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e-세상에서 영성을 살기: 인간의 욕망, 디지털 바벨탑을 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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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8-16 ㅣ No.500

[e-세상에서 영성을 살기] 인간의 욕망, 디지털 바벨탑을 쌓다!


‘마음’을 스마트폰 안에?

온 세상이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낱말을 사용할 날이 올까요? 요즘 “구글 번역으로 언어가 융합되고 곧 하나의 언어가 될 것”이라며 흥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50여 개의 번역을 지원하는 구글 번역이 우리에게 바벨탑을 쌓으라고 유혹하는 듯합니다.

심지어 어떤 미래학자는 “스마트폰 안에 사람의 ‘마음’도 넣을 수 있다.”고 합니다. 1테라(Terabyte) 용량 정도의 마음이 있으면 치매 걸릴 확률도 적어진다고 하지요. 또 설계도만 있으면 3D프린터로 창조주처럼 못 만들 것이 없다고 장담합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사람이 로봇이 되고 로봇이 사람이 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정말 세상은 사람의 ‘마음’까지 만들어내고, 하나의 언어로 하늘에 닿는 탑을 쌓을 수 있을까요? 하기야 오늘날의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보면 수천 번의 윤회를 할 수 있다 한들 믿지 못할 것도 없겠지요. 그런데 우리 인간은 하늘까지 탑을 쌓고, ‘마음’과 ‘영혼’까지 만들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걸까요? 도대체 우리 욕망의 끝은 어디까지이고 어느 정도 만족해야 내려놓을 수 있는 걸까요?


욕망의 덫, 높이 더 높이!

“‘자, 벽돌을 빚어 단단히 구워내자.’ 그리하여 그들은 돌 대신 벽돌을 쓰고, 진흙 대신 역청을 쓰게 되었다”(창세 11,3).

하느님께 도전장을 낸 디지털 인간은 정말로 일을 저지르려나 봅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벽돌로 구워내고 모바일 데이터 통신을 역청으로 쓰면서 공간과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SNS로 사람들에게 세상 끝까지 말을 건네며 “하늘까지 탑을 쌓자.”고 부추깁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느님의 권위에 맞서 사랑과 명예와 부를 거머쥐려 바동거리지만 원하는 것을 얻었을까요? 혹시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덫에 걸린 것은 아닌지요. 그래서 먹어도 허기진 ‘쾌락’의 감정에 중독된 것은 아닐까요? 그러니 이 ‘잠깐’의 만족을 얻으려고 끝이 보이지 않는 디지털 바벨탑 건설을 멈출 수 없고, 높이 더 높이 쌓지 않으면 불안하니 마냥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겠지요.

그러다 보니 우리에게 ‘여백’은 무언가를 채워야 하는 강박이 되었고, ‘심심함’은 ‘흥미’로 채우지 않으면 안 되는 히스테리가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요? 안타깝게도 피곤과 우울,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은 질환이 아닌 이 시대의 일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인내의 결핍, 빠르게! 더 빠르게!

언젠가 지인이 운전을 하는 차를 탔는데 동시에 내비게이션 두 개를 작동시키고 있었습니다. 더 빠른 길을 탐색하려는 것이지요. 두 개의 내비게이션이 계속 번갈아가며 소리를 내는데 정신이 없었지요. 그런데 그는 시끄러운 것에 익숙한지 그 와중에도 계속 저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두 개의 내비게이션을 보면서 말입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볼 때 원래 속도보다 1.2-2배까지 속도를 빠르게 조절해 시청한다고 하지요. 스스로 편집해서 보기도 하고요. 약간 지루하거나 관심 없는 부분은 건너뛰고 보고 싶은 것만 보면 되니까요. 그렇게 습관이 되어서인지 실시간 방송을 보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면서 빨리 보려고 합니다. 이런 습관으로 진짜 현실에서도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면 초조해하거나 불안해하고 지루한 것을 견디지 못해 초고속으로 넘기고 싶어 하지요.

하나에서 둘로 건너갈 여유가 없어지고 셋, 넷을 동시에 넘어가야 하고 그러다 보니 세상은 마치 2배속 4배속 32배속으로 마구 돌아갑니다. 그러니 듣거나 보면서도 쉽게 잊고 지나칠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성찰의 빈곤, 많이! 더 많이!

누군가 놀란 표정으로 말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정말 신기해요. ‘글쓰기’하는 시간에도 계속 떠들어서 ‘조용히 하라!’고 했더니 ‘조용하면 불안하다.’는 거예요. 그렇게 떠들면서도 글이 나오더라고요.”

어디 아이들만 그렇겠습니까? 누군가와 대화하거나 어떤 일을 할 때에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지요. 그렇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점점 말은 들끓고 활동은 과도하여 기능적인 ‘멀티형 인간’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할 수 없는 우리들,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에 익숙한 것 같지만, 사실 단순하고 심심한 것을 못 견뎌한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산만하고 건망증에다가 조급증까지 생기게 되는데, 이런 사람들을 ‘MAD(Multitasking addiction disorder)장애’라고 합니다.

사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렇게 멀티태스킹을 하다 보면 한 가지도 깊이 있게 효율적으로 해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성 호르몬이 나와 두뇌기능도 일부 손상될 수 있다고 하지요.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도 멈춰 성찰하고 마음을 보살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현실’보다 ‘더’를 사랑하는 우리들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찾고, 잠자기 전 확인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이겠지요. 이렇게 사람이 아닌 도구를 끼고 사는 우리는 도구로 문제를 해결하니, 과연 통찰력이 필요한 삶의 문제도 도구가 해결해 줄 수 있을까요?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더 쉽고 더 즐겁고 더 만족스럽게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줍니다. 그래서 ‘현실’보다 ‘더’에 익숙해지고 결국 순간의 만족으로 살아가는 유아적 상태에 스스로를 가두고 말지요.

인간이 파충류나 포유류와 다른 것은 무엇일까요? 인내하고 집중하고 식별하는 총명함과 지혜로움 아닐까요? 이 총명과 지혜는 오로지 주어진 상황에서 버티고 견디며 체험되는 현실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하느님은 인간의 현실에 살아계시는 분이십니다. 있는 그대로의 상황과 속도에서 당신 자신을 드러내십니다. 있는 그대로가 아닌 ‘더’에 대한 애착은 “하느님보다 쾌락을 더 사랑”(2티모 3,4)하게 합니다.

이제는 “성읍을 세우고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워 이름을 날리려는”(창세 11,4)욕망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에 만나는 이웃과 자연에서 있는 그대로의 현실과 속도에 충실하며, 그곳에서 부족해도 만족스러운 ‘행복’의 열쇠를 찾았으면 합니다.


<더 공부하고 싶으세요?>

고요한 내면의 소리로 내 영혼의 존재를 알아채요!

「무탄트 메시지」는 백인 여의사인 말로 모건이 여행하면서 체험한 호주의 원주민 ‘참사람 부족’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들 원주민의 삶은, 소유와 소비 중심으로 경쟁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생하는 삶,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한 본질적인 삶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특히 이들만의 소통방법은 놀랍기만 하다. 이들 원주민은 새벽에 사냥을 떠난 젊은이와 3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거리에서도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한다.

이들의 삶은 과잉소통과 들끓는 소리로 가득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고요한 내면의 소리와 영혼의 존재를 알아채는 ‘듣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일궈내도록 안내해 준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참사람 부족’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 김용은 제오르지아 - 살레시오수녀회 수녀. 부산 살레시오영성의집 관장으로 청년과 평신도 신심단체를 위한 현대영성 강좌 및 피정지도를 하고 있으며 여러 수도단체에 디지털 시대의 봉헌생활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 뉴욕대 대학원에서 미디어생태학을 전공하고 버클리신학대학원 내 살레시오영성센터(ISS)에서 살레시오영성을 수학했다. 「세상을 감싸는 따뜻한 울림」, 「3S 행복 트라이앵글」, 「영성이 여성에게 말하다」 등의 책을 냈다.

[경향잡지, 2013년 8월호, 김용은 제오르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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