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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일상 속 영화 이야기: 휴(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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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영화 이야기] 휴(休)
우리 사회는 ‘쉬는 것’, ‘노는 것’에 대해 일종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 정부의 주도 아래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일을 했고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결과를 이룬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게 열심히 일한 것은 인간으로서 최소한 누려야 할 의식주 문제의 심각한 상황을 극복하고 나아가 많은 사람들이 여유 있는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어느 정도 경제발전을 이룬 현재에도 휴식과 여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우리 사회 안에 존재한다. 그러한 시각은 사람들을 의심하고 감시하는 행위로 이어지고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일에 대한 의미를 퇴색시킨다. 사람들은 상사에게 보이기 위한 겉치레 행위에 집중하게 되고 그러한 분위기가 형성되면 공동체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
바이올린을 보관 할 때는 온도와 습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연주 이외의 시간에는 줄을 풀어놓는 것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만약 계속 줄을 감아놓은 채로 보관하거나 줄이 팽팽한 상태로 장기간 보관하면 다음 연주 때 음이 맞지 않고 브리지가 휘거나 앞판이 주저앉게 된다고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의심하고 감시하고 나사처럼 조이면 다음 일을 할 수 없고 사람들의 마음은 돌아서며 공동체는 주저앉게 된다. 쉴 수 있어야 한다. 쉬도록 해주어야 한다. 쉬는 것은 죄가 아니다. 영화를 보고 시답지 않은 비판을 하는 것보다는 잠시 스토리에 빠져 배우들의 마음이 되어보는 것, 그래서 잠시 현실을 잊고 휴식하는 것, 그것이 가장 좋은 영화관람 방법이다.
[월간빛, 2018년 8월호, 한승훈 안드레아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0 1,647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