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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하느님 이야기9: 판관기의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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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8-07 ㅣ No.457

조규만 주교의 하느님 이야기 (9) 판관기의 하느님


용서의 하느님 자비의 하느님

 

 

여호수아가 죽고난 뒤 사무엘이 사울을 임금(왕)으로 세우기까지 판관들이 이스라엘을 다스리는 시기가 판관기다. 이민족과 계속 투쟁하는 시기로, 겉으로 보기엔 전쟁사지만 그 속에는 종교적 갈등이 내재돼 있다.

 

판관기는 일정한 양식으로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진행방식은 다음과 같다.

 

① 이스라엘 자손들이 주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저지른다 → ② 하느님께서 이에 분노해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민족에게 넘기신다 → ③ 갖은 고생을 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께 용서를 청한다 → ④ 하느님께서는 이들을 용서하고 판관을 세워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민족 손에서 구해주신다 → ⑤ 하느님께서 세운 판관이 이스라엘 민족들을 평화롭게 다스린다 → ① 이스라엘 자손들이 다시 악한 짓을 저지른다 → 이하 반복.

 

이렇듯 판관이 바뀔 때마다 ①~⑤ 과정이 계속 반복된다. 판관기를 읽으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왜 이렇게 잘못을 되풀이하는지 답답하다. 그럼에도 하느님은 그들 잘못을 매번 용서해주신다. 판관기는 언제나 용서해주시는 자비의 하느님을 보여준다. 판관기에 나온 판관들을 살펴보자.

 

 

판관들 살펴보기

 

1. 판관 오트니엘(판관 3,7-11)

 

① 이스라엘 자손들은 주 저희 하느님을 잊어버리고 바알들과 아세라들을 섬겨, 주님 눈을 거스르는 악한 짓을 저질렀다.

 

② 그래서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에 진노하시어, 그들을 아람 나하라임 임금 쿠산 리스아타임의 손에 팔아넘기셨다. 그리하여 이스라엘 자손들이 여덟 해 동안 쿠산 리스아타임을 섬겼다.

 

③ 그러나 이스라엘 자손들이 주님께 부르짖자, 주님께서는 이스라엘 자손들을 위해 구원자를 세우시어 그들을 구원하게 하셨다. 그가 곧 칼렙의 아우 크나즈의 아들 오트니엘이다.

 

④ 주님 영이 오트니엘에게 내리니, 그는 이스라엘 판관이 돼 싸우러 나갔다. 주님께서 아람 임금 쿠산 리스아타임을 그의 손에 넘겨주셨으므로, 그의 세력이 쿠산 리스아타임을 억눌렀다.

 

⑤ 그리하여 이 땅은 크나즈의 아들 오트니엘이 죽기까지 마흔 해 동안 평온했다.

 

2. 판관 에훗(판관 3,12-30)

 

① 이스라엘 자손들이 다시 주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저질렀다.

 

② 그래서 주님께서는 모압 임금 에글론을 이스라엘보다 우세하게 하셨다. 그리하여 이스라엘 자손들이 열여덟 해 동안 모압 임금 에글론을 섬겼다.

 

③ 그러나 이스라엘 자손들이 주님께 부르짖자, 주님께서는 그들을 위해 구원자를 세우셨다. 그가 곧 벤야민 지파 게라의 아들 에훗이다.

 

④ 그날 이렇게 모압은 이스라엘의 손 아래 굴복했다.

 

⑤ 그 뒤 이 땅은 여든 해 동안 평온했다.

 

판관에 따라 서술 내용과 분량에 차이가 나지만 판관기는 대체로 이와 같은 양식을 따르고 있다.

 

판관기에 나오는 판관으로는 삼가르, 드보라, 기드온, 톨라, 야이르, 입타, 입찬, 엘론손, 압돈, 삼손 등이 있다. 많이 들어 본 익숙한 판관들도 있지만 생소한 판관들도 있다.

 

판관 드보라는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여성 판관이었다. 그래서인지 드보라 판관 시대에는 여성 활약이 두드러졌다. 드보라에겐 바락이라는 장군이 있었지만 이스라엘 민족을 괴롭힌 적장 시스라를 무찌르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한 것은 야엘이라는 여인이었다.

 

성경은 야엘을 이렇게 칭송하고 있다. "카인족 헤베르의 아내 야엘은 여자들 가운데 가장 복되어라. 천막에 사는 여자들 가운데 가장 복되어라"(판관 5,24).

 

판관 기드온은 여루빠알로도 불렸는데 이는 그가 '바알제단을 허물었다'는 뜻이다(판관 6,31-32).

 

이와 함께 판관기에 나타나지 않은 판관도 있는데 이는 엘리와 사무엘이다. 사무엘기에 등장하는 두 판관은 지금까지 설명했던 판관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전 판관들은 적을 무찌르는 공헌을 세운 무사로서의 판관이었지만 엘리와 사무엘은 예언자, 사제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엘리와 사무엘은 판관으로서 역할을 잘 수행했지만 그들 뒤를 이은 아들들이 모두 잘못을 저질러 불행한 말년을 보내게 된다.

 

 

판관기 묵상

 

우리는 판관기에서 3가지를 묵상할 수 있다.

 

첫째, 똑같은 죄를 반복하는 어리석은 인간 모습과 그럼에도 매번 용서해주시는 자비의 하느님이다. 하느님은 죄를 지은 형제를 7번 용서해주면 되겠냐는 베드로 질문에 77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마태 18,21-22). 용서하시는 하느님 모습은 판관기에 잘 드러나 있다.

 

둘째, 사무엘 판관 때 생긴 이스라엘 왕정제다. 사무엘 뒤를 이을 아들들이 사무엘의 모범을 따르지 않자 이스라엘 원로들은 사무엘을 찾아가 새로운 왕을 세울 것을 청한다. 사무엘은 왕정제 폐단을 설명하며 이들을 설득했지만 소용 없었다. 하느님께서는 사무엘에게 이스라엘 백성이 원하는 대로 해줄 것을 지시했고 이때부터 이스라엘 판관 시대는 막을 내렸다.

 

셋째, 남성과 여성처럼 어떤 성(性)에도 속하지 않는 하느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판관기에 나타나는 이방인들 신은 바알과 바알의 아내 아스다롯이 있다. 하지만 하느님은 바알신과 달리 배우자가 없고 여성과 남성으로 구별되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 같은 성(性)은 하느님께서 창조한 것으로 하느님께서는 성을 초월한 존재라는 것을 알려준다.

 

[평화신문, 2011년 8월 7일, 정리=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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