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일 (월)
(홍)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소작인들은 주인의 사랑하는 아들을 붙잡아 죽이고는 포도밭 밖으로 던져 버렸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하느님을 기쁘게 하는 레지오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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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0 ㅣ No.265

[레지오의 영성] 천사를 만난 적 있습니다 - 하느님을 기쁘게 하는 레지오 단원



신학생이 되기 전, 청년 레지오 단원으로서 소년 레지오 부단장으로 파견되었던 때였습니다. 11월 위령의 달에 소년 레지오 단원들과 묘지 방문을 계획하였습니다. 다른 일이 있었던 저는 단장과 단원들을 묘지에서 만나기로 했기에, 혼자 일을 마치고 정류장에서 15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아주머니가 “학생 어디까지 가?”라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버스 노선을 물어보려나 보다’고 생각하면서, 무뚝뚝한 목소리로 “효천 천주교 묘지 가는데요?”라고 했더니, 그 아주머니 왈, “15번 버스만 빼고 타면 되겠네”하시곤, 마침 도착한 15번 버스를 타고 가시는 것이었습니다. 재래시장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몸빼바지에, 머리엔 수건을 쓰고, 양손가득 짐을 든 아주머니였습니다. 그렇게 15번 버스를 보내며, 갑자기 멍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다음에 온 다른 버스를 타고 갔더니, 마침 단장과 단원들이 다른 차에서 내리고 있었습니다. 묘지로 가는 버스는 15번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참 신기한 경험이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바로 그분이 천사였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날개가 있어야 천사가 아니라, 다른 이들의 필요함을 볼 수 있는 눈과 마음, 그 필요함에 함께 해 주는 용기, 그리고 불편하지 않게 떠나 주는 여유로움, 이런 것들이 천사들의 조건이 아닌가 하고 지금도 가끔 그분을 떠올립니다. 그분을 닮아보려 합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레지오 단원들 모두가 천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기 때문입니다만, 더 나아가서는 레지오 단원이라면, 이런 천사의 조건을 갖추도록 노력해야하지 않나 싶어서입니다. 다른 이들의 필요를 볼 수 있는 눈과 마음, 실천하는 용기, 그리고 불편하지 않게 자신을 감추는 여유까지 갖출 수 있다면, 진정한 성모님의 군대요, 그것도 아주 특별한 특수요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요건이 교회에서 가르치는 사랑입니다. 사랑은 먼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해 주는 것이며, 둘째는 그에게 부족한 것이나 결함이나 결점을 메워 주는 것으로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만난 천사를 닮으려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가지고 활동한다면 교회와 가정과 사회 안에서 제대로 사랑할 수 있고, 많은 것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세상과 영혼들에게 그리스도를 모셔다 드리며, 그들과 우리 모두가 이 세상 싸움에서 이긴 다음 성모님과 함께 복되신 성삼위의 영광 안에서 영원히 살게”(레지오 선서문 참조) 할 것입니다.

한국의 레지오 마리애는 지난 58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와 지금은 활동단원과 협조단원을 합하면, 54만여 명(2011년 7월 기준)이며, 매주 한 차례 주 회합을 갖고, 한 달에 한 번 평의회 보고로 이루어지기에 가장 일사불란할 수 있는, 한국교회 내에서 뿐 아니라 한국사회에서도 가장 크고 조직적인 단체입니다. 이런 조직이라면 어떤 지향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한다 하더라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조직이며 단체입니다. 우리가 제대로 된 변화를 시키려 한다면 많은 것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가져야할 마음의 자세와 교회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봅시다. 원칙은 제가 만난 천사가 가졌던 마음과 방식입니다.

레지오 단원들의 첫 번째는 사목자들의 어려움을 볼 수 있어야 하고, 함께 하는 것입니다. 사목자들의 어려움에 함께하는 덕목은 첫째도, 둘째도 순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구장과 본당 사목구 주임께 무조건적으로 마음을 다해 순명하자고 한다면 너무 무모한 가르침이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합당한 사목방침에 따르는 것은 당연하기에 따라야 하지만, 아닌 경우라 생각될 때에도 따르는 것이 순명입니다. 알고 따르면 좋겠지만, 알지 못하지만 믿고 따르는 것도 신비를 체험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지향을 가진 사목자들이라는 전제와 믿음, 그리고 성령의 이끄심을 믿는 우리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라고 하셨던 성모님께서도 하느님의 심오한 뜻을 다 이해하진 못하셨지만, 하느님의 사랑을 믿었기에 “지금 말씀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사목자들의 방식은 모두 다르겠지만 바람은 같을 것입니다. ‘가재는 게 편’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사목자들이 하는 일의 대부분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일을 생각하면서(교본 1장 명칭과 기원 참조)’ 하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방식과 정도가 다를 뿐입니다. 가끔은 자신의 영광을 조금 찾기도 하지만, 결국은 하느님의 영광에 묻힐 것이기에, 사목자의 방침에 기쁘게 순명하였으면 합니다.

사목자에겐 순명하는 협조자들이 참으로 많이 필요합니다. “길에서 천사와 사제를 만나면 먼저 사제에게 인사하겠다”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말을 떠올리면 순명이 더 쉽지 않겠나 싶습니다.

이런 사목자에 대한 순명과 더불어 교회와 사회 안에서는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열정이 있었으면 합니다. 상대의 불편함을 보고 다가와 적극적으로 이야기해 줄 수 있었던 용기와 열정 말입니다.

교회는 레지오 뿐 아니라 많은 단체로 구성되어 있고, 우리 레지오 단원들은 이런 모든 단체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속되고 싶은 단체(친교나 봉사를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단체)보다는, 소속되어야 할 단체(반모임이나 사목회 등 반드시 순명하며 따라야 하는 단체)들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영광은 모두에게 돌리는 겸손과 여유가 바로 레지오 단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세입니다.

이런 원칙은 가정이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가정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성하거나 병들거나 서로를 인정하고 위해주면서 사랑을 나누는 곳이기에, 더더욱 서로를 인정해주고, 보살펴 줌으로써 사랑을 완성해 나가는 방법을 가장 잘 배우고 익힐 수 있는 곳입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짐을 지우는 곳이 아니라, 사랑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어야 하기에 레지오 단원의 가정은 늘 기쁨과 감사가 넘쳐야 합니다. 가정의 구성원이 서로에게 짐이 되기에 결혼을 포기한다는 젊은이들에게 사랑 가득, 감사와 기쁨 가득한 가정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레지오 단원의 가정일 겁니다.

2012년은 우리 대한민국에 국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선거에 적극 참여하고,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것도, 또한 레지오 단원이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가 속한 국가에서 가장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권리이자 의무가 선거이기 때문입니다. 선거에 참여하면서 레지오 단원으로서 가져야 할 원칙은 ‘모든 이와 모든 것을 살리는 일’을 하는 봉사자를 뽑는 것입니다. ‘살리는 일’이 바로 ‘하느님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 사람이라도 죽이고자 하는 세력이 있다면 맞서는 것도 의무입니다.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일’에는 함께하고, 하느님께서 슬퍼하실 일에는 맞서야 하는 것이 레지오 단원들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개인이나 집단의 판단기준이 아니라 하느님의 판단기준에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천사는 하느님의 일을 하는 존재이며,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일을 하는 사람도 천사일 것입니다. 늘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일을 찾는 레지오 단원은 천사의 길을 가는 이들입니다. 여러분이 바로 천사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2년 1월호, 글 김종대 안드레아 신부(
광주 S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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