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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해하기9: 사목헌장 (3) 현대 세계 안에서의 교회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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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7-12 ㅣ No.487

[신앙의 해 특집 -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해하기] (9)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목헌장  현대 세계 안에서의 교회의 역할


인간 존엄, 인간 공동체, 세상 안의 인간 활동에 대한 고찰에 이어서 사목헌장(Gaudium et spes, GS)은 공의회가 의도했던 대로 “모든 시대에 걸쳐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이를 복음의 빛으로 해석하여야 할 의무를 지고 있는(GS 4)” 교회의 역할을 언급합니다. 이는 지금껏 살펴보았던 교회헌장, 계시헌장, 전례헌장의 지향점이 세상과의 관계 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지에 대한 ‘교회의 응답’을 밝혀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여러분은 아마도 거대한, 그리고 분명한 교회의 입장표명을 기대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기대와는 달리 사목헌장은 이(“현대 세계 안에서의 교회의 역할”)에 대해 40항부터 45항까지 매우 간략한, 그렇지만 매우 함축적인 기초와 원리만을 제시해줍니다. 이 부분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형적인 ‘미래 지향적’ 성격이 잘 드러나는 대목으로 정통적인 가르침을 회상시키는 동시에 그것을 기초로 앞으로 더욱 발전, 연구, 심화가 가능하도록 큰 방향만을 제시해 줍니다. 따라서 사목헌장은 교회의 사목적인 역할을 언급하면서도 다분히 신학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고에서는 사목헌장의 배경을 이루는 ‘친교의 교회론’을 조금 더 심도있게 다루어 보면서, 사목헌장에서 말하는 교회의 역할을 떠올려 보고자 합니다.

“그것은 때가 차면 하늘과 땅에 있는 만물을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을 머리로 하여 한데 모으려는 계획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소유로서 속량될 때까지,
… 상속의 보증이 되어 주시어,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하게 하십니다.”(에페 1,10.14)


1. “교회” - 구체적으로 세상에 드러난 인간에 대한 지극한 하느님 사랑의 선물

앞에서 교회헌장과 사목헌장이 선언한 바 있듯이 교회는 ‘예수님에 의해 이 세상에 드러난 하느님 구원 계획의 성사(그리스도 안의 성사 GS 42)’ 입니다. 여기서 주의사항은 교회를 ‘가시적인 제도나 형태’로만 한정짓거나 또는 ‘영성적인 사상이나 이념’으로만 환원해 보아서는 그 의미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GS 40 비교) 왜냐하면 이 두 가지 차원은 무엇보다도 ‘복음에서 전하는 대화의 방식 - 친교의 전달’ 안에서 이 세상에 ‘지금 여기에’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복음이 알려주는 ‘대화방식 - 친교전달’의 중심에는 다름아닌 ‘인간과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Philanthropia, GS 40)’, 바로 ‘십자가상에서 이루신 성자 예수님의 구체적인 구원행위’가 놓여 있으며, 우리 인간의 (구체적인 조건인) ‘자유의지’까지 헤아리시는 하느님의 세심한 배려가 숨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구체적인 구원행위는 ‘실제로’ 자유의지의 잘못된 결과인 인간의 ‘죄’를, 그를 통해 일어난 ‘단절’까지도 용서하고 화해하고자 하는 ‘하느님의 구체적인 사랑’이 담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 구원행위는 ‘강요’가 아닌 ‘인간을 극진히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말씀’이 실제로 ‘강생(incarnatio, LG 8참조)’했음을 알려주는 ‘하느님의 대화 - 친교의 전달’인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는 세상을 향한 당신의 구체적인 구원행위에 ‘모든 인간’이 ‘성령 안에서’ ‘하느님(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새로운 모상’이 되어 함께하기를 바라는 구원에로의 ‘초대’이자 ‘파견’이었습니다. 이 초대와 파견은 세상 모든 이들이 그렇게 되어야 함을 드러내 주는 ‘하느님의 대화 방식’이자 ‘세상 모든 이들이’ 불린 존재가 되어야 함을 알게 해주는 ‘성사’와 같은 것입니다.

그런 관계로 ‘성령 안에 사도들의 증언(전달)과 함께’ 지금 이 세상에 날마다 ‘파견’되는 교회는 구원을 위한 대화가 일어나는 구체적인 장(場)이자 그로써 일치를 드러나게 하는 중심점입니다. 바로 파견과 함께 비로소 교회는 말씀하신 그분이 강생하신 ‘구체적인 구원행위’에 일치를 이루는 것과 동시에 자신도 성령 안에서 ‘구원행위’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의 몸과 지체’, 바로 자신 또한 ‘세상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 드러나는 성사(GS 42)’로 드러난다는 의미입니다. 사목헌장에서 명시적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안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말씀과 성령 안에서 ‘성체성사’를 통하여 실제로! 예수님의 구원행위 안에 한 몸으로 일치를 이루게 되어 ‘살아있는 구원행위의 생명력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창조의 그 순간과 같이 우리 인간의 자유의지까지, 나아가 그 결과인 죄까지도 구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며 배려해 주시는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 안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즉 구원을 추구하는 교회도 세상과 같이 죄가 존재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고백해야 하는 당위성을 가지고 있으며(부족한 인간의 ‘신앙과 일상생활’의 괴리에서 오류가 있음을 인정하고), 교회 또한 ‘세상 마지막 날까지’ 세상과 같이 ‘구원받는 대상임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강생과 파견의 대화를 위해 정화하고 세상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GS 43 참조)

결론적으로 볼 때 교회는 예수님의 구체적인 구원행위에 힘입어 “이 세상이 구원되어야 할 대상임을 드러내는 ‘구원의 성사(구원을 얻으며, 구원을 살아가고, 심지어 구원행위에 동참하게 만들어 주는 성사)’입니다.” 따라서 교회, 나아가 교회를 이루고 있는 ‘신자 모두’도 ‘복음에서 전하는 대화의 방식 - 친교’ 안에서 세상의 “누룩”(GS 40)과 세상의 “혼”으로(GS 40) 존재해야 하는 것이며, 교회의 모든 내외적 사목활동도 그 ‘복음에서 전하는 대화의 방식 - 친교의 전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GS 43)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세상 전체의 “구원이 교회의 고유 목적”(GS 40)이 된다는 것의 의미이며, 교회가 세상을 향한 “구원의 보편성사”(GS 45)임을 사목헌장이 선언하는 이유이자 바탕인 것입니다.


2. “세상 안에서의 교회의 역할” - 일치의 표징인 교회

이러하기에 ‘그리스도 안에서의 성사인 교회’는 ‘인간 존엄성’과 ‘세상의 자율성’,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활동’의 의미를 침해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살려 주고자 합니다. 이미 2회(‘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해하기 7, 8’)에 걸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리스도의 빛’과 ‘파스카의 신비 - 지극한 사랑의 신비’ 안에서야 비로소 발견될 수 있는 인간의 존엄성,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인간 활동의 의미를 교회는 자신의 사목활동을 통해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그리스도의 빛과 파스카의 신비를 추구하는 당위성을 가진 교회는 예수님과 같이 모든 인간과 만물을 살리고자 의도하지 무신론자들이 주장하듯 ‘인간실존의 의미(GS 42)나 현세 생활의 성장과 진보(GS 44)’를 침해하려 한 것이 아닙니다. 사실 이를 뒷받침하는 신학적 원리는 아주 간단명료합니다. 즉 세상과 인간의 창조주가 구세주시고(GS 41), 그 구세주의 강생과 파견으로부터 교회가 오기에, 당연히 교회도 (대화의 방식-친교의 전달을 통하여) 모든 인간과 만물을 살리고자 하고, 그분에게로 이끌고자 하는 ‘보편적인 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예수님을 통해 밝혀질 인간의 전인적인 모습의 가치를 더해주는 많은 견해들(존엄, 자유, 양심, 육체, 재능, 행복, 심지어 배척되어야 하는 죄까지도 포함하는 인간의 가치: GS 41)과 교회를 통해 밝혀질 근원적인 인류의 일치를 위한 방편들(자선사업, 사회운동, 특히 일치를 향한 진보, 건전한 사회화 과정, 경제적 시민적 연합의 전진: GS 42)을 인정하고 장려하며, 오히려 그것을 통한 ‘일치의 증진’이 교회의 사명과 부합하고 있다고 사목헌장은 강조합니다.

이는 “교회가 하느님과 이루는 깊은 결합과 온 인류가 이루는 일치의 표징이며 도구, 바로 그리스도 안에서의 성사와 같다.”(GS 42)라는 명시적인 사목헌장의 선언에서와 같이, 인류 전체가 교회의 도움을 주어야 할 대상(사목대상)임을 밝혀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편으로는 교회의 보편적인 임무가 ‘정치, 경제, 사회의 질서’와 같은 것에 좌우되고 있지 않음을 밝혀주려고 하는 공의회의 의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모든 신앙인들은 자신의 신앙생활과 사회 안에서의 의무를 구별하는 가운데, ‘각자의 고유한 역할 안에서’ (앞서 보았던 것과 같이) 강생과 파견의 복음적 대화의 방식(친교의 전달)을 ‘현세의 삶’ 안에서 실현해야 함(현세의 자기 의무에 충실한 이행: GS 43)을 사목헌장이 분명하게 짚어주고 있으며, 나아가 일치를 위해 주어진 ‘교회의 교도권의 가르침’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함께 할 것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지면관계상 다음호에서 ‘모든 신앙인이 가지는 사도직’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다루겠습니다.)


3. 현대 세계로부터 교회가 받는 도움 - 복음적 대화의 파트너인 세상

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목헌장은 교회가 세상에 ‘누룩’과 세상의 ‘혼’과 같이 도움을 주고 있는 동시에 인류 역사와 발전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이는 앞서 말한 ‘창조주는 구세주이시다.’라는 말을 거꾸로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됩니다. 그리고 이 신학적 시각의 변화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재발견한 세상에 대한 이해의 변화를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앞서 봤듯이 교회는 영적 조직이지만 동시에 가시적 사회 구조를 갖추었기에 ‘강생의 대상이자 파견될 장소인’ 인간 사회생활의 발전과 연관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교회가 인간 공동체와 결부되어 있기에, 인간 공동체를 향상시키는 사람은 누구나 어떤 면에서 교회(공동체)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심지어 교회는 반대하거나 박해하는 이들의 반대 속에서도 오히려 선익을 얻은 경험이 있는 바, 또 앞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사목헌장은 고백합니다.(GS 44) 바로 세상은 교회가 가르쳐야만 할 대상이 아니라 진정으로 복음적 대화의 방식을 실현할 상대자(파트너)였던 것입니다. 이에 따라 사목헌장은 46항에서 93항에 걸쳐 세상에서의 몇 가지 긴급한 과제(혼인과 가정, 인간문화, 경제-사회적 정치적 생활, 민족 간의 유대와 평화)에 대한 교회의 사목적 임무를 밝혀 주고 있습니다.

“보라, 내가 곧 간다. …
나는 알파이며 오메가이고 처음이며 마지막이고
시작이며 마침이다.”(묵시 22, 12-13)

[월간빛, 2013년 7월호, 최석환 요셉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대신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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