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일 (월)
(홍)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소작인들은 주인의 사랑하는 아들을 붙잡아 죽이고는 포도밭 밖으로 던져 버렸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우리의 신앙을 다시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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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0 ㅣ No.243

[레지오의 영성] 우리의 신앙을 다시 생각하며

 

 

1976년도 이야기이니까 아주 오래 전 이야기다. 40세의 아저씨가 폐암에 걸렸다. 비신자인 그는 자신의 말에 따르면, 세관에 근무를 하였기 때문에 부정한 생활을 예사로 하였다고 하였다. 그런 그가 시골 성당을 찾아 와 대문 옆의 문간방에서 요양을 하고 있었다. 어린 자식에게 죽음을 보여주고 싶지 않고, 공기 좋은 곳에서 죽고 싶다는 소원을 듣고 신자인 장모가 그곳을 소개하였다 했다.

신앙을 가져야겠다는 간절함도 없이 그저 신부님의 권고에 따라 주님의 기도를 외웠지만, 교리는 배우지 않았다. 그래도 본당신부는 그에게 스테파노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주었다. 처음엔 주님의 기도에 대한 이해나 묵상도 없이 그저 근성으로 기도문을 외웠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진통제 복용을 중단하였다.

그분의 말씀이 기억난다. “어느 날, 통증이 너무 심해 악을 쓰며 ‘예수님이 계시다면 어떻게 나를 이렇게 버려둘 수가 있느냐’고 욕을 하며 침상 머리맡에 둔 십자가를 집어던지려고 십자가를 바라보았는데, 그 십자고상의 예수님이 빙그레 웃고 계셨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고통을 생각하니 나의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진통제를 복용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만을 생각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신앙이 무엇일까를 새롭게 생각해본다. 어느 날 고기잡이 어부들이 그물을 씻고 계셨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다가가셨다. 그리고 배를 빌려 타시고 군중을 가르치셨다. 말씀을 마치신 다음, 어부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치라’ 하셨다. 물고기 잡는 도사들이 어찌된 영문인지 순순히 예수님이 시키는 대로 그물을 던졌고, 많은 물고기가 잡혔다. 그리고 삽시간에 어부에게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어부는 예수님 앞에 엎드려 ‘주님’이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갔다. 루카 5,1-11에 나오는 말씀이다.

폐암에 걸려 죽음을 앞두었던 40세의 젊은 아저씨는 어쩌면 시몬 베드로가 체험한 그 체험을 하였을 것이다. 시몬 베드로와 동료 어부들이 그물을 손질하면서도 군중을 향해 외치시는 예수님을 마음 깊이 받아들였듯이, 주님의 기도를 바치던 그분도 언제부터인가 그 기도문 안에 살아계시는 예수님을 마음에 받아들였을 것이다. 다시 말해 신앙은 자신에게 다가온 주님을 알아보고 그분을 온전히 따르는 것이란 바로 그 체험을 하였을 것이다. 왜 모든 것을 버리고 그분을 따라야 하는가를 그분은 깨달았을 것 같다.

2010년 초부터 우리 사회엔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가 급속도로 퍼졌고, 그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었다. 바로 이태석 신부님에 관한 이야기였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하신 주님의 말씀을 몸소 실천하고자 아프리카 수단이라는 곳을 자원하였고, 가난하고 병든 그곳 사람들을 위해 마지막 목숨까지 바치신 신부님의 삶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 더구나 우리 신앙인들에게 무슨 의미를 던져줄까?

신앙은 자신에게 다가오시는 주님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따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란 것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아름답다고 칭송하는 것이다. 신앙은 주님과의 만남이고, 만남은 “자신에게 다가온 새로운 실존을 자신의 실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루카 5,1-11을 해석한 어느 성경해설서보다 더 명쾌하게 우리의 신앙을 설명한 해설은 없을 것이다. 시몬 베드로가 그러했고, 40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한 스테파노씨가 그러했고, 이태석 신부님이 그러했다.

다시 한 번 신앙을 생각해보면, 신앙의 구조는 반드시 있어야할 요소들로 견고하게 짜여 있다. 주님을 믿어야 하고, 주님의 말씀과 약속을 믿어야 하고, 주님이 행하길 원하시는 것을 실제로 행하여야 한다. 이 세 가지 요소 중에 하나라도 결핍되면 온전한 신앙인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 앞에서 열거한 그분들의 신앙을 꼼꼼히 따져보면 이 세 가지 요소를 다 지니고 있다. 우리의 신앙도 이 세 가지 요소로 견고하게 짜인 신앙이면 좋겠다. 주님을 믿고, 주님의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주님이 명하신 사랑을 힘껏 실천하는 장한 신앙인이 우리이면 좋겠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1년 3월호, 하
성호 요한 신부(대구 세나뚜스 지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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