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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 신앙의 해에 묵상하고 다짐한 새로운 복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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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11-10 ㅣ No.529

[신앙의 해 특집] ‘신앙의 해’에 묵상하고 다짐한 새로운 복음화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이 시대의 그리스도인은 물론 비 그리스도인들까지도 그리스도와 만나는 기쁨과 새로운 열정을 북돋우기 위하여,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이자『가톨릭 교회 교리서』가 반포된 지 20주년이 되는 2012년 10월 11일을 기점으로 ‘신앙의 해’를 선포하였다. 교황님의 이런 뜻에 따라 교회는 공의회와 교리서에 담긴 신앙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이로써 교회가 2000년 동안 자신은 물론 세상을 향해 간직하고 보존해 온 복음이 이 시대에 새롭게 구현(새로운 복음화)되기를 희망해 왔다. 이러한 교회의 희망에 따라『가톨릭 교회 교리서』에 담긴 신앙의 진수와 새로운 복음화로 나아갈 구체적 방안을 보도록 하자.
 

1.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 담긴 신앙의 진수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신앙의 진수를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유산(Depositum)이자 은총이며 건네받은 선물(에페 2,8)로 밝히고 있다(1항). 그런데 그리스도교가 선물로 받아 보존하여 전해 온 신앙은 그리스도인만이 아니라 인간 모두가 바라는 근원적 기쁨(복음)이다. 이 때문에 신앙은 그리스도인은 물론 비 그리스도인 모두에게 전해야 할 우선적이고 최고이며 최상적인 선물이다. 그래서 교회는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 자신에게 맡겨진 이 선물을 스스로 체험하고 누리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사명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지나온 역사 속에서 교회는 이 유산을 보존하고 사람들에게 설명함에 있어서 본래대로 수행하지 못하여 스스로 기쁨 속에 살지도 못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그 선물성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게 했던 측면도 있다. 이로써 신앙이 갖는 기쁨의 선물성이 약화되고 퇴색되어 복음이 복음이 아니라 윤리적 규범이 되고만 부분이 적지 않다. 더구나 과학과 물질문명의 발전으로 인간의 성취가 각광을 받는 이 시대에는 신앙이 갖는 위대함과 비범함이 인간의 힘에 묻혀 복음의 진가가 재발견될 필요성마저 대두되었다. 이에 요한바오로 2세 교황은 본래 순수한 선물로써의 복음을 감지하도록 공의회에 준한『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반포하였고, 이어서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신앙의 해’를 선포하여 교회가 받은 본래의 선물이자 신앙의 증인들이 보존하여 전한 신앙을 새롭게 받아들이도록 하였다. 그러므로 우리 각자는 복음을 복음으로 받아들이게 한 교회의 배려와 바람대로 선물이자 유산으로써의 신앙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에 따른 기쁨과 감사를 실재로 삶 속에 담아내는 새로운 복음화를 이루어야겠다.


2. 새로운 복음화의 구체적인 방안

1) 말씀 봉독의 생활화 - 봄(시각)에서 들음(청각)으로

신앙의 출발이 들음에 있음을 사도 바오로는 로마서 10장 14절에서 이렇게 고백 한다. “자기가 들은 적이 없는 분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바오로의 이 고백은 들음과 신앙이 연관됨을 보여준다. 곧 들음에서 신앙이 나오고 신앙함으로써 또 듣게 된다. 그런데 들음의 주체는 말씀이다. 말씀이 없으면 들음은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말씀은 신앙과 떨어질 수 없다. 말씀과 신앙의 이런 유관(有關)에 따라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우선적 방안은 일상 안에서 말씀을 봉독하는 삶이다. 생활 속에서 갖는 개인적 성경 봉독과 전례 때 듣는 말씀은 무엇보다 우리 안에 신앙을 불러일으키며, 그 신앙이 우리를 기쁘고 고맙게 하기에 말씀봉독은 신앙인에게 영약(靈藥)과 같다. 따라서 말씀을 대할 때는 입으로 소리 내어 귀가 선명히 들을 수 있게 봉독하자. 그래야 말씀이 우리를 움직이고 동화시켜 그 말씀 안에 살아 계신 주님의 현존을 체험케 되고, 그 체험으로 살아 있는 복음의 구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례 때는 하느님께서 봉독자의 입을 통해 인격체로 말씀하시기에 다른 때 보다 더 감화되는 은총의 시간이다. 그러므로 말씀 봉독자는 자신이 하느님으로서 말하는 순간임을 새겨 전례에 참석한 모든 이가 선명하게 말씀을 들을 수 있게 봉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회중은 봉독되는 말씀을 귀로 경청함으로써 인간의 말이 아니라 살아 계신 하느님의 말씀으로 생생한 만남을 이루도록 해야 할 것이다(1테살 2,13).

2) 성체신심의 함양 - 행함(활동)에서 바라봄(관상)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은 그리스도의 인격이 말씀, 성체, 기도, 각종 성사 그리고 사제의 인격 안(전례헌장 7항)에 숨어 계신다고 소개하면서 성체성사 안에 그리스도의 인격이 그대로 담겨있다고 가르친다. 이 가르침은 우리가 살아 계신 그리스도를 실재로 만나고 그 만남을 통해 신앙생활에 필요한 영적 힘을 영성체와 성체신심을 통해 얻게 됨을 시사한다.

그런데 성체신심을 통한 주님과의 만남은 무엇보다 우리들의 시선을 주님께 고정시킴으로써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의 고뇌와 갈등과 아픔을 아시고 그것을 통해 당신과 우리가 격의 없이 만나기를 원하시며 기다리는 성체 안의 주님께 나아가 그분을 바라봄은 “우리 믿음의 영도자시며 완성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 힘을 다시 입어 새롭게 변화되기를 바라는 교회의 원의이자, 2000년 동안 성체신심을 통해 실재로 부활하신 주님의 힘을 입은 신앙의 증거자들의 삶을 우리도 지금 여기서 살고자 하는 영적 갈망이다(신앙의 문 13항 참조). 이런 갈망을 성체 안에 주님은 분명 채워주실 분이기에 ‘신앙의 해’를 계기로 성체성사의 주님을 자주 바라봄으로써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주님을 뵙고 그분과의 영적인 통교를 이루어야겠다.

3) 기도생활의 심화 - 청원(일방)에서 담화(쌍방)로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기도를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친교’(2564항-2565항)라고 가르치며 그 친교의 출발이 하느님께서 먼저 주도하심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기도는 또한 인간 편의 응답이라고 가르친다. 그런데 이렇듯 하느님 편의 주도와 인간 편의 응답이 잘 부합될 수 있는 방식이 내적 담화 형태의 기도다. 그리스도인은 이 기도형태를 통해 하느님과 인격적 교류를 이루게 되고 이로써 ‘홀로 된, 고립된, 일방적인’ 신앙에서 ‘소통되고, 열리고, 친교하는’ 신앙으로 변화하게 된다.

하느님은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당신이 인간과 소통하고 대화하기를 원하는 분이심을 드러내셨다. 이렇게 하느님과 인간의 통교는 그리스도 강생의 신비(요한 1,14)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이어져 왔다. 그러기에 사목헌장 19항은 “인간은 날 때부터 하느님과 더불어 대화 하도록 초대되었다.”고 밝힌다. 그만큼 하느님은 인간과 친밀하고, 열리고, 인격적인 관계를 이루셨으며, 오늘도 당신과 인간이 기도 안에서 그 관계성을 이어가기를 원하신다. 그러므로 하느님과 더한 친교와 친밀함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기도생활을 담화로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 기도방식은 어떤 형식을 고수하기보다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의 말대로 주님과 내가 아주 친밀한 관계자로 격이 없이 담화를 나누는 기도방식이다(천주 자비의 글, 13,22항). 이 담화기도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께서 얼마나 가까이 계시며, 우리와 통하는 분이신지를 실재로 체험할 것이다. 그리고 이로써 우리들의 신앙이 생동감을 얻게 됨은 물론 교회의 희망인 새로운 복음화를 기꺼이 구현하게 될 것이다.

[2013년 11월 10일 연중 제32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6-7면; 김기곤 프란치스코 신부(효자동 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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