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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아버지 여정: 꾸중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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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1-28 ㅣ No.653

[아버지 여정] 꾸중의 기술


자녀의 잘못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아버지는 한밤에도 불이 꺼져있는 가로등과 같고, 지나치게 자녀에게 이래라 저래라 참견하는 아버지는 대낮에도 불이 켜져 있는 가로등과 같습니다. 좋은 아버지는 언제 켜야 할지, 언제 꺼야 할지를 정확하게 아는 아버지입니다.

그런데 자식 키워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자녀에게 엄하게 대하자니 자녀들의 기를 꺾어서 자신감을 잃게 만들까 두렵고, 그냥 내버려 두자니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될까 두렵습니다.

“매를 아끼는 이는 자식을 미워하는 자, 자식을 사랑하는 이는 벌로 다스린다”(잠언 13,24).

“아버지 여러분, 자녀들을 들볶지 마십시오. 그러다가 그들의 기를 꺾고 맙니다”(콜로 3,21).

우리가 긴장을 하거나 공포를 느끼게 되면 뇌를 각성시키는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됩니다. 이 물질이 적당히 분비되면 뇌를 맑고 강하게 만들어서 집중력을 높이고, 외부의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힘을 길러줍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면 불안과 발작을 일으킬 수 있고, 너무 적게 분비되면 옳지 않은 일을 하면서도 이에 대한 죄책감과 긴장감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자녀에게 적당한 긴장감을 주는 것은 자녀가 사회적으로 올바르게 행동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효과적인 꾸중의 기술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감정을 조절하며 간략하고 단호하게 꾸중한다.

자녀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즉각적으로 꾸짖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꾸중을 하기 전에 자녀가 왜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꾸중을 할 때는 단호하게 하되 감정의 개입은 피해야 합니다.

많은 아버지들은 자녀의 잘못된 행동을 참고 참다가 감정이 폭발한 상태에서 꾸중을 하다 보니, 말과 행동에 감정이 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를 내면서 꾸중을 하면 자녀는 자신이 혼나는 것은 자신의 잘못된 행동 때문이 아니라 아버지가 화가 났기 때문이라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② 자녀의 잘못된 행동과 그에 따른 벌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한다.

“너 또 말 안 들으면 그땐 죽을 줄 알아!”, “컴퓨터 끄고 공부 안 하면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려 버린다!”, “식사시간에 떠들면 입을 꿰매버릴 거야!” 이러한 실현 불가능한 과격한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컴퓨터를 1시간만 하겠다는 약속을 어기면 그때는 일주일 동안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게 될 거야!” 이런 식으로 잘못된 행동과 그에 따른 벌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③ 아버지 자신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지 않는다.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까 특별히 봐준다!”, “오늘은 내가 짜증이 나서 도저히 용서 못하겠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자녀들은 아버지에 대한 신뢰를 잃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아버지의 표정과 기분을 살피는 습관을 갖게 됩니다.

④ 자녀의 인격을 비난하지 말고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만 꾸중한다.

“넌 정말 나쁜 놈이야!”, “나중에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 “도대체 누구를 닮아서 그 모양이냐?” 이런 표현은 자녀의 잘못된 행동을 야단치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존재 자체를 비난하고 무시하는 것이 되어 자녀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특히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자녀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⑤ 고쳐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야단만 친다고 해서 자녀의 행동에 변화가 오는 것은 아닙니다. “어른들을 만나면 정중하게 인사드리면 좋겠구나!”, “책을 보고 나면 제자리에 꽂아다오!”, “자신이 먹은 그릇은 설거지통에 넣어주렴!” 이런 식으로 자녀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 줘야 합니다.

⑥ 체벌(體罰)은 극도로 신중히 결정한다.

체벌이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에 대한 논란은 뒤로하겠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체벌에는 반드시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첫째, 왜 체벌을 하는지에 대해서 사무적인 말투로 자녀에게 명확하게 설명해 줘야 합니다. 둘째, 반드시 손이나 발이 아닌 도구를 사용해야 합니다. 셋째, 어느 부위를 몇 대 어느 정도 강도로 맞을 것인지 사전에 알려줘야 합니다. 넷째, 감정을 완벽하게 제어하여 자녀에 대한 화풀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다섯째, 자녀는 체벌을 통해 충분한 벌을 받았기 때문에 체벌이 끝나면 더 이상 자녀를 질책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여섯째, 체벌은 최후의 수단으로만 활용되어야 합니다. 체벌을 습관적으로 활용하면 체벌의 강도가 점점 더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녀에게 체벌을 하는 목적은 자녀의 잘못된 행동을 수정하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원칙대로 체벌하지 않으면 자녀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억울하게 맞았다는 느낌만 가지게 되어 나중에 커서 힘이 세지면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생각을 무의식 속에 품게 됩니다.

그런데 체벌은 이러한 원칙들이 제대로 지켜지더라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오감인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중에서 가장 민감한 감각이 바로 ‘촉각’인데, 체벌은 촉각에 직접적인 개입을 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체벌을 당하는 자녀의 입장에서는 체벌과 폭력은 종이 한 장 차이도 안 된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당신이 무엇을 생각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행동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실제 생각한 대로 행동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 괴테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방법을 단순히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실제로 행동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실제 생각한 대로 행동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입니다.

자녀를 꾸짖는 일은 더욱 그렇습니다. 나 자신도 모르게 나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곧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양육받은 똑같은 방식으로 자녀를 대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필자도 예외는 아닙니다. 알면서도 하기 힘들고, 하면서도 제대로 하기 힘든 일, 그것이 아버지 노릇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이것을 알고 그대로 실천하면 너희는 행복하다”(요한 13,17).

* 권혁주 라자로 -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부, 가족관계 프로그램 개발 연구원. 그동안 서울대교구 혼인강좌, 부부여정, 아버지여정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경향잡지, 2012년 11월호, 글 권혁주 · 그림 하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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