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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영성의 대가들: 성 베네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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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12-09 ㅣ No.335

[우리의 영원한 귀감, 영성의 대가들] 성 베네딕도 (상)

 

 

서방 수도제도의 입법자 또는 수도생활의 사부(師父)라 불리는 성 베네딕도(480-547)는 시대가 요청했던 하느님의 사람으로서 모범적 삶을 살았으며 영적으로 절도와 조화를 이루는 훌륭한 수도 규칙서를 썼다. 그의 규칙서는 당시와 중세기의 수도생활 뿐 아니라 교회 및 사회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크게 기여하였고 오늘날도 그러하다. 우선 성인의 생애와 영성사 안에서의 역할을 살펴보기로 한다.

 

 

1. 생애

 

베네딕도의 삶과 행적에 관해 전해주는 역사적 자료는 그리 많지 않다. 그에 대한 출전은 대 그레고리오 교황이 쓴 '대화집' 제 2권 뿐이다. 이 책은 베네딕도 사후 50년이 채 안되던 539-544년 사이에 그의 제자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쓰여진 것이다. 저자는 베네딕도를 하느님의 사람의 전형, 백성을 위해 그리고 수도회를 위해 크게 기여하며 봉사한 카리스마적 인물로 묘사한다.

 

베네딕도는 480년경에 이탈리아 움브리아 지방의 노르치아(Norcia)의 한 명문가에서 태어났다. 그는 청년기에 수사학과 문학을 공부하기 위하여 로마에 갔다. 그는 그 도시에서 사회적 퇴폐와 동료들의 방종을 목격하면서 환멸을 느껴 그가 추구하던 학문에 회의를 갖게 되었으며 한편 영적 생활에 하느님의 부르심을 강하게 감지하게 되면서 그곳을 떠났다. 그리고 로마에서 70여 km 지점에 있는 수비아코(Subiaco)라는 한적한 산골로 들어가 한 동굴에서 은거하며 3년간 독수생활을 하였다. 이곳은 영성의 대가가 될 그가 회심의 초기를 지낸 뜻깊은 연고지이다. 그곳은 기도와 묵상, 극기 중에 성령께로부터 양성되던 수련의 장이었으며 하느님과의 진정한 친교의 만남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곳이었다. 한편 어느 때보다 맹렬한 유혹과 투쟁하면서 시련의 수행 여정기간을 지낸 곳이기도 하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그의 덕망이 점차 널리 알려져 많은이들이 지도를 받으러 왔다. 어느날 비코바로(Vicovaro)에 있던 수도원의 수사들이 찾아와 세상을 떠난 선임 원장을 이어 후임원장을 맡아주길 간청하였다. 그들의 간곡한 청원을 받아들여 원장으로 부임한 베네딕도는 규율이 문란하고 무질서한 그 수도원의 제도를 철저히 개혁하고자 하였다. 엄격한 규율을 요구하는 그에게 불만을 품은 수사들은 그를 해치려는 음모를 꾸몄다. 황당한 사건을 겪은 후 그는 동굴로 다시 돌아와 은둔생활을 하였다. 그의 주변에는 많은 구도자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을 위해 수비아코 산 주변에 12개의 수도원을 세워 각 공동체에 12명씩 분산 배정하여 생활하게 했으며 그는 중앙 수도원에서 수련자들을 지도하였다. 이것은 공동체적 행동양식에 잘 맞는 공생(共生)수도생활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는 그 지역 사제 플로렌시오와의 갈등으로 수비아코를 떠나야 했다. 평신도 신분의 베네딕도에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지도를 받는 데에 대한 그의 질투 때문이었다고 전해진다.

 

529년경 베네딕도는 로마에서 약 140km 떨어져 있는 카씨노 지방의 웅장한 산악 높은 지대에 정착하였다. 거기에 세례자 요한 성당, 성 마르티노 성당과 함께 새 수도원을 세웠는데 그곳이 오늘 성베네딕도 수도회의 본부가 있으며 역사적 명소가 된 몬테카시노(Montecassino)이다. 이 수도원에 점차 수도자들의 수가 증가하면서 베네딕도는 생활의 지침이 될 규칙의 필요성을 느꼈고 결국 수도생활의 규범이 될 역사적인 규칙서를 작성하였다. 이 규칙은 공동생활을 명백히 규정하고 순명을 최고의 덕으로 삼으며 재물의 사유(私有)를 금지하고 평생 한 수도원에 머무를 것(定住)과 특히 전례를 중요시하고 성교회의 가르침에 성실히 따를 것을 명하고 있다.

 

그는 몬테 카시노에 정착한 후엔 테라치나(Terracina)에 수도원 설립의 임무를 맡은 수도자들을 돕기 위한 단 한번의 방문 외에는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또한 수도원 근처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던 여동생 스콜라스티카와 그 동료들에게 수도규율을 만들어 주었으며 영적 및 경제적으로 지원하였다. 그는 스콜라스티카가 죽은 지 얼마 안되는 547년에 세상을 떠났다.

 

 

2. 영성사 안에서의 위치

 

1) 베네딕도는 서방 수도원 제도의 시조 또는 입법자로 불린다. 그것은 그가 수도생활을 처음 고안했다는 의미가 아니고 동방에서 시작되어 서방에 들어온 수도생활을 뿌리 내리게 한 분으로서 잘 정립된 수도규칙서를 작성하여 수도생활 역사에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는 뜻이다. 

 

베네딕도 이전에 12개의 수도 규칙서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으니 그것들이 베네딕도에게 도움을 주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중에서 아우구스티노의 수도 규칙서, 체사리오의 두 개의 규칙서 그리고 '스승의 규칙서'(Regula magistri)가 미친 영향은 현저하다. 체사리오의 둘째 규칙서는 베네딕도의 과업을 예시하고 준비시킨 역할을 했다고 본다. 예를 들면, 수도자들의 재산 공유와 정주를 엄격히 요구한다는 점이다. 베네딕도가 제일 많이 활용한 자료는 '스승의 규칙서'이다. 특히 베네딕도의 규칙서 제 1부의 많은 부분은 그 규칙서의 내용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므로 베네딕도는 규칙서를 창안한 것이 아니며 기존의 다양한 자료들의 본질적인 요소들에 그의 고유한 카리스마적인 견해들을 첨가하여 종합하면서 모범적 규칙서를 만든 것이다. 그의 규칙서는 실로 교회 역사 안에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쳐온 전형적인 것이다.

 

2) 베네딕도는 규칙서를 작성할 때 은수생활의 전통 및 동.서방 공동생활의 장점을 받아들이는 한편 전통적 수덕의 지나친 엄격성을 피하며 절제와 중용을 지키고자 하였다. 그의 규칙서에 의한 수도자들의 침묵과 고독을 겸한 공동생활은 영적 자유를 누리기 위한 세상으로부터의 은둔과 그리스도교적 이웃 사랑의 실천을 위한 형제적 친교라는 두 가지 이상을 조화롭게 묶었다.

 

3) 베네딕도의 규칙서는 서방사회의 생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것은 수도생활 뿐 아니라 교회 및 사회생활에까지 크게 기여한 것이다. 그러므로 교황 비오 12세는 베네딕도를 '유럽의 아버지'라 불렀으며 바오로 6세는 '유럽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하였다. 6세기 중엽부터 그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는 수도자들이 점점 늘어났으며 9세기 초 부터는 그들이 전 유럽에 퍼져나갔고 또한 많은 선교사들이 배출되고 파견되어 유럽의 새로운 문화를 일으켰던 것이다.

 

특히 베네딕도의 기도와 노동의 일치 및 조화에 대한 가르침은 경제 생활 뿐 아니라 영성적 차원에서도 그리고 인문주의 문화 및 교육적 차원에서도 중요성을 갖는다. 이미 동방의 수도자들도 사막이나 수도원 안에서 노동을 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노동은 오직 한 가지 주요한 과제인 기도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에 그 여가를 메꾸기 위한 수단 또는 불가피한 경제 생활의 방편 정도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베네딕도에겐 노동이 기도 옆에 놓인 다른 하나의 주요 과제로 고려되었으며 따라서 노동은 기도와 함께 매일의 시간표에 배정되어 부과되었다. 기도와 노동의 조화에 대한 가르침은 하느님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의 일치, 관상과 활동의 일치를 실현하도록 깨우쳐 주었으며, 노동의 가치를 과소 평가하던 시민들의 개화를 촉진했고 중세기 새로운 문화의 토대를 준비하며 박차를 가한 저변 쇄신운동이기도 했다.

 

4) 베네딕도는 시대적으로 요청되던 성령의 도구로서 뛰어난 카리스마적 인물이었다. 그는 철저한 쇄신을 주도하던 강력한 지도력을 지닌 수도원 장상이었다. 그러나 그는 말보다 오히려 행동으로 훌륭한 모범을 보여주면서 완덕에 나아가는 데 있어 사람들 각자의 특성에 따라 식별하여 적절한 방법으로 지도해 주던 권위있는 영적 아버지로서의 원장이길 원했다. 과연 그는 탁월한 영적 식별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의 규칙서는 당대 뿐 아니라 오늘까지 영적 식별을 위해 탐구해야할 소중한 고전이다. [가톨릭신문, 1999년 10월 31일, 박재만 신부(대전 대흥동 본당 주임)]

 

 

[우리의 영원한 귀감, 영성의 대가들] 성 베네딕도 (중)

 

 

3. 영성

 

베네딕도 영성의 주요한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공동체적 관상 생활을 강조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하느님을 찾는 기본적인 방법으로 기도, 하느님과 함께 하는 독서(lectio divina) 그리고 노동을 제시한다. 셋째로 그는 수도 생활에 투신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순명, 정주(定住) 그리고 생활의 전향이라는 세 가지 서원을 요구한다. 여기서 우선 앞의 두가지 특징을 살펴본다. 

 

3. 1. 공동체적 생활

 

베네딕도는 수도자를 네 가지 유형으로 열거한다(규칙 1장 참조). 하나는 수도원 규칙에 따르지 않고 자기 뜻대로 사는 개인주의적 수도자, 한 수도원에 정착하지 아니하고 이곳 저곳으로 옮겨 다니는 방랑 수도자, 공동체의 규칙과 아빠스 아래서 사는 공주(共住) 수도자, 그리고 은수자이다.

 

베네딕도는 앞에 언급한 두 부류의 수도자들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비난한다. 한편 은수자는 수도원에서 오랫동안 훈련을 받아 다른이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살며, 하느님의 도우심에 힘입어 악습을 극복하기에 충분한 사람이라고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그러한 부르심을 받은 수도자는 별로 많지 않다고 여기고, 오히려 공동체 안에서 정신적 지지, 영적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다.

 

그는 공동체 생활을 하는 수도자들을 그 대상으로 국한시켜 규칙서를 쓴다. 다른 수도자들과 구별되는 공주 수도자의 모습은 공동생활이다. 베네딕도는 공동생활이라는 용어 대신에 흔히 「같이 있다」, 「함께 한다」는 말로 표현하며, 그러한 공동체성은 영적으로 풍요로운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베네딕도는 수도원을 「주님 섬기기를 배우는 학교」라고 표현하며 수도자들은 이곳에서 하느님 섬기기를 배우고 익혀야 한다고 가르친다. 수도자는 악습을 제거하고 여러가지 덕을 닦으며 마음의 순결을 지속적으로 보존하는 데 있어 그의 나약함 때문에 필요로 하는 도움과 보호 그리고 적절한 여건과 기회를 공동 생활로부터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수도자는 적절하고 효과적인 도움을 공동체 안에서 받음으로써 「하느님의 계명의 길」을 빨리 달려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3. 2. 베네딕도 공동체의 생활 양식

 

「Ora et Labora」(기도하며 일하라)라는 베네딕도회의 금언은 베네딕도 성인의 유일한 저서인 [수도승의 규칙](Regula monachorum)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고 있지 않다. 그것은 그분의 가르침과 모범에 근거를 두고 뒷날 제자들이 요약한 생활 지표이다.

 

베네딕도는 수도자의 하루를 성모일도, 독서, 육체노동, 세 부분으로 조화있게 나누어 균형있는 생활을 하도록 시간을 규정했다. 

 

3. 2. 1. 기도

 

베네딕도는 기도가 하느님의 일이고 수도자들이 가장 중요시해야 할 근본적인 것임을 강조하면서 『자주 기도에 열중하라』(규칙 4장 56절)고 가르친다.

 

수도자들의 기도는 성무일도뿐 아니라 개인 기도 그리고 묵상 형식의 독서(lectio dicina)까지 포함한다. 그러나 그는 공동체가 함께 바치는 기도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며 강조한다. 베네딕도는 「규칙」의 많은 부분에서 공동기도인 성무일도에 대해 다루는데(8-18장 참조), 여덟 번의 시간시도를 위한 시편과 성서 독서들을 배정해주고 있다. 수도자는 150편의 시편들을 한 주간 동안에 다 외워야 하며 주일 새벽기도에는 항상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편 기도들을 중심점으로 해서 독서, 노동, 개인기도들이 그 둘레에 배열된다. 언제나 하루의 일과는 시간기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베네딕도는 시편 기도를 바치는 자세에 관해 가르친다. 이것은 기도의 내면성에 관한 것으로서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의 정신과 정성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무엇보다 기도자들은 성무일도를 바치는 동안에 함께 하시는 하느님의 특별한 현존을 상기하고 의식해야 한다. 그러한 의식 중에 두 가지의 기본적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하나는 하느님께 대한 경외심이다. 다른 하나는 기도자의 마음이 그 입술과 일치하고 목소리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즉 신심에서 우러나는 열의로 기도하는 것이다.

 

「규칙」은 개인기도에 관해 그리 많이 다루지 않으며 개인기도 시간을 따로 정하지 않고 있다. 독서와 노동이 기도의 연속이었던 수도자들에게 구태여 개인 기도에 대한 긴 언급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베네딕도에 의하면, 개인기도의 특성은 짧고 수수하애 한다. (20장 참조). 『많은 말로써가 아니라 마음의 순수함과 통회의 눈물로써 우리의 간청이 들어 허락되는 것임을 알 것이다… 그러므로 기도하 하느님의 은총에서 영감을 받은 열정으로 길어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기도는 짧고 순수해야 한다』 

 

3. 2. 2. Lectio divina (하느님과 함께 하는 독서)

 

베네딕도에게 오늘 흔히 「묵상기도」라고 부르는 마음의 기도는 「lectio divina」의 형식을 취한다. 하느님의 말씀인 성서를 읽으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의 말씀을 새기며 그분과 친교를 이루는 것이다.

 

「lectio divina」(divine reading)는 다른 말로 번역할 때 독특한 본래 의미를 나타내기 어려워 고대부터 수도원 안에서 계속 라틴어로 사용되어왔다. 「divina」(神的)이라는 형용사가 설명하고 나타내는 것은 「신심적」, 혹은 「영적」이라는 것보다 더 깊은 뜻을 지닌다. 그 독서를 「divina」로 형용하는 것은 그것을 통해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직접 말씀하시기 때문이다. 「lectio divina」는 하느님과 함께 하는 독서로서 인간이 하느님과 함께 하는 합동 작업이다. 하느님의 말씀을 단지 눈으로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의 귀로 듣는 것이다. 이러한 독서의 중요한 결실을 이루도록 하는 것은 성령의 은총이며 이에 응답하는 인간의 자세는 무엇보다 마음의 순결이다. 

 

3. 2. 3. 노동

 

노동은 공동기도, 「lectio divina」와 함께 베네딕도의 수도자들의 일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성인은 다음과 같은 목적에서 노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1) 한가함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한가함은 영혼의 원수이다』(규칙 48장)라고 말하면서 나태와 게으름의 해악을 경고한다. 건강이나 능력을 고려하여 일이나 기술을 형제들에게 맡기는 것이 아빠스의 과제이며, 한편 시굴자들은 아빠스의 허락에 따라 겸손되이 일해야 한다. 만일 어떤 이가 자기의 기술이 수도자에 기여한다고 교만한 자세를 보이면 아빠스는 그가 다시 겸손해질 때까지 그의 기술적 업무를 중단시킨다. 이같이 베네딕도는 수도자들의 영적 사정을 고려하여 적절히 노동을 배려하였다.

 

2) 노동은 생계 유지의 목적 이상의 가치가 있다. 그 동안에 전통적으로 노동이 기도와 단식을 위해 발해된다고 여겼으며 노동으로 인한 물질적 소득이 하느님께 대한 신뢰에 어긋날 수 있는 위협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베네딕도는 노동이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님을 때우치며 노동할 수 있도록 전통적 단식 규정을 완화시켰고 해가 짧은 계절엔 시간경 하나를 줄이는 것을 허락하기도 한다.

 

3) 노동은 이웃 사랑의 의무를 포함한다. 수도자들이 생산한 물건의 값을 정하는 데 있어 사회의 사람들이 파는 것보다 언제나 싸게 하여 모든 일에 하느님께서 영광을 받으시도록 해야한다. 수도자는 수도원 밖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일을 하는 것이다.

 

4) 노동의 또 하나의 주요 특면은 공동체와의 관련성이다. 각자는 공동체로부터 위임받은 일을 충실히 수행하며, 일손이 필요한 곳을 서로 돕는다. 수도자들이 언제나 수도 공동체 안에서 일할 수 있도록 노동과 생활에 꼭 필요한 시설들을 봉쇄 구역 안에 갖추어야 한다. 

 

베네딕도에게 일이란 육체를 통해서 하는 것으로 제한된다. 그러나 그의 분별력은 지적 능력을 가진 수도자들에게 공부와 연구를 위한 지적 노동의 시간을 허용한다. [가톨릭신문, 1999년 11월 14일, 박재만 신부(대전 대흥동 본당 주임)]

 

 

[우리의 영원한 귀감, 영성의 대가들] 성 베네딕도 (하)

 

 

3. 3 세가지 서원

 

성 베네딕도가 수도자들에게 요구한 서원은 세가지로 순명, 정주(定住), 수도자다운 생활의 전향이다(수도규칙 58, 17 참조). 그리고 겸손은 그의 가르침의 요약이다(수도규칙 7장 참조).

 

그에 의하면 수도자는 생활 전향이라는 철저한 회심을 통해 침묵, 고독, 절제 등 전통 은수자적 요소를 보존하면서 공동체에 정주하여, 겸손되이 규칙과 아빠스에 순명하면서 기도, 독서(lectio divina) 그리고 노동을 실천하는 중에 하느님을 찾는데 전념하는 사람이다.

 

3. 3. 1. 순명

 

수도자는 성서 말씀과 전통이 요구하는 것들과 공동체의 규칙, 그리고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원장에게 순명해야 한다(수도규칙 2, 1; 63, 13 참조). 이 순명은 불순명으로 인해 범한 죄로부터 벗어난다는 의미에서 하느님께 되돌아감을 뜻하는 것이다(수도규칙 서론 2 참조). 

 

그리스도께서 성부께 순명하셨듯이 그분을 본받아 수도자는 자신의 의지를 버리고 장상에게 순명해야 한다(수도규칙 서론 3; 5, 7, 13; 7, 34 참조).

 

베네딕도에 의하면 순명은 겸손에서 나오는 기본적인 덕으로서 중요하고 필수적인 것이다. 이것은 어느 것도 그리스도보다 더 소중히 여기지 아니하는 사람들에게 알맞는 일이며, 장상으로부터 명령받을 때 그것을 하느님의 명령으로 받아들여 지체없이 실행하는 자세이다(수도규칙 5, 1-4 참조).

 

수도자는 힘든 일이나 불가능한 일을 명령받았을 경우 일단 순종의 자세로 받아들일 것이며 적절한 때에 불가능한 사유를 장상에게 설명한다. 그렇게 한 후에도 장상이 이미 결정한 명령을 고수할 경우엔 그것이 자신에게 유익한 줄 알고 하느님의 도우심을 믿으며 사랑으로 순종해야 한다(수도규칙 68, 1-5 참조). 순명은 장상에 대해서 뿐 아니라 형제들 사이에서도 서로 요구되는 것이다(수도규칙 71, 1-2 참조).

 

3. 3. 2. 정주(定住)

 

베네딕도는 그의 '수도규칙'에서 '정주'라는 낱말을 '항구심', '인내심'이라는 낱말과 같이 사용한다. 정주는 정해진 곳을 떠나지 않고 머무른다는 하나의 규칙대로 살기로 서원한 수도원에 일생 동안 거주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그것은 정해진 장소에 신체적 머물음이란 국한된 개념이 아니고 한 번 정한 마음을 끝까지 바꾸지 않는 내적 견실성과 항구성을 포함한다(58, 9 참조).

 

베네딕도는 수도자들이 정주 서원으로 공동체에 견고히 결속되어, 공동 생활의 부담을 벗어버리려는 자세의 이기주의적 수도자(sarabiata)나 떠돌아다니는 방랑수도자(gyrobagus)(수도규칙 1장 참조)가 되지 않도록 예방하고자 한다. 수도자들은 정주 서원을 통해 완전히 공동 생활에 자신을 위탁하며 절박하거나 중대한 이유를 제외하고는 일생을 그 수도원 안에서 지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은 정주를 통하여 가정을 이룬다. 가정 정신은 참다운 겸손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서로간의 염려와 기쁨에 찬 형제애이다. 수도자들은 정주로써 일생 동안 한 수도원에서 규칙을 철저히 따르고 그들을 보살피는 아빠스에게 순종하면서 가장 낮은 자리를 찾아 겸손되이 봉사하면서 생활한다. 

 

베네딕도는 수도자들이 충일하고 보람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그들의 공동체가 진정으로 수도원다운 분위기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보면서 봉쇄와 정주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봉쇄의 목적은 세상을 수도원 안에 끌어들이지 않으려는 것이며 한편 정주의 목적은 수도자들을 수도원 안에 머무르게 하여 그들의 임무인 수덕과 마음의 순결보존에 정진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봉쇄적 정주 생활은 수도자들이 악습을 고치고 덕을 닦는 봉헌생활에 전념하도록 기여하는 것이다. 

 

3. 3. 3. 수도자다운 생활의 전향

 

수도자다운 생활 전향은 수도생활의 직접적인 목표 곧 마음의 순결과 관계를 갖게 되며 또한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필요한 수단들과 관련을 맺게 된다. 수도자는 이 서원을 통해 수도생활의 이상을 추구하면서 또한 '수도 규칙'이 요구하는 생활 방식을 따르면서 자신을 교정하고 개선할 임무를 스스로 부과하는 것이다. 이 서원의 내용은 수도자다운 생활로서 '규칙에 따라 사는 생활'이며 '수도원에서 공동으로 사는 생활', '수도원 안에서 규칙과 아빠스 밑에서 사는 생활'을 포함한다. 베네딕도 수도자는 '수도규칙'의 규정과 지침에 따라 자신의 생활을 개선하고 전향할 것을 서원한다. 

 

그것은 성격상 전적으로 회수도적이며 정주 중에 공동체의 이상을 구현하면서 규칙과 아빠스 밑에서 사는 공동생활에 일생을 바치는 베네딕도회 특유의 수도생활 형태인 것이다. 수도적 생활 전향의 서원에 충실한 베네딕도 수도자의 본질적이며 진정한 하나의 표지는 완성을 추구하는 열정이다(수도규칙 72장 참조). 이 열정은 사랑이며, 사랑은 마음의 순결이다.

 

3. 4. 겸손

 

'겸손'은 베네딕도의 전체 가르침을 요약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영성 생활에 관한 그의 모든 가르침은 '수도규칙'의 제 7장 '겸손에 대하여'에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겸손은 성성(거룩함)을 추구하는데 가장 기본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자세이다. 베네딕도는 야곱이 꿈에서 본 '층계'에서(창세 28, 12 참조) 수도자가 하느님께 이르는 길을 연상한다. 그는 그 층계를 하느님께 도달하도록 하는 겸손의 단계로 보며 12단계로 나눈다. 

 

겸손의 첫 단계는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을 잠시도 잊지 않는 것이다. 그분의 현존 앞에서 경외심을 가지고 언제나 죄와 악습, 이기적 욕망에서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한다. 둘째 단계는 자신의 뜻을 버리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다. 아버지의 뜻을 따르고 그리스도의 모범을 행동으로 본받아야 한다. 셋째 단계는 그리스도께서 죽기까지 아버지께 순종하셨듯이, 장상에게 순명하는 것이다. 넷째 단계는 순명 중에 겪게 될 어려움과 시련 중에 닥쳐오는 고통을 참아내는 인내를 요구한다. 여섯째 단계는 자신을 낮추어 모든 것과 온갖 여건에 만족하는 평온함이다. 일곱째 단계는 모든 사람 중에 가장 작은 사람이라는 것을 말로 표현할 뿐 아니라 마음으로 확신하는 자기 낮춤이다. 여덟째 단계는 공동체와의 일치이다. 공동규칙이나 장상들의 모범이 권고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행하지 않는다. 아홉째 단계는 혀를 억제하며 절도를 지키는 침묵의 자세이다. 열 번째 단계는 감정의 조절이다. 열한번째 단계는 지혜롭고 절도있게 말하는 것이다. 열두번째 단계는 마음과 행동으로 언제나 겸손을 드러낸다.

 

베네딕도에 의하면 수도자는 겸손의 이 모든 단계를 오르면서 하느님의 사랑에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이 완전한 사랑의 단계에 이르는 이는 공포심 때문에 지켜오던 모든 것을 이제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과 덕행에 대한 기쁨에서 기꺼이 실천하게 된다. [가톨릭신문, 1999년 11월 21일, 박재만 신부(대전 대흥동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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