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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본당신부의 지상 교리: 교회의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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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8-18 ㅣ No.629

[본당신부의 지상 교리] 교회의 달력


전례력은 교회의 전례생활을 위한 달력입니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의 좌표 안에서 살게 되는데, 전례와 교회 생활을 좀 더 체계적으로 하기 위한 좌표입니다.

음력이나 양력, 또는 이 두 가지 모두에 근거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 부활과 같은 의미 있는 날들, 그리고 성령, 성모님과 관계된 날들, 이 밖에도 교회가 인정한 성인의 축일이나 기념일들을 적어놓아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는 달력이 전례력입니다.


전례력의 역사

전례력은 의도를 가지고 조직된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발전되었습니다. 초대교회에서는 신앙의 기반이 되는 부활만을 의미 있게 지냈습니다. 곧 소부활인 주일과 연중 파스카인 부활대축일만 지켰습니다.

그러다가 3세기 초반부터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기에 하루는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그 기간을 50일로 연장하게 되었고, 4세기 이후부터 부활 이후 50일째 되는 날에 성령강림대축일을 성대하게 기념합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시기, 곧 3세기 말 또는 4세기 초 이집트에서 단식기간이 40일로 발전하면서(사순시기) 이 시기는 파스카를 준비하는 시기가 됩니다.

한편, 4세기경 로마에서 12월 25일, 이교도의 동지 축제를 성탄일로 기념하면서 성탄시기가 형성되었고, 대림시기는 4세기 말과 5세기부터 갈리아와 스페인에서 시작하여 6세기에 로마 교회에 도입되었습니다.

그리고 성인들의 축일도 전례력에 자리를 잡게 됩니다. 초기에는 순교자들만이 전례력에 올랐지만, 순교하지 않은 성인들(4세기경)과 동시대의 성인들도 전례력에 오르게 됩니다.

이렇게 부활과 성탄에 속하지 않은 연중시기와 많은 성인들의 축일이 자리를 잡게 되어 1년을 하나의 단일한 단위로 삼아 교회의 전례주기가 형성됩니다(12세기경).


전례력의 개정

1969년 2월 14일 바오로 6세 교황은 로마 보편 전례력을 반포합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축일은 성인이 돌아가신 날에 지내고, 성인 축일 목록을 줄이면서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기념하는 성인의 수를 180명 이하로 줄이고,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이들과 순교자의 이름과 장소, 날짜에 대한 자료 외에 다른 자료를 확인할 수 없는 순교자들은 제외시킵니다. 그러나 각 지역을 대표하는 성인들의 이름은 전례력에 올려, 이를 축일표에 수록하도록 하였습니다.


전례력의 구조와 주요 축일

전례력은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과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전례력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 첫 주일에 시작하여 성탄과 사순 그리고 부활시기를 거쳐 연중시기로 끝이 납니다.

대림시기 ·· 대림시기는 예수성탄대축일 전 4주간 동안으로, 약속된 구세주를 기다리던 기간을 상징합니다. 이 대림시기의 의미는 첫째, 예수 그리스도의 역사적 탄생을 기념하고, 둘째, 마지막 날에 다시 오실 영광스러운 예수님의 재림을 준비하며, 셋째, 우리와 공동체의 일상생활에 오시는 예수님을 기다리고 맞이하는 데 있습니다.

이 시기에 우리가 묵상해야 할 바는 그토록 메시아를 기다리던 이스라엘이 왜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였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곧 대림시기를 의미 있게 지내려면, 단순한 기다림만으로는 부족하고, 기다림과 준비가 조화되는 삶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이 세상에 탄생시켰던 요셉 성인과 성모 마리아, 성모님의 근심을 덜어준 엘리사벳 성녀, 자신을 낮춤으로써 예수님의 길을 닦아놓았던 세례자 요한의 삶이 바로 대림시기의 삶입니다.

성탄시기 ·· 성탄시기는 예수성탄대축일부터 주님공현대축일까지의 짧은 기간으로,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으로 태어나심을 경축하는 시기이기에 흥겨움과 기쁨이 이 시기의 중심단어이지요.

신앙인들이 이러한 흥겨움 속에서 묵상해야 할 바는, 예수님이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아기 예수님을 알아뵙고 경축한 인물들입니다. 성경을 보면, 목동과 동방박사들만이 그분의 탄생을 경축한 반면, 메시아를 고대하던 이스라엘 사람들과 당시의 정치 · 종교 지도자들은 무관심합니다.

메시아를 모르던 이방인 박사들, 그리고 성전 예배에조차 참석할 수 없었던 사회적 죄인인 목동들만이 그분의 탄생을 알아뵙고 하늘의 징조를 알아볼 수 있음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참으로 큽니다.

사순시기 ·· 사순시기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사순시기는 재의 수요일부터 주님 만찬 미사 전까지, 예수부활대축일 전6주간 중에서 주일을 뺀 40일입니다. 사순시기란 말 그대로 40일간이란 뜻인데, 40이라는 숫자는 성경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노아 때의 홍수 기간, 모세가 십계명을 받기 전 단식을 한 기간, 히브리인들이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전 방랑 기간, 호렙산에서 엘리야가 기도하던 기간, 예수님이 공생활 전 광야에서 유혹을 받은 기간이 40이라는 숫자와 관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40이라는 의미는 성경에서 중대한 사건을 앞두고 준비하고 정화하는 기간을 상징합니다.

특별히 이 기간에 우리가 묵상해야 할 주제는 극기입니다. 예수님이 사탄에게 받은 유혹은, 수고 없는 빵, 부정한 방법을 통한 권력의 추구, 다른 이로부터 받는 환호와 찬사인데, 이러한 유혹은 외부의 유혹이기보다는 내 안에 자리 잡은 우리의 욕심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 세상에 나아가시기 전, 자신을 이긴 극기의 모습이 이 이야기의 근본 의미입니다. 따라서 사순시기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회개는 자기 욕심을 다스리는 극기일 것입니다.

재의 수요일 - 사순시기를 시작하는 날로, 재를 머리에 얹는 예식을 거행하기에 재의 수요일이라 합니다. 재란 참회와 속죄 그리고 죽음을 의미합니다. 그러기에 재를 머리에 얹는 것은 오늘부터 참회의 생활을 시작하겠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성목요일 - 예수님께서 이 지상에서 마지막으로 사랑하시던 제자들과 만찬을 나누던 날로, 성품성사와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날입니다. 이날 예수님은 특징적인 두 가지 행위를 교훈으로 남기십니다. 발 씻김 예식과 성체성사의 제정인데, 그 의미는 모두 같습니다.

발 씻김은 종이 주인에게 하는 행위로 주인이신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다는 것은 우리 서로 자신을 낮추는 겸손과 봉사의 삶을 살라는 것이지요.

성체성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을 본받아 우리도 타인을 살리는 밥과 음료로 자신을 내어놓는 삶을 살라는 호소입니다.

‘희생’과 ‘봉사’가 성목요일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성금요일 -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날입니다. 이날에는 단식과 금육을 통해 그분의 죽음에 동참하게 됩니다. 모든 금요일에 금육을 실천하는 것과 서양인들이 금요일을 싫어하는 이유도 모두 예수님의 죽음과 연관이 있습니다.

부활시기 ·· 부활시기는 예수부활대축일부터 성령강림대축일까지 50일 동안의 시기입니다. 부활의 기쁨을 경축하며 주님의 부활과 승천을 통해 우리 인생의 마지막 목적을 정립하는 시기입니다.

예수부활대축일 - 예수부활대축일은 춘분이 지난 다음 첫 보름 뒤에 맞는 첫 번째 주일에 지내게 됩니다. 예수님의 부활이 의미하는 바는 죽음에 대한 극복, 죄악과 악마에 대한 승리, 우리 부활의 보증, 예수님이 바로 하느님의 아들이요 절대자임을 일깨워주는 증명입니다.

그리스도교가 다른 종교와 비교되는 한 가지는, 다른 종교는 모두 창시자가 살아있을 때 생겨난 것에 비해 우리 그리스도교는 그분의 사후에 생겨나고 번성하게 되었다는 사실인데, 이러한 역사적 진실이 예수님 부활에 대한 간접 증명이 됩니다.

성령강림대축일 - 예수부활대축일로부터 50일째 되는 날에 성령강림대축일을 지냅니다. 오순절은 유다인의 3대 축제 가운데 하나로 추수감사제였습니다. 특히 이 오순절은 시나이 계약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데, 이집트 탈출 50일째 되는 날에 시나이 산에서 모세가 하느님께 십계명을 받고 계약을 체결합니다.

이러한 날에 성령께서 오셨다는 것은 구약을 대신하는 새로운 계약의 시대가 시작됨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날을 흔히 교회의 생일로 보기도 합니다.

연중시기 ·· 고유 특성을 지닌 시기 외에 34주간이며, 성탄시기 다음부터 사순시기 전까지, 그리고 성령강림 후 월요일부터 대림시기 전까지의 기간입니다. 예수님의 공생활을 기념하는 시기입니다.

이러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간은 시간을 지배하려고 시계를 만들었지만, 시계는 인간을 시간의 노예가 되게 한다.”

전례력에도 같은 위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신앙생활과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을 풍부히 기념하고 재현하고자 전례력을 만들었습니다만 자칫 이것에 얽매이다 보면 신앙의 본질적이고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칠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전례력을 이용하되 전례력을 넘어 삶의 자리에서 매 순간 주님의 성탄과 부활, 성령강림과 같은 본질적인 사건을 기념하고 재현하는 신앙이 어쩌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참된 신앙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홍금표 알비노 - 원주교구 신부. 영산본당 주임이며, 원주 장주기요셉재활원 원장으로 있다.

[경향잡지, 2012년 8월호, 홍금표 알비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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