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성인ㅣ순교자ㅣ성지

[순교자] 불꽃 같은 삶을 산 복자 가이오: 일본 속의 한국인 전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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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0-31 ㅣ No.268

불꽃같은 삶을 산 복자 가이오: 일본 속의 한국인 전도회장

 

 

교황 비오 9세는 1867년 7월 7일 일본의 순교자 205위를 복자로 선포하였다. 205위 순교복자 가운데는 우리 나라 사람이 열 명이나 포함되어 있는데, 복자(福者) 가이오(Caio)는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가이오는 일찍이 인생의 참된 행복에 대한 열망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자기가 생각하는 행복에 대한 명상을 하기 위해 집을 떠나 한적한 산속 동굴로 들어갔다. 이 젊은 독수자(獨修者)는 동굴 속에서 혼자 철저히 순결을 지키며 자기 극복을 위해 엄격한 금욕생활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명상에 잠겨있는 그에게 한 위엄 있는 분이 나타나 "용기를 가져라! 일 년 안에 너는 바다를 건널 것이요. 많은 노력과 피로를 겪은 뒤에 네가 바라는 바를 이루리라"고 했다.

 

바로 그해 일본은 임진왜란을 일으켰고, 젊은 독수자 가이오는 왜군의 포로가 되었다. 그를 태워 일본으로 가던 배가 대마도 가까이에서 풍랑을 만나 파선되었다. 다행스럽게 가이오는 해변으로 밀려나와 겨우 생명을 구했다. 생명을 구하고 다시 자유의 몸이 되어 구도자의 길을 계속 걷던 그는 승려들의 엄격한 생활에 매료되어 일본 교토(京部)에 있던 유명한 절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수도생활을 하던 가이오는 자신이 길을 잘못 들었음을 뉘우치며 절을 떠났다. 절을 떠나 마을로 내려오던 그는 마을의 한 부인을 만났다. 부인이 가이오를 보고 물었다. "당신이 절을 떠나는 것은 구도자로서 그 길을 포기하는 것입니까?" 가이오는 "아니오 내가 찾는 길이 절에는 없어 떠남이요, 내 구도적 갈망은 오히려 더 깊을 뿐입니다."

 

그러자 부인이 그를 예수회학교로 데려가 사제를 만나게 해주었다. 가이오는 천주교 교리를 공부하면서 메마른 사막이 물을 빨아들이듯 진리를 받아들이고 간절한 마음으로 세례를 청하였다. 그에게 교리를 가르치던 신부가 세례 기념으로 상본 한 장을 그에게 주었을 때 그는 깜짝 놀라며, "아이구! 내가 동굴에 있을 때 나타나 지금까지 내게 일어난 모든 것을 미리 말씀하신 그 분이십니다" 하고 외쳤다.

 

파란만장한 생애로 진리를 추구하며 독특한 영적 체험을 하고 성세성사로 입교한 그의 삶은 마치 밤하늘에 불타는 한 덩이 횃불과 같았다. 그는 선교사를 수양하며 병자, 특별히 나병환자들 간호에 헌신하였다. 지나칠 정도로 행하는 극기와 보속, 불행한 이웃에 대한 헌신, 선교사들을 위한 봉사에 열중하여 그들의 노고와 위험을 함께 하며 형제들의 영혼구원에 열성을 다했다.

 

이 선택된 영혼이 보여주지 아니한 덕행과 모범이 없었다. 가이오는 그가 세례 받기 이전부터 자기에게 내려주신 무수한 주님의 은총을 깊이 감사하며 그 모든 봉사를 조금도 힘겨워하지 않고 기쁨과 감사의 표시로 행하였다.

 

불꽃으로 타오르는 듯한 삶을 살던 그는 일본의 금교정책으로 체포되어 나가사키 감옥으로 압송되었다. 가장 포악한 옥리가 그를 고문하여 온갖 형벌을 가하여 배교하도록 했다. 그리고 가이오가 배교하면 큰 상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기고만장한 형리는 토굴 속에 감금된 가이오에게로 갔고, 일주일이 될 무렵 오히려 형리는 지극히 온순한 태도로 형리직을 사직하고 천주교 신자가 되겠노라고 하여 관리를 놀라게 했다.

 

어떤 형벌이라도 가이오의 배교를 기대할 수 없음을 안 관리는 이미 수많은 고초를 겪은 그에게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사형을 집행했다. 가이오는 타는 불길이 아니라 약하게 이는 불속에서 서서히 타죽게 하는 화형을 당했다. 이 불속에서 가이오는 순교했다. 그러나 그 잔인한 화형은 오히려 주님을 향한 불꽃같은 복자 가이오의 장엄한 삶을 더욱 고결하게 완성시켰다.

 

[경향잡지, 1997년 3월호, 김길수(대구가톨릭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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