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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28: 사회커뮤니케이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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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8-18 ㅣ No.504

[가톨릭신문-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공동기획 -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 (28) 사회커뮤니케이션 (하)

사회미디어 변화, 교회의 참된 복음화 가능성 부여


이미 수없이 지적되고 있는 바대로 사회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교회의 자세는, “거의 무한한 표현 능력을 갖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세계에서, 우리는 ‘내가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불행할 것”(1코린 9,16)이라는 바오로 사도의 긴박하고 역동적인 소명 의식과 같다고 하겠다.

교회의 역사에서 언제나 그러했지만, 특히 오늘날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은 이전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문명의 놀라운 발견과 발명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연대를 증진할 수 있는 탁월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소명은 더욱 절실하고 긴급하다.

하지만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가 적절하게 지적하듯이, 오늘날 사회커뮤니케이션 분야는 기회와 함께 위기의 요소들을 안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복음화가 절실하게 요청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커뮤니케이션 매체와 환경, 그로 인한 인간과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급격한 변화는 기회와 가능성을 주는 동시에 위기와 도전의 요소들도 제기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성장과 발전에서 큰 계기가 된 이벤트들이 80년대에 있었다. 선교 200주년과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를 맞아 1984년과 1989년 두 차례에 걸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방한은 전 세계의 이목을 한국 천주교회에 집중시킨 큰 사건이었으며, 특별히 아직 천주교회의 교세가 그리 크지 않던 시기에 대사회적으로 교회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위상을 높여준 획기적인 이벤트들이었다.

그리고 그 이벤트의 효과를 배가시켜 준 것은 무엇보다도 매스미디어, 언론의 대서특필과 폭발적인 관심, 그로 인한 지속적인 노출이었다. 한국 천주교회가 대중들의 눈에 ‘가시적’이 됨으로써 사람들은 교황의 말과 행동, 한국 천주교회의 다양한 전례와 행사들, 저명한 천주교 신자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됐고, 우호적인 이미지를 갖게 됐으며, 나아가 천주교 교리에 대해서도 호감을 느끼게 됐다.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과 베네딕토 16세 새 교황의 탄생, 지난 2월 충격적인 교황 사임과 그에 이은 서민적 풍모의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출 및 신선한 행보 등등 세계적 인물이자 천주교회의 상징이기도 한 교황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가시적 컨텐츠들은 세간의 관심을 끊임없이 불러오고 그에 따라 혹은 우호적, 혹은 비판적이거나 적대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곤 한다.

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TV나 라디오, 영화, 신문 등 매스미디어의 시대에 교회 커뮤니케이션의 활용 가능성은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러한 매스미디어 안에 ‘가시적’으로 자리잡는가 하는데 달려 있었다. 하지만, 사회 미디어, 90년대 후반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미디어가 뉴미디어, 개인미디어로 변화하면서, 교회의 ‘가시성’은 그 요구의 양상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교회가 이러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장 안에 효과적으로 현존하기 위해서 이제는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의 세계에 존재해야 한다. 교황과 교황청이 트위터나 유튜브에 계정을 개설하고 지속적으로 교회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요구에 따른 것이 아닐 수 없다.

미디어가 ‘공동체성’에 기여할 엄청난 가능성을 보여준 혁명적인 전기는 인터넷의 발달이라고 할 수 있다. 특별히 IT 기술과 산업이 국가 주력 산업이 된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의 발달에 따른 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의 획기적 발달을 볼 수 있고, 자연스럽게 한국 천주교회 역시 이러한 사회적 조류에 힘입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각종 사목·행정 업무에 원활하게 활용하게 됐다.

인터넷 발전의 전사로서 PC 통신의 발달은 이른바 사이버 종교 공동체라고 하는 독특한 선례를 개발했다. 개인용 컴퓨터의 정보처리기술과 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의 발달이 통합적으로 만들어낸 이 새로운 형태의 종교적 공동체는 오프라인의 신앙 공동체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연대의 장과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어진 인터넷의 발달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오고 있다.

이후 인터넷이 대중적으로 확산되면서, 각 교구 및 교회 내 기관 및 단체들, 본당들의 인터넷 사이트들이 폭발적으로 개설됐고,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세상에서 교회와 그 구성원들은 새로운 형태로 자신들의 현존을 드러내게 됐고, 사이버상의 새로운 공동체와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으로써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제43차 홍보주일 담화에서 강조하듯, ‘참된 우정’을 촉진하고 의미 있는 공동체를 바라는 인간적 열망을 충족시킬 가능성을 사회미디어는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사회 미디어는 이처럼 고도의 가시성과 공동체의 강화에 요긴한 도구로서의 기회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신뢰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이미 살펴봤듯이, 값싸고 손쉽게 진입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저렴한 디지털 기기의 확보, 그리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과 참여에 대한 현대인들의 욕구는 누구나 정보와 지식, 의견의 생산과 확산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정보의 생산자와 소비자 혹은 사용자의 경계가 모호해짐에 따라, 전문적이고 권위있는 집단 뿐만 아니라, 산발적이고 신뢰할 수 없는 개인이 생산해내는 정보와 견해들 역시 사회미디어의 세계에 난무하게 됐다.

이에 따라, 사회미디어와 그 콘텐츠는 ‘신뢰성’과 관련된 높은 식별력을 요구하게 됐다. 누구나 정보와 지식을 생산하고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엄청난 정보의 바다 속에서 신뢰할 수 있고 가치 있는 정보들을 식별하는 노고를 필요로 한다. 교회가 디지털 신기술들로 형성된 “완전히 새로운 사회적 공간”, 그리고 “그러한 공간의 연결들이 사회와 문화에 주는 영향”을 염두에 두면서 이러한 새로운 공간들을 긍정적이고 편견 없이 받아들이면서도, 비판적으로 식별하고 선용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와 같이, 매스미디어가 중심을 이루던 시대를 지나 네트워크를 매개로 한 사회미디어의 시대는 가시성, 공동체성과 신뢰성의 측면에서 교회에 기회이자 도전의 계기가 되고 있다. 그러한 기회와 도전의 계기는 무엇보다도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법과 문화가 지닌 매우 독특하고 총체적인 특징, 즉 쌍방향 커뮤니케이션과 참여를 자신의 천부적 권리로 인식하는 현대인들의 특성에 바탕을 둔다.

한국교회 당국과 평신도들은 이러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관행에 대해 아직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교회 안에서는, 정확하게 교리나 윤리적인 문제라고 보이지는 않는 사안에 대해서, 성직자나 교회 당국의 견해와 다를 때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터부시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전과는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일반 신자들은 교회 안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서 적어도 오프라인에서는 쉽게 자기 의견을 표시하지 못한다.

하지만, 막상 온라인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전도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명백하게 표명되지 못하던 견해들이 온라인에서는, 비록 실명을 무릅쓰고서도, 또한 교회의 공식 입장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비교적 명확하고 대담하게 나타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긍정적으로든 혹은 부정적으로든 매우 다양한 함의를 지닌다.

무엇보다도, 교회는 이제 사회미디어, 디지털 사회커뮤니케이션이 가져온, 관계와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변화 뿐만 아니라 그 주체인 인간, 그 배경인 사회와 문화의 변화까지도 모두 깊이 성찰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참여’와 공동 책임의 이상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견지해온 교회의 모습이다. 사회미디어가 가져온 사람과 사회, 문화의 변화는 참된 권위와 진리에 대한 공격과 배반의 가능성을 통해 도전과 위기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교회가 참된 복음화의 소명을 완수할 수 있는 자극과 기회, 가능성을 부여하기도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신문, 2013년 8월 18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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