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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ㅣ메시지

현대교회의 가르침: 전체 개관 (3)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문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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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1-28 ㅣ No.531

[현대교회의 가르침] (3) 전체 개관 ③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문헌들


불신의 시대, 교회가 제시하는 진정한 신앙 · 희망

 

 

오늘은 현대 교황 문헌의 흐름을 소개하는 전체 개관의 세 번째 순서이다. 지난 두 차례에 걸쳐, 요한 바오로 2세의 재위 기간(1978~2005) 동안 발표된 교황 문헌들 중 의미 있는 20개의 문헌을 선별, 소개하는 기회를 가졌다. 오늘은 가장 최근의 교황 문헌들에 대해서 말하는 마지막 순서이다. 2000년 대희년을 지나 제삼천년기를 향해 나아가는 시점에서 베네딕토 16세(재위 2005~2013)가 교황으로 선출되어 사도좌의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문헌들이 나왔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베네딕토 16세와 관련해 5개의 핵심 문헌을 선별하여 소개할 것이고, 아울러 현 교황 프란치스코(재위 2013~ )가 발표한 가장 최근의 문헌 두 가지도 함께 살펴볼 것이다.

 

21) ‘하느님은 사랑이시다’(Deus Caritas Est, 2005)는 베네딕토 16세의 첫 회칙이다. 오랜 기간(1981~2005) 신앙교리성 장관직을 수행했던 만큼, 그의 첫 회칙은 아마도 정통 신앙교리의 주제에 대해 다루는 무거운 내용이 담길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첫 회칙은 그리스도교 사랑의 신비에 대하여 다루며, 풍부한 인간학적, 신학적, 영성적 성찰을 제공한다. 이 회칙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에서는 창조와 구원 역사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 대하여 말한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사랑의 공동체’인 교회의 사랑 실천 의무와 사명에 대하여 설명한다. 그런데 특별히 이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시다’가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사랑의 인간학적 차원, 특히 ‘에로스’(eros) 개념을 신학적 차원으로 연결하여 재해석한다는 점에서이다. 그동안의 일반적 생각과는 달리,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에는 아가페(agape)적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에로스적인 측면도 동시에 존재함을 말한다(9-10항 참조). 인간을 향한 그 열정적 추구에서 하느님 사랑의 에로스적 측면이 드러나고, 용서하시는 그 위대함에서 하느님의 아가페적 사랑이 드러난다. 이처럼 아가페와 연결된 에로스는 더 이상 불분명한 세속적 에너지가 아니라, 정화와 치유, 그리고 절제와 성숙의 과정을 거쳐 아름답게 승화된 에로스가 된다. 교회가 사랑의 에로스적 측면을 아예 부정하는 것이 아님이 드러나는 것이다(4-7항 참조). 

 

22) ‘사랑의 성사’(Sacramentum Caritatis, 2007)는 2005년에 개최된 제11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후속 교황권고이다. 베네딕토 16세는 이 문헌을 통해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전례 행위의 정신에 대하여, 그리고 ‘사랑의 성사’인 성체성사에서 비롯되는 신비로운 영적 예배에 대하여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자 한다. 이 문헌은 요한 바오로 2세가 회칙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2003)와 교황 교서 ‘주님 저희와 함께 머무소서’(2004)를 통해 현대의 교회 생활에 있어 성체성사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했던 기본 정신을 이어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첫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시다’에서 이미 성체성사에 대해 자주 언급했던 것을 이 문헌을 통해 더욱 발전시켜나간다. ‘사랑의 성사’는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성찬례의 신비에 대하여 성찰한다. 첫째는 믿어야 할 신비로서, 둘째는 거행하여야 할 신비로서, 그리고 세 번째로는 살아야 할 신비(선포되어야 할 신비, 세상에 주어야 할 신비)로서 성찬례에 대한 전망을 제시한다. 

 

23)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Spe Salvi, 2007)는 베네딕토 16세의 두 번째 회칙이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상실하고 살아가는 오늘의 시대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희망이 무엇인지를 그리스도교 신앙과 신학적 관점에서 말한다. 먼저, 신약 성경과 초기 교회에서 드러난, 신앙을 바탕으로 한 희망 개념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추구하는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이 무엇인지를 또한 설명한다. 바로 여기에서 ‘구원’의 주제 역시 다루어지기 시작한다. 특히, 그리스도교적인 구원 희망은 다른 이들에 대한 봉사의 의무를 망각한 개인주의적 추구가 아님을 강조한다. 우리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는 예수님과의 친교를 통해 형성되는데,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와 친교를 이룬다는 것은 우리가 그분의 ‘모든 이를 위하는’ 일에 참여하는 것이고, 바로 이것이 구원을 지향하는 우리의 존재 방식이 되어야 함을 말한다. 그리고 이 회칙은 개별 심판과 최후의 심판 구분을 둘러싼 현대신학의 논쟁점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베네딕토 16세는 과거 신학자 시절과 마찬가지로, 각 인간의 죽음 이후 최후의 심판까지의 ‘중간 상태’를 인정한다. 즉, “죽음과 부활 사이에서 최종 판결이 아직 선언되지 않은 중간 상태의 개념”(44항)에 대해 말하며 교회의 전통적 가르침을 재확인한다. 다른 한편으로, 과거 신학자 시절에 비해 보다 유연하고 통합적인 관점에서, 다른 신학자들의 새로운 해석을 일부 수용하는 입장을 보인다. 

 

24) ‘진리 안의 사랑’(Caritas in Veritate, 2009)은 베네딕토 16세의 세 번째 회칙이다. 이는 “사랑과 진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온전한 인간 발전에 관하여”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오늘날 사회 문제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을 밝히는 중요한 문헌이다. “진리 안의 사랑”은 교회의 사회교리가 중심으로 삼는 원칙임을 천명하면서, 오늘날 세계화된 사회 안에서 정의의 실현과 공동선의 추구를 위해 모두가 헌신해야 함을 강조한다. 먼저 교황 바오로 6세(재위 1963~1978)의 1967년 회칙 ‘민족들의 발전’(Populorum Progressio)에서 제시한 사회 문제에 대한 가르침을 상기하며, 현대의 다양한 상황 속에서 그 의미를 재평가한다. 그리하여 우리 시대의 진정한 인간 발전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관점에서 각기 조망하여 설명한다. 하지만 최근 수십 년 간 적용된 발전 모델들이 이러한 의미에서의 진정한 발전 개념에 부합하는가에 대한 비판적 질문을 던진다. 특히, 세계의 부가 절대 수치에서 증가하고 있지만 불평등도 증대되고 있는 현실에 우려를 표하며, 현대 세계의 여러 위기 속에서 새로운 미래관을 형성할 식별 기회를 찾아야 함을 역설한다. 즉, 진정한 인간 발전은 단순히 경제적, 기술적 발전을 넘어서는 참되고 온전한 것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이 회칙은 경제 발전의 올바른 질서에 관한 구체적 지침에서부터, 진정한 인간 발전을 위한 시민 사회의 연대와 형제애, 인류 가족의 국제적 협력에 이르기까지 여러 측면의 미래적 전망을 제시한다. 

 

25) ‘주님의 말씀’(Verbum Domini, 2010)은 2008년에 개최된 제12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후속 교황권고이다. 이는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하느님 말씀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문헌이며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제목은 “하느님의 말씀”으로서, 인간이 하느님 말씀을 어떻게 경청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등의 신학적 문제와 교회 안에서의 성경 해석학에 대해 전망과 지침을 제시한다. 2부 제목은 “교회 안의 말씀”으로서, 하느님의 말씀이 교회 안에서 어떻게 선포되고 작용해야 하는가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룬다. 3부 제목은 “세상을 위한 말씀”으로서, 하느님 말씀을 세상에 선포하는 교회의 사명, 하느님 말씀을 통한 세상에의 투신, 하느님 말씀과 인간 문화의 만남, 하느님 말씀과 종교 간 대화 등의 주제에 대하여 설명한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지난 11월 26일 발표한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은 오늘날 이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 구체적인 사명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며 새로운 전망을 제시한다. [CNS]

 

 

26) ‘신앙의 빛’(Lumen Fidei, 2013)은 현 교황 프란치스코의 첫 회칙이다. 이 회칙은 이미 베네딕토 16세의 재임 기간부터 준비되기 시작하였기에 사실상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과 프란치스코 현 교황의 공동 회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신앙의 해’를 맞아 발표된 이 회칙은 오늘날 불신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신앙의 의미에 대하여 말한다. 그리하여 그리스도교 신앙의 성서적 의미, 신앙과 이성의 관계 문제, 신앙의 교회적 의미, 공동선을 위한 신앙의 역할 등에 대하여 설명과 전망이 제시된다. 

 

27)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 2013)은 교황 권고로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장 최근에 발표한 공식 문헌이다. “현대 세계 안에서 복음의 선포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오늘날 이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 구체적인 사명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며 새로운 전망을 제시한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에 의해 2013년을 대표하는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었을 만큼 프란치스코 교황의 파격적이고도 신선한 행보가 전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기에, 이 문헌은 2013년 11월 24일 공포되자마자 그 이전의 어떤 교황 문헌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전 세계 언론의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문헌을 통해, 교회는 ‘모든 사람의 모든 문제를 위해 열려진 아버지의 집’이라고 강조하는 동시에, 교회는 또한 ‘열린 심장을 지닌 어머니’(a mother with an open heart)로서 세상의 고통을 향해 나아가며 상처 입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렇게 세 번에 걸친 전체 개관을 마치고, 앞으로는 지금껏 열거한 27개의 교황 문헌들을 각기 두 차례씩에 걸쳐 자세히 살펴보도록 할 것이다. 우리가 이처럼 교황 문헌들을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거기에는 오늘의 교회가 마주해야 하는 심각한 문제와 도전들이 담겨 있으며, 또한 그에 대응하여 이 세상 안에서 복음을 선포하고자 하는 가톨릭 교회의 성찰과 전망이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는 살아 있는 교회 역사가 지금 아로새겨져 가는 역동적 과정을 보는 것이기도 하다.

 

* 박준양 신부는 1992년 사제로 서품, 로마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교의신학 전공으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신학과사상학회 편집위원장 및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위원, FABC 신학위원회 전문신학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4년 1월 26일, 박준양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의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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