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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수도 영성: 예수 고난회 - 예수님의 고난은 하느님의 가장 위대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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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5-22 ㅣ No.134

[수도 영성] 예수 고난회 - 예수님의 고난은 하느님의 가장 위대한 사랑

 

 

예수 그리스도 고난 수도회(이하 고난회)의 영성을 알려면 창립자이신 십자가의 바오로(1694-1775년) 성인의 영적 체험 또는 영성을 알아야 합니다. 십자가의 바오로 성인의 여러 영적 체험 가운데 하나는 ‘고통’에 대한 체험입니다.

 

가난의 고통, 굶주림의 고통, 병고의 고통, 죽음의 고통, 전쟁의 고통, 죄악의 고통…. 성장하면서 이런 고통스러운 상황들을 체험한 창립자는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고통’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찾고자 하였으며, ‘고통’과 ‘구원’의 연관성을 밝히고자 하였습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의 고난’에서 찾던 해답을 얻었습니다.

 

 

하느님의 현존과 고난의 기억

 

바오로 성인은 이 세상의 고통, 특별히 죄악의 고통은 “하느님 사랑의 가장 위대하고 가장 기묘한 사업”인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의 고난’에 대한 기억의 부재에서 온다고 파악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창립자는 이 세상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의 고난’에 대한 기억을 증언하고 증진시키고자 수도회인 고난회를 창립하였습니다.

 

고난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 속에서 생활과 사도직의 일치점을 찾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은 악의 권세를 물리치고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고자 세상에 들어오신 하느님의 권능을 제시하는 것으로 ‘하느님과 신비적 일치’로 향하는 길입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는 그 일치의 문(the godly door)이십니다. 하느님이시요 인간이신 그리스도는 아버지께로 가는 유일한 길이므로, 그분을 통해서 또 그분의 인성에 일치할 때만 하느님과 만남이 가능해집니다. 이런 바탕 위에서, 고난회가 하느님과 일치하고, 그분과 인격적 관계를 맺는 두 축은 ‘하느님의 현존’과 하느님의 사랑의 기억으로서 ‘고난의 기억’(Memoria Passionis)입니다.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살아가는 것은 곧 성자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 성령에 대한 온유함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성령은 교회의 ‘기억’이십니다. 그러하기 때문에 우리는 성령으로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살아갑니다. 또한 성령을 통해서 우리 안에 예수님의 고난을 기억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이렇게 살아가는 영혼은 결국 자기를 모두 버리고 하느님 아버지의 품으로 갑니다.

 

이런 맥락 안에서 창립자는 고난회원의 목적이 하느님과 사랑으로 일치되는 기도의 사람, 또한 이를 다른 이들에게도 가르치는 기도의 교사가 되는 것임을 확고히 하셨습니다. 또한 이러한 하느님과 이루는 사랑의 일치는, 예수님의 고난에 대한 ‘은혜로운 기억’을 통해서 더 쉽게 얻을 수 있으며, 예수님의 고난이야말로 하느님 사랑의 가장 위대하고 놀라운 사업이며 영혼의 회개와 완덕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창립자는 말합니다.

 

우리를 하느님과의 사랑의 일치로 이끄는 ‘은혜로운 기억’은, 사물과 사람, 특히 자기 평가와 편의(편리)에 대한 심리적 의존에서 자유로울 때만, 그리고 그리스도의 운명에 동참하고자 열망하면서 그분의 인격에 참여할 때만 가능해집니다. 창립자는 이러한 모든 것에서 이탈을, ‘예수님 안에 자신의 전 존재를 기쁘게 투신하면서 자신과 세상에 죽고, 하느님 안에서 그리고 하느님을 위해서만 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같은 첨예한 내적 자유를 실현하려면,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낮추시고 치욕을 당하시고 종이 되시고 죽기까지 순명하신(필립 2,5-11) 예수님을 묵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받아들이고자 가난하고 비천해지시어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분을 끊임없이 관상하고 묵상할 때 첨예한 내적 자유는 가능해집니다.

 

한편 이러한 내적 자유로 행동하는 사람은 하느님과 ‘끊임없는 내적 친교’를 이루게 되고, 그에게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가능해집니다.

 

ㄱ) 예수님의 고난 안에 표명된 하느님 사랑의 순수하고 ‘은혜로운 기억’을 가지며,

 

ㄴ) 깊은 내적 회상 안에서 하느님 사랑에 내적으로 깊이 온전히 침잠하여 거주하는 계속적인 기도와 고독, 그리고 관상 안에서, 영혼을 위해 행동하면서 항상 참된 사도적 삶을 살며,

 

ㄷ) 하느님 구원의 사랑의 계시로서 예수님의 고난 안에 자신을 집중시키고 일치시킬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사람은 예수님의 고난으로 항상 되돌아가고, 거기에 머물러 생활하므로 예수님의 고난과 사랑에 대한 “살아있는 기억”이요 “살아있는 초상(표지)”이 되어, 타인들 안에서도 이러한 ‘기억’을 효과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사랑, 예수님

 

이와 같이 창립자의 영성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사랑’(The Crucified Love)이신 그리스도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창립자는 자주 예수 그리스도를 단순히 ‘십자가에 못 박히신 사랑’이라 불렀습니다.

 

이는 그리스도와 인격적 관계를 의미할 뿐 아니라 예수님의 고난에 깨어있는 현실, 곧 자신의 외아들을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주신 하느님의 사랑을 감사하는 애정으로 묵상함을 의미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예수 고난회원들은 정결, 청빈, 순명의 3대 서원 외에 네 번째 서원, 곧 ‘예수 고난에 대한 헌신’을 서원합니다.

 

예수님의 고난에 대한 ‘은혜로운 기억’을 증진하도록 위임된 이 ‘특별 서원’은 고난회원들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살아있는 기억이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이 서원은 고난회원의 모든 영성과 사도직 활동의 단일한 역동적인 원리가 됩니다(회헌 5항).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고난회의 5대 영성(가난, 고독, 참회, 기도, 고난 기억)이 형성됩니다.

 

십자가의 바오로 성인은 예수님의 고난 안에서 사랑의 정점을 발견하였습니다. 고난을 통해서 드러난 사랑은 흔히 일반적으로 느끼듯이 우리 마음을 어둡게 하고, 가라앉게 만들며, 우리 스스로도 그렇게 슬프고 고통스럽지 않으면 안 될 것같이 심정적으로 강요하는 그런 종류의 체험이 아닙니다. 그 사랑은 우리를 치유하고 살리고 자유롭게 하는 바다처럼 우리를 젖어들게 하는 생명의 샘물입니다.

 

그것은 삶의 체험을 통해서 살아계신 하느님을 알고 그분의 현존 안에 깊이 맛들임으로써 예수님처럼 하느님과 친밀한 인격적인 관계를 체험한 사람, 또 체험하고자 열망하는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은총이요 선물인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의 신비가 항상 우리 가운데….”

 

*십자가의 바오로 성인의 정신에 따라 사는 예수 고난 수도회는 예수 고난회(남자)와 봉쇄 수도원인 예수 고난 관상 수녀회 그리고 활동 수녀회인 예수 고난 수녀회가 있다.

 

[경향잡지, 2007년 11월호, 송기호 안드레아 예수 고난회 수사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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