 돌보는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낙태반대운동은 인간생명의 초기 단계를 보호하는 운동이고, 호스피스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사람이 인간으로서 지닌 존엄성과 품위를 존중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인간적이고 인격적인 활동입니다. 우리가 생명의 문화, 사랑의 문화를 건설하고자 한다면 생명의 시작부터 말기에 이르기까지 생명 존중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 사회에 태아 보호와 호스피스의 문화가 더욱 정착되고 제도적으로도 뒷받침이 될 수 있도록 신앙인들과 정부 관계자 모두가 보다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주시기를 바라며, 생명운동에 헌신하는 분들에게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을 기원합니다.

 

2013년 5월 5일

제3회 생명주일에

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장봉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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