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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 교회의 가르침으로 다져지는 신앙 (2) 서울평협 공의회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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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7-06 ㅣ No.485

[신앙의 해,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 - 서울대교구 사목국 · 평화신문 공동기획] 3. 교회 가르침으로 다져지는 신앙 (2) 서울평협 공의회학교

공의회 문헌, 하느님께로 나아가게 돕는 '나침반'



공의회학교 수강생들이 수업 시작에 앞서 강사소개 시간에 박수를 치고 있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가톨릭교회는 예수님이 부활하신 뒤 50일째 되는 날 성령 강림 대축일을 지낸다. 이날은 교회의 탄생일이다. 지금부터 51년 전인 1962년, '제2의 성령강림'으로 불리는 대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다. 1962~1965년 열린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교회, 세상에 다가가는 교회, 평신도 위상이 새롭게 정립된 교회 등으로 큰 변화를 가져왔다. 발표된 공의회 문헌만 16편에 이른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신앙의 해를 위한 사목 권고를 담은 공지'를 통해 "신앙의 해는 모든 신자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주요 문헌들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가톨릭교회 교리서」를 깊이 연구하기에 적절한 기회"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공의회 문헌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면 신앙의 해를 보람있게 보낼 수 있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최홍준)가 2007년 개설한 '공의회학교'가 새삼 주목받는 까닭이다.


서울평협 공의회학교는?

"우리는 공의회로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다시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들을 손에 들고 거기서 교리적ㆍ사목적으로 우리를 독려하는 매우 풍요로운 내용을 재발견해야 합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2000년 11월 26일 강론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항해하던 배가 방향을 잃으면 목적지에 닿을 수 없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나침반이다. 하느님 말씀인 성경이 '하느님께 가는 길'이라면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그 길에 갈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과 '수단'인 나침반 역할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강조한 것처럼 공의회 정신으로 돌아가고, 공의회 문헌을 공부한다는 것은 신자들이 예수님께 효과적으로 향할 수 있도록 교회가 제시한 가르침을 관심 있게 보고 배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은 현재 가톨릭교회 기본 틀을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공의회학교는 평신도들이 공의회 가르침과 정신을 잘 앎으로써 교회와 사회에서 더 헌신적으로 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설됐다. 유수일(군종교구장)ㆍ조규만(서서울지역 교구장 대리) 주교를 비롯해 김성태ㆍ정의철ㆍ김준철 신부 등 대신학교 교수진과 노길명ㆍ조광 교수 등이 강사로 나서고 있다. 한국교회에서 공의회 문헌을 배우는 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명강의를 들을 수 있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는 개설 초기에는 '평신도학교-공의회과정'이라는 이름으로 1년, 2학기제(3~6월, 9~12월), 28주 강의로 과정을 구성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공의회학교'라는 이름으로 상반기 한 학기(3~6월) 과정으로 개편했다. 처음에는 공의회 문헌 16개를 모두 다뤘으나 1학기 과정으로 축소 개편되면서 14개 문헌을 배운다. 1년이라는 긴 과정이 공의회 문헌을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자칫 흥미를 잃을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 3월 4일 개강해 6월 10일 수료식을 한 올해 공의회학교는 '보편공의회와 제2차 바티칸공의회'(김성태 신부) 강의를 시작으로 △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거룩한 공의회」(정의철 신부) △ 사회 매체에 관한 교령 「놀라운 기술」(김민수 신부) △ 하느님 계시에 관한 교의 헌장 「하느님의 말씀」(조규만 주교) 등 문헌을 주제로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렸다.

 
공의회학교 이모저모

그동안 공의회학교에 참여한 이들 대부분 매우 열심한 자세로 수강했다는 평가다. 수강생 대부분이 공의회 문헌에 관한 자발적 관심으로 참여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본당 사목회장 등 사목회 임원들도 많았고, 레지오 마리애 간부들도 많이 수강했다. 수도자들의 관심도 높았다. 서울에서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올라와 수강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매일 새벽 3시께 출근해 건물 청소 일을 하면서 강의를 듣던 한 신자는 매주 월요일 수업이 있는 날이면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근처에서 쪽잠을 자다 출근하면서도 1년(2학기) 동안 한 번도 결석하지 않아 수료식 날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한 수도회 신학생 수강생은 정규수업 대신 공의회학교 수업을 청강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공의회학교 수강생 가운데 더 공부하고 싶은 21명이 심화과정을 마련해 따로 공부하기도 했다.

공의회학교에 대한 관심과 참여 열기는 2007년 이후 조금씩 식어가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한 해 50~60명 수준에 머물던 수료 인원이 2012년 237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의 단체 수강도 적지 않은 몫을 했지만 신앙의 해를 계기로 공의회학교가 다시금 주목받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166명이 수강해 132명이 수료했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전 과정을 수료한 이는 674명이며, 미수료자를 포함한 전체 수강생은 1575명이다.

공의회학교에 직접 참가하지 못했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기존 1년짜리 강의(2009년)와 현재 1학기 강의(2012년)가 서울평협 누리방(www.clas.or.kr) 공의회학교 '강의동영상' 게시판에 모두 올라와 있다. 또 서울평협이 발행한 「공의회학교 1ㆍ2권」(가톨릭출판사/각 1만 원)을 통해 책으로 공부할 수도 있다. '공의회를 공부하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서울평협 최홍준(파비아노) 회장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개막한 지 51년째를 맞고 있지만, 신자 모두가 공의회를 온전히 숙지했다고 볼 수 없다"며 "공의회 문헌은 신앙을 더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보약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노길명(요한 세례자) 고려대 명예교수는 "가톨릭교회가 지금까지 50년간 강조해온 것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로, 새삼 강조하거나 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 공의회 가르침"이라며 "공의회 가르침은 신자라면 누구나 관심을 두고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신문, 2013년 7월 7일, 이힘 기자]

 

 

[인터뷰] 공의회학교 2011년 수료생 장병철(율리아노)씨


평신도 정체성 깨닫고 봉사 앞장



공의회학교 2011년 수료생 장병철씨는 공의회학교 수업이 예수 그리스도께로 다가가는 확실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공의회를 공부하면서 평신도에 대한 막중한 의무와 책임감을 느끼게 됐습니다. 공의회 문헌은 저를 더 열심한 신자로 변화시켰습니다."

2010년 2학기부터 2011년 1학기까지 공의회학교 1년 과정을 수료한 장병철(율리아노, 66, 서울대교구 청담동본당) 연령회장은 공의회학교 수업을 계기로 평신도로서 정체성을 깨닫고, 하느님께서 주신 평신도 소명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의회 문헌을 공부하면서 어떠한 봉사직에 있어도 '예수님이 하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열심히 봉사하게 됐다는 것. 힘들다는 연령회장직도 스스로 맡게 됐다고 했다.

공무원으로 은퇴한 장 회장은 팔순에 가까운 어머니 소원이 맏아들이 세례받는 것이어서 2006년 예순 나이에 늦깎이 신자가 됐다. 그는 "하느님이 저를 사랑하셔서 뒤늦게나마 자녀로 만들어주신 것을 감사하게 여긴다.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에 영세 직후 사목회 임원과 연령회 회원으로 봉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공의회학교를 수료하고 나니, 이제야 하느님 보시기에 합당한 신앙인이 된 것 같아요. 공의회 문헌은 가톨릭교회 2000년 역사와 교부 수백 명의 가르침이 담긴 문헌입니다. 공의회 문헌을 모른다면 진정한 의미의 신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평신도들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 말씀처럼 공의회 문헌을 공부해야 합니다." [평화신문, 2013년 7월 7일, 이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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