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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교회8: 나는 10% 중국인, 뱅상 레브 신부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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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12-02 ㅣ No.102

[니~하오! 중국교회] (8) "나는 120% 중국인" 뱅상 레브 신부를 아십니까?

 

 

- 중국인들에 둘러싸여 있는 뱅상 레브 신부(1918년).

 

 

중일전쟁 때 일본군이 현상금 3만 불을 걸고 체포하려 했던 중국인의 영웅, "교회는 왜 이 잘못을 모르는가?"라고 통탄하며 중국교회 토착화를 주도한 개혁가, 자신은 120% 중국인이라고 자부한 선교사….

 

중국 선교사 뱅상 레브(Vincent Lebbe, 1877~1940) 신부를 소개하려면 책 한 권도 부족하다. 레브 신부는 근현대 선교사에서 '진흙 속 진주' 같은 선교사요, 중국교회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벨기에 라자리스트회 출신으로, 중국명은 뇌명원(雷鳴遠, 멀리 울리는 뇌성이란 뜻)이다.

 

그는 로마에서 신학공부를 하던 중 베이징 주재 교황사절 파비에 주교한테서 중국교회 이야기를 듣고 중국행을 결심했다. 그때 나이가 24살이었다.

 

 

중국인의 마음 속을 파고 든 레브 신부

 

당시 유럽 선교사들 눈에 비친 중국은 미개국이었다. 하지만 그는 중국인들을 만나면서 "이토록 총명하고 예의바른 백성에게 복음을 선포하도록 불러주신 주님께 감사합니다"고 되뇌었다.

 

레브 신부는 선교사들에게서도 나타나는 문화적 우월주의를 비판했다. 서양인이 중국인을 사악시하는 데 대해 "사악의 원인은 그들 피부색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우리 군대가 지나간 곳은 피가 강물을 이룬다"며 프랑스의 침략 행위를 비난했다.

 

또한 그는 "사도 바오로는 유다인들 속에서는 유다인처럼, 이방인들 속에서는 이방인처럼 살며 복음을 선포했다"며 토착화를 부르짖었다. 그의 유창한 대중 강연은 특히 지식인층 마음을 사로 잡았다. 서양 선교사들 가운데 대중 강연을 할 정도로 현지 언어와 문화전통에 익숙한 이는 흔치 않았다.

 

중국교회 자립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교회에 물질적 보조를 기대하는 신자들과 서양 선교사들의 보조 역할에 머물러 있는 중국인 사제들에게 스스로 일어설 것을 주문했다. 그는 로마로 건너가 교황을 알현하고 방인(현지인) 주교 임명을 간곡히 요청했다. 그 결과 1926년 중국과 일본인 주교 6명이 탄생했다. 또 천주교 신문 익세보(益世報)를 창간해 독자 60만 명을 확보하고, 가톨릭 활동단체를 조직해 활력을 불어 넣었다.

 

그가 어느 축일에 신자들을 초청해 연 연회(宴會)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그가 신자들을 불러 같은 상에 앉히자 한 신자는 "중국교회의 신기원"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당시 서양 신부가 식사를 하면 신자는 그 곁에 서있는 게 관례였다. 또 성당 마당에 걸려 있는 프랑스 국기를 내리고 중국 국기를 걸었다.

 

 

그대가 나를 사랑하듯 나도 그대를 사랑하오!

 

중국인들 기억 속에 레브 신부는 항일전쟁의 영웅으로 남아 있다. 그는 중일전쟁 때 중국군이 계속 밀리자 수사들과 민간인들을 모아 '들것 부대'를 조직해 부상병들을 치료하며 사기를 북돋아주었다. 서양인의 이 같은 활약에 중국인들은 감동했다. 종전 직후 증만종 제3군단장은 레브 신부를 찾아와 "당신은 전군(全軍)의 은인이고 지주입니다"며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그는 "중국이여! 그대가 나를 사랑하듯 나도 그대를 사랑하오!"라고 말했다.

 

그러나 레브 신부가 익세보를 통해 공산군의 비인간적 행위를 비판하자, 국민당 장개석과 대립하던 공산당은 그를 납치하고, 요한형제회 수사 12명을 생매장하는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다. 1940년 6월 24일 그가 세상을 떠나자 중국은 국장을 선포하고 애도했다.

 

그는 40년 중국선교를 통해 선교지 문화적응과 토착화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평화신문, 2008년 10월 26일,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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