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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전환기에 놓인 한국 수도회의 사도직: 현실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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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2-08 ㅣ No.117

[특별기고] 전환기에 놓인 한국 수도회의 사도직 : 현실과 전망


“안주의 틀을 과감하게 벗으라”

 

 

한국 활동수도회들의 사도직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원인은 한국 사회 환경과 교회 환경이 변한 탓이다. 우선 한국 사회는 지난 20세기 100년 동안 한국 교회가 기여해왔던 교육, 복지, 의료, 노동 등의 영역에서 교회의 역할이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국가는 복지 영역에서만 천주교에 제3섹터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경제 성장, 민주화와 함께 민간 영역이 확장된 것도 큰 원인이다. 교회 안에서는 교구 사제가 양적으로 크게 늘어나고 평신도들의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수도회의 활동영역이 축소됐다. 하나의 예로 교구사제의 양적 증가는 특수사목의 양적 확대를 초래하여 기존 수도회의 활동 영역과 중복됐다. 본당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교구에서 보좌신부들이 파견되고, 평신도 사도직이 활성화되면서 본당수녀의 역할범위가 축소됐다. 이처럼 현재 상황은 수도생활 혹은 수도회 자체의 위기 또는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기 보다는 외부환경 변화에 따라 불가피하게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응해 한국 수도회 사도직의 올바른 전환 방향과 전망을 짚어본다.

 

수도회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사도직의 전환기는 보편교회의 경험에 비춰보면 전혀 낯선 일은 아니다. 서구 교회는 이러한 경험을 우리보다 훨씬 먼저 했다. 이들의 경험을 분석해보면 수도회의 사도직은 물론 교회의 대 사회적 역할도 사회변화와 교회 내부의 역동(dynamic)에 큰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활동수도회는 개방체계로써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왔을 때 수도회의 일부만 생존에 성공할 뿐 대부분 적응에 실패했다. 일단 적응에 실패한 수도회들은 급속하게 쇠퇴의 길에 접어들었다. 쇠퇴의 징후는 성소자 감소 내지 정체, 기존 활동영역으로부터의 후퇴, 그리고 수입의 감소로 나타났다. 이것은 “수도생활은 영원하지만 (조직으로서의)수도회는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에 사도적 활동수도회들이 진출한 지 백년이 넘지만 실제로 외국으로부터의 진출이나 방인수도회의 창설이 활발했던 것은 한국 전쟁 이후였다. 현존하는 수도회의 절반 이상은 70년대 이후에 진출하거나 창설되었으니 불과 반세기도 못되어 이런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필자는 10년 전부터 한국 활동수도회의 사도직 변화 추이를 예의 주시해왔기에 현재의 상황을 서구 수도회의 쇠퇴기와 동일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유럽 활동수도회의 평균수명이 150년, 미국이 90년 정도였으니 우리는 적어도 70년 이상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며 아직 절박감을 느끼지 않는 경우도 물론 존재한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현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은 공히 인정할 것이다.

 

필자는 쇠퇴기로 진단하였으니 이를 전제로 방향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서구 교회의 경험을 토대로 보면 이러한 경우에 활동수도회들이 소생하거나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은 제한적이었다. 먼저 미국의 경우 활동수도회의 퇴조는 관상수도회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한국 교회의 경우에는 아직 이런 경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관상회의 진출과 기존 수도원들의 분가가 활발하니 지켜볼 일이다.

 

두 번째는 카리스마를 재해석하는 것이다. 창설자가 최초 영감을 받은 그 사도직이 아니라 그가 사랑하고자 했던 대상을 새로운 맥락에서 다시 발견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알렉시오 수사회가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는 수도회로 출발하였다가 80년대 중반 이후 AIDS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전문적으로 돌보는 것으로 전환하여 생존에 성공하였다.

 

세 번째로는, 새로운 대상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이 시대에 하느님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찾아 그들의 내외적 필요에 부응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대상들은 기존의 수도회들이 추구하는 방식으로는 찾기도 만나기도 힘들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닐 테지만 많은 수도회들이 이러한 대상을 찾는데 더디고, 설사 찾았다 하더라도 이들에게 응답하는 속도가 느리다. 수도회가 안정되면서 의사결정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무엇보다 안주하는 이들이 늘어 수도회와 수도복의 안정된 틀을 벗어나기를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기에 동시대인을 감동시킬 수 있는 방법은 철저한 투신이나 탁월한 영성가가 되는 방법 밖에 없는데 과연 이 상태로 젊은이들에게 수도생활에 매력을 느끼게 해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자기가 가진 것을 모두 포기하지 않고 가장 낮은 자를 선택할 수는 없는 법이다. 움직임이 더딘 것은 그만큼 많이 가졌거나,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는, 수도회가 쇠퇴하든 안하든 현재의 사도직에 최선의 투신을 하는 것이다. 서구교회의 경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노년의 수도자들이 참 많다. 이들은 그가 선택한 삶이 행복이고 하느님의 사랑이기에 이 사랑을 실현하는 것이 현직에 있을 때로 국한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도자는 그가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 수도자다.

 

마지막으로, 한국 수도회들의 경우 해외선교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이제 한국의 수도자들은 새롭고 척박한 환경에 던져질 필요가 있다. 하느님의 섭리에 기댈 수밖에 없는 환경을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정된 틀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기 어렵다. 어찌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기도와 삶이 절박하고 진실할 수 있겠는가? 물론 이런 태도는 해외선교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도직에서 새겨야 할 일이다. 절박한 상황이 되면 저절로 섭리에 기대게 된다. 기대지 않거나 기대지지 않는 것은 그만큼 하느님이 아닌 다른 가치들이 내면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쇠퇴기는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 싹트는 시기다. 그리고 수도자 개인과 그가 속한 수도회의 진정성을 검증할 수 있는 은총의 시기다. 내 안에 그리고 수도회 안에 하느님 사랑이 채워져 있는지 아닌지를 증명하는 좋은 계기라는 것이다. 이러할 때 옥석이 가려진다. 그리고 거대한 홍수와 불길이 휩쓸고 지나가도 살아남을 방법은 있는 법이다. 물론 연명이 능사는 아니다. 어떻게 살아남는지가 더 중요하다. 부디 한국의 수도자들이 하느님이 이 시대에 사도직 영역에서 보여주시는 징표를 잘 식별하여 세세대대로 한국 교회와 사회 안에서 소중한 몫을 감당해낼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가톨릭신문, 2009년 2월 8일, 박문수 박사(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변화 · 쇄신 모색하는 인보성체수도회


“새로운 사도직 활동에 도전”

 

 

급변하는 한국 교회와 사회의 흐름 안에서 기존 사도직의 새로운 적응이 절실하다. 이에 대한 수많은 진단과 문제점 제기는 오래 시간 있어왔다. 그러나 정작 회원 개개인에게까지 폭넓은 적용이 실천된 경우는 드물었다. 인보성체수도회(총원장 김주희 수녀)는 최근 수도회의 영성을 실현할 수 있는 활동 과제를 새로 정립, 본격적인 실천에 나서 관심을 모은다.

 

“향후 5년 이내에 본당사도직에서 철수해야 한다. 새로운 사도직에 투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수도자 개개인의 영적 빈곤부터 채워야 한다.”

 

수도회가 사도적 활동 과제를 새로 세우기 시작한 직접적인 동기였다. 특히 여러 사도직 중에서도 본당사도직 안에서는 수도자가 정체성 위기를 심하게 겪어왔고, 실제 각 본당에서 수도자 역할이 예전에 비해 70% 정도나 줄어든 현실을 직시했다. 무엇보다 수도자의 신원의식 혼돈, 수도생활의 중산층화와 수도자의 중간관리자 역할로 인한 부작용 해결이 시급하다는데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수도회는 전문적인 연구와 세미나 등을 통해 수도회가 새롭게 실현할 선교 방향을 세우고 현재 2008~2010년 3개년 실천 계획을 추진 중이다. 

 

수도회 총원장 김주희 수녀는 이러한 노력을 “수도자들이 스스로도 존재의 의미를 올바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 제자리로 되돌아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사제와 신자들 사이에서 상실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것은 수도자 자신의 정체성 약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도회는 우선 수도자 자신을 성찰과 쇄신의 대상으로 세웠다. 이어 ‘선교’가 기존의 교세 확장이나 사목 협조가 아닌 “신자 혹은 비신자들이 그리스도의 가치관으로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돕는 것”임을 되새겼다.

 

구체적으로 본당 사도직에서는 활동 영역을 본당 뿐 아니라 지역복지 대상자로 확대하는 노력을 시작했다. 사회복지 활동에서는 평신도 전문가들과 활동을 차별화해 교회 밖 선교의 장을 찾아가는 모습을 구현 중이다. 또 노숙자 사도직 등 소외계층을 위한 사도직은 더욱 폭을 넓혔다. 특히 성소자 계발을 위한 협력조직 결성과 노인 회원의 사도직 개발, 가난한 생활의 보다 실제적인 실천 등 5대 과제를 제시하고 실천에 나섰다.

 

김주희 수녀는 “우리 수도자들도 매순간 삶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맛보는 훈련을 하는 중”이라며 “사도직의 변화와 정체성의 혼돈을 수도자 본연의 위치를 찾아가는 기회로 삶아 사회적 사명을 인식하고 예언자적 소명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가톨릭신문, 2009년 2월 8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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