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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하느님 이야기7: 모세의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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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7-24 ㅣ No.449

조규만 주교의 하느님 이야기 (7) 모세의 하느님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

 

 

하느님이 모세에게 스스로 밝힌 당신의 이름, '야훼'가 의미하는 바가 몇 가지 더 있다. '나는 있는 나다'라는 하느님 이름은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탈출 3,12)는 말씀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하느님은 곧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 분이라는 것이다.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는 약속은 '야훼' 하느님이 약속의 하느님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약속의 하느님은 자연법칙에 따라 생성ㆍ탄생하고 소멸ㆍ죽음을 맞는 자연과 인간을 창조한 하느님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서 보다 나은 희망의 목표와 의의를 제시하고 그것을 이룩해주시는 분으로서 하느님이다.

 

분명히 야훼라는 하느님 이름은 모세 이전이나 이스라엘 밖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야훼라는 이름은 모세에게 와서 비로소 불릴 수 있었다. 이것은 모세가 이룩한 업적이다. 독창적으로 그 이전 신의 이해를 재구성하면서 고유한 하느님 칭호와 모습을 알려줬다.

 

모세가 하느님 이름을 계시로 알아낸 업적 외에 또 하나 중요한 업적은 파스카 전례다. 파스카는 이미 유목민에게서 전해져 내려오는 의식이었지만 모세에 의해 의미가 커졌다.

 

모세는 이스라엘 장로들을 불러 "집집마다 양을 한 마리씩 끌어다가 파스카 제물로 잡아 대야에 받은 피를 우슬초 묶음에 묻혀 문 상인방과 좌우 문설주에 바르시오. 야훼께서 이집트인을 치며 지나가시다가 문 상인방과 좌우 문설주에 바른 피를 보시고는 그 문을 그냥 지나가시고 파괴자가 당신들의 집에 들어가 치게 하는 일이 없게 하실 것이오. 당신들은 이것을 당신께서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땅에 가게 되거든 이 예식을 지키시오. 당신들의 자녀들이 이것이 무슨 예식이냐고 묻거든 이것은 야훼께 드리는 파스카 제사라고 일러주시오"하고 말했다.

 

양을 잡아 제사를 드리던 풍습은 다른 유목민에게서도 나타나지만 성경이 전하는 바로는 이미 아브라함 시절, 더 나아가 카인과 아벨 시절에도 양을 잡아 제사를 드리는 풍습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아브라함의 이사악 제사도 파스카와 연관이 있다. "아브라함은 번제물을 사를 장작을 가져다 아들 이사악에게 지우고 자기는 손에 불과 칼을 들었다. 그렇게 둘은 함께 걸어갔다. 이사악이 아버지 아브라함에게 '아버지!'하고 부르자, 그가 '얘야, 왜 그러느냐?'하고 대답했다. 이사악이 '불과 장작은 여기 있는데, 번제물로 바칠 양은 어디 있습니까?'하고 묻자, 아브라함이 '얘야, 번제물로 바칠 양은 하느님께서 손수 마련하실 거란다'하고 대답했다. 둘은 계속 함께 걸어갔다. …아브라함이 눈을 들어보니, 덤불에 뿔이 걸린 숫양 한 마리가 있었다. 아브라함은 가서 그 숫양을 끌어와 아들 대신 번제물로 바쳤다…"(창세 22,1-14).

 

그로부터 유목민은 오랫동안 파스카 제사 의식을 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파스카 제사는 자신의 가축들을 전염병이나 맹수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주길 청했던 제사 의식이었다.

 

요즘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광우병 등을 보면 유목민에게 돌림병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쉽게 이해가 간다. 이사악 제사가 재산을 잃는 경제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제사였다면 모세에 의한 파스카는 한층 진화된 제사 의식이 됐다.

 

하루는 모세가 사막에서 목동을 만났다. 목동은 매일 저녁 가장 좋은 우유를 나무 그릇에 담아 하느님께 바쳤다. 모세는 불쌍한 목동을 깨우쳐주고 싶어서 하느님은 순수한 신이시기에 우유 같은 것은 드시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목동은 하느님께서 우유를 드시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돼 실망했고, 모세는 목동을 "하느님에 대해 더 정확하게 알았으니 오히려 기뻐할 일이다"고 위로했다.

 

며칠 후 모세가 외딴 곳에서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는데 하느님이 나타나시어 "모세야, 사실 네가 틀렸다. 내가 순수한 신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목동이 나에게 바치는 우유를 그의 사랑의 표시로 항상 고맙게 받아들였다"고 말씀하셨다.

 

그렇다. 하느님은 신자들이 정성껏 바치는 예물을 다 받으신다. 하느님께서는 다만 그 예물을 다른 필요한 사람과 나눌 뿐이다. 삼라만상이 다 주님 것인데 우리가 내는 그 예물이 그분에게 얼마나 소용이 되겠는가?

 

하느님은 예물을 바치는 정성과 마음을 보신다. 아브라함이 아들 이사악을 봉헌했지만 하느님은 아브라함의 제물을 마다하시고 손수 제물로서 양을 마련해 주셨다. 하느님은 아브라함의 마음을 보시고 축복해주신다.

 

여기서 우리는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아브라함의 외아들을 제물로 바치는 것을 마다하시면서, 하느님은 인류를 위해 당신의 사랑하는 외아들을 기꺼이 십자가 희생 제물로 내놓으셨다. 우리는 하느님 사랑을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 큰 사랑을 깨닫기에는 우리 가슴과 머리는 너무 좁다.

 

파스카는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다시 한 번 의미가 격상된다. 예수님은 파스카 축제를 유한한 삶에서 영원한 삶으로 도약하는 신앙의 파스카로 의미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미사가 바로 격상된 파스카 제사다.

 

오늘 우리가 하지 못한 좋은 일은 영원하신 하느님 앞에 영원히 하지 못한 것으로 남는다. 우리가 오늘 한 일은 영원하신 하느님 앞에 영원한 것으로 남는다는 것을 기억하자.

 

모세는 참으로 위대한 인물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예수님은 새로운 모세, 진정한 모세라고 설명한다.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야말로 하느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던 모세 이상의 예언자이심을 고백한다.

 

모세는 하느님을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을 돌봐 주셨던 부족의 수호신이 아닌 이스라엘 백성을 돌봐 주시는 민족의 하느님으로 체험했다. 그리고 구원이란 고통스러운 식민지 삶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해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평화신문, 2011년 7월 17일, 정리=임영선 기자]

 

※ '조규만 주교의 하느님 이야기'는 평화방송 라디오(FM 105.3㎒)에서 매 주일 오후 6시 5분에 방송되며, 평화방송TV에서는 매주 화요일 오전 8시(본방송), 수요일 새벽 4시와 저녁 9시, 금요일 오후 4시, 주일 오후 6시에 재방송된다. 인터넷 다시 보기 www.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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