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7일 (월)
(녹)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성경자료

[문화] 복음 속 풍습과 친해지기: 허리에 띠를 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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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6-04 ㅣ No.4157

[복음 속 풍습과 친해지기] 허리에 띠를 매고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루카 12,35-40).

 

이번 호에서는 유다인의 의복 중에 허리띠, 신발, 두건과 베일, 예복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허리띠

 

성경은 예언자 엘리야와 세례자 요한이 허리에 가죽 띠를 둘렀다고 전합니다(2열왕 1,8; 마태 3,4 참조). 그런데 허리띠가 그들만의 특별한 의상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 시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남자든 여자든 속옷이나 겉옷에 허리띠를 둘렀습니다. 가죽이나 천으로 만들어진 허리띠는 길이에 따라 부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습니다.

 

낮에 활동할 때는 허리띠를 매고, 휴식할 때나 밤에 잠자리에 들 때는 따로 잠옷을 입지 않고 허리띠를 풀었습니다. 그러므로 성경에서 ‘허리띠를 매라’는 말은 당장 움직일 수 있도록 채비하라는 뜻입니다(탈출 12,11; 2열왕 4,29; 예레 1,17; 13,1; 루카 12,35; 17,8 참조).

 

전대를 허리띠에 차서 돈이나 필요한 소지품을 넣고 다니고(마태 10,9 참조), 무기를 숨겨 두기도 했습니다(2사무 20,8; 요한 18,10 참조). 한편 다른 사람에게 허리띠를 매 주는 행위에는 자기 권위를 그에게 넘겨준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탈출 29,9; 이사 22,21 참조).

 

 

신발

 

오늘날 신발의 종류는 무척 다양합니다. 운동화만 해도 기능에 따라 워킹화, 러닝화, 트레킹화, 등산화 등으로 나뉘며, 재질도 다양하고 유행에 따라 디자인도 달라집니다. 그러나 예수님 시대에 신발은 가죽이나 나무 밑창 위에 끈을 두른 샌들뿐이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우리나라 관습처럼 바깥에서는 신을 신고 집에서는 벗었습니다. 주인의 신발 끈을 풀어 신을 벗기고 발을 씻어 주는 일은 종의 몫이었습니다(마르 1,7; 요한 13,3-8 참조). 집에 손님이 올 때는 그 일을 집주인이 하기도 했습니다(루카 7,44 참조).

 

샌들은 서민들도 신고 다니는 신발이었지만, 매우 가난한 이들은 그것마저 신지 못했습니다(루카 15,22 참조). 바깥에서 신을 벗고 다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는 슬픔을 드러내기 위해(2사무 15,30 참조), 또는 상대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기 위해 하는 행위였습니다(탈출 3,5; 여호 5,15 참조).

 

고대 이스라엘에는 구원 의무를 행하거나 물건을 교환할 때, 무슨 일이든 확정 짓기 위해 자기 신을 벗어 상대에게 주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한 예로 룻기에서 보아즈는 나오미와 룻의 구원자에게서 그들에 대한 구원 의무를 넘겨받는 징표로 신발을 건네받았습니다(룻 4,6-8 참조).

 

 

두건과 베일

 

남자는 햇빛을 가리고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두건을 썼습니다(탈출 34,33-35; 욥 29,14; 에제 24,17 참조). 여자는 긴 베일로 머리를 가렸는데(1코린 11,5 참조), 외출할 때는 얼굴까지 가리기도 했습니다(창세 24,65; 아가 4,1 참조). 당시 이스라엘에서는 남편만이 아내의 머리와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복

 

평상시에 입는 의복 외에 특별한 때에 입는 옷도 있었습니다. 혼인 잔치 때에 주인공인 신랑 신부는 왕과 왕비처럼 꾸몄고, 잔치에 참석한 손님들도 예복을 차려 입었습니다(마태 22,11 참조).

 

상중(喪中)에 애도를 표하거나 회개의 표지로 옷을 찢고 자루옷을 둘렀으며, 머리에 재를 뒤집어쓰기도 했습니다(창세 37,34; 2사무 3,31; 1열왕 20,31-32; 21,27; 2열왕 6,30; 1역대 21,16; 느헤 9,1; 유딧 4,10-14; 9,1; 에스 4,1-4; 1마카 2,14; 2마카 3,19; 욥 16,15; 시편 30,12; 이사 15,3; 예레 6,26; 애가 2,10; 바룩 4,20; 에제 27,31; 다니 9,3; 요엘 1,8; 아모 8,10; 요나 3,5; 마태 11,21; 묵시 11,3 등 참조).

 

안식일에 또는 기도할 때 남자는 머리와 어깨를 특별한 천(탈리트)으로 가렸고, 평소에는 팔목과 이마에 작은 성구갑(신명 6,4-9과 탈출기 구절이 적힌 양피지 조각을 담은 작은 상자)을 묶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 성구갑을 넓게 만들고 옷자락 술을 길게 늘이는 행위를 꾸짖으셨습니다(마태 23,5 참조).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사도신경). 가톨릭교회는 11월을 ‘위령 성월’로 지냅니다. 그리하여 영원한 삶을 믿으며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기억하고 기도합니다. 전례력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11월에 우리의 신앙생활을 돌아보고,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루카 12,40) 오실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 허리에 띠를 매고 늘 깨어 있어야겠습니다.

 

[성서와 함께, 2014년 11월호(통권 464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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