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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선교2: 한국교회의 성장과 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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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08 ㅣ No.73

[공의회는 끝나지 않았다] 선교 2. 한국교회의 성장과 선교


“새 시대 새 요구에 주목하라”

 

 

- 7~80년대 한국 천주교회의 급성장세는 내부적인 요인 보다 민주화운동, 교황 방문과 세계성체대회 등과 같은 교회 외적인 원인, 즉 사회에 대한 교회의 영향력, 교회와 사회의 관계성에 의한 것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진은 89년 한국에서 열린 세계성체대회 모습.

 

 

지난해 5월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5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대해 가톨릭신문은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천주교 신자가…국내 종교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11월 1일을 기준으로 천주교 인구는 514만6000명으로 10년 전의 295만1000명보다 219만명(74.4%)이 증가해 전체 인구의 10.9%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가톨릭신문 2005년 6월 4일자)

 

 

선교에 대한 안도감?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불교는 3.9%가 증가한 1072만6000명으로 답보 상태에 머물렀고, 개신교의 경우에는 1.6%가 줄어든 861만6000명에 머물렀다.

 

이 결과는 종교계에 거의 충격에 가까운 파장을 불러왔다. 특히 공격적일 정도로 적극적으로 전교에 임했던 개신교계에는 선교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감 마저 불러왔다.

 

실제로 개신교계에서는 천주교의 증가 요인을 분석하고, 개신교에서 천주교로 개종한 이들의 사례를 청취해야 할 정도로 그 위기감은 급박한 것이었다. 반대로 이전까지 교세 증가율의 둔화로 위기 의식을 느꼈던 천주교회는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통계 수치와 그것이 지시하는 의미에 대해 몇 가지 문제점을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우선, 통계청의 조사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가 매년 발표하는 교회 통계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아직 분석이 완결되지 않았기에 통계상 차이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 문제점은 우선 통계청이 발표한 수치만을 놓고 따질 때에도, 지난 10년간의 높은 교세 신장율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통계청 조사만을 보더라도, 1985년 한국 천주교회의 교세는 186만5000여 명으로, 이후 10년 동안 약 58%의 증가를 보여 1995년 295만1000여 명을 기록했다.

 

교회 통계를 보면 그 추이가 더욱 뚜렷하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의 통계에 근거할 때, 지난 10년간 신자 증가율은 1995년 345만1266명에서 2005년 466만7238명으로 약 121만6000여 명이 늘어 35.2%에 머물렀다. 이는 74.4% 증가라는 통계청 수치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

 

그런데 이전 10년간, 즉 1985년부터 1995년까지 10년간에는 72.9%가 증가했다. 구체적으로는 1985년 199만5905명에서 1995년 345만1266명으로 145만5000여 명이 늘었다. 이는 통계청 조사에서 1995년부터 2005년까지의 증가율과 맞먹는 수치이다.

 

통계청의 수치와 교회 공식 통계가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지만, 어쨌든 1985년부터 2005년까지 20년이라는 기간 동안 한국 교회의 교세 증가율을 볼 때, 특별히 1995년부터 2005년까지의 10년 동안에 천주교 신자수가 유독 많이 늘었다는 분석은 타당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90년대 이후 둔화

 

여기에서 교회의 통계를 좀 더 이용해 연대별 연평균 신자 증가율을 보면, 50년대에는 매년 16.5%의 가공할 증가율을 보였다. 60년대에는 6.2%, 70년대에는 5.2%, 80년대에는 7.6%의 높은 증가율을 보여 왔다. 90년대 들어오면서 교세 증가율은 둔화되기 시작해 꾸준하게 하락 추세를 보였다.

 

1998년과 1999년 소폭 상승했다가 2000년에는 다시 떨어졌고, 2001년에 3.9%로 올랐다가 2002년 다시 2.8%로 하락, 2003년에는 아예 1.9%로 내려앉았다. 2004년에는 2.4%로 약간 반등한 뒤, 2005년에 다시 2.9%로 소폭 상승했다.

 

이같은 수치들을 분석해볼 때, 최근 10년 동안 바닥 근처에서 부침을 계속했던 한국 천주교회의 교세 신장률은 전혀 높다고 볼 수 없으며, 다만 타종교에 비해 그 성장 추세가 완전히 바닥을 치지는 않았다는 점 정도가 위로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고도성장 후 침체된 선교 현황

 

이에 따라 최근 10년간의 교세 증가율보다는 오히려 70, 80년대 교회의 팽창과 90년대의 성장세 둔화 현상에 대한 분석이 한국 교회의 선교 현황을 점검하는데 있어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사목회의 ‘선교 의안’에 의하면, 한국교회의 성장은 한국 전쟁 이후에는 구호물자, 70년대와 80년대에는 민주화를 위한 투신과 사회정의 구현 운동 등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 그리고 두 차례에 걸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과 세계 성체대회 등 대규모 종교 집회를 통한 교회 대내외적 위상의 제고가 선교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된다. 즉 한국 천주교회의 꾸준하고 지속적인 성장은 선교 운동보다는 오히려 사회에 대한 교회의 영향력, 교회와 사회가 갖는 관련성과 관계에 의해 이끌렸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분석은 같은 맥락에서 90년대의 신자 증가율의 둔화에 대한 분석에서도 유효하다. 즉, 고도성장 시기를 지나 90년대에 접어들어 사회정의와 민주화 운동을 통해 축적한 천주교에 대한 호감도가 퇴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한 성직자와 수도자, 나아가 교황이라는 존재에 대한 대중적 호감과 외부인들의 눈에 분열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조직력과 결속력, 상대적인 청렴성, 조상제사나 타종교에 대한 비교적 열린 자세 등 천주교, 가톨릭교회가 지닌 호감의 요인들은 여전히 그 힘을 발휘하지만 그것들이 주는 대사회적 영향력이 이제는 과거에 비해 감소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국 민주화 과정에서의 천주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박사 학위 논문을 발표한 추교윤 신부(의정부 교구 덕정본당 주임)는 90년대 이후 선교의 위기가 거론되면서도 여전히 한국 천주교회가 국민들에게 호감을 받는 이유를 ‘종교적 권위’의 ‘도덕적 권위’로의 전화라는 관점에서 파악한다. 하지만 그러한 ‘도덕적 권위’는 민주화의 진전 이후 변화되는데, 그 원인에 대해 추신부는 교회 내적으로는 보수화와 교회내의 다중구도에 따른 분화, 사회적으로는 민주화의 진전과 이에 따른 다원주의적 가치관, 대안적 시민사회의 활성화 등으로 분석했다.

 

추 신부는 그러면서 “선교와 성장을 우선시하는 교회 중심적이고 보수적 입장에서 벗어나… 시대적 상황이 요청하는 사회적 요구”를 파악할 것을 촉구했다.

 

 

선교 현황에 대한 냉엄한 성찰

 

결론적으로, 우리는 이른바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가 주는 안도감, 여전히 천주교회는 대사회적 영향력을 다른 종교들에 비해 차별적으로 발휘하고 있으며, 답보상태에 있거나 혹은 망해가는 다른 종교에 비해 선교의 우위를 점하고 여전히 팽창하고 있다는 식의 안도감에 안주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한국 교회는 90년대 접어들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신자 증가율의 둔화 현상을 냉엄하게 받아들여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함으로써 선교 활동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색은 한국 천주교회는 “왜 더 이상 팽창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아니라, 제대로 성장해 왔는가, 확장으로 넓어진 교회 영역 안에서 그 지체들이 올바른 신앙 생활을 하고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의 형태를 띠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교회는 현재 교회가 안고 있는 사목적 과제들을 선교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성찰해야 할 것이다. 이는 지속적인 양적 확장을 능가하는, 냉담률의 증가와 미진한 성사 생활, 활력 잃은 신앙생활 등이 포함된다. 이는 성장과 팽창의 결과로 몸만 불린 한국 천주교회의 고질병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질환을 앓고 있는 부분들을 그대로 둔 채, 또 다시 몸을 불리려는 새로운 선교 정책과 방법들은 어쩔 수 없이 환부까지도 더욱 팽창시키게 되며, 결국 불어난 몸은 물론 아직 건강한 지체까지도 갖가지 질병에 오염될 것이다. 선교 활동에 소극적이었던 한국 천주교회가 90년대 중반을 지나오면서 박차를 가했던 다양한 ‘선교 운동’들이 재점검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톨릭신문, 2007년 1월 14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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