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일 (월)
(홍)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소작인들은 주인의 사랑하는 아들을 붙잡아 죽이고는 포도밭 밖으로 던져 버렸다.

수도 ㅣ 봉헌생활

수도 영성: 삼위일체 수도회와 삼위일체 수녀회 - 시대의 징표를 따라 구원의 사도로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5-22 ㅣ No.129

[수도 영성] 삼위일체 수도회와 삼위일체 수녀회 - 시대의 징표를 따라 구원의 사도로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각 시대는 당대의 삶을 표현하고 드러내어 현재를 올바르게 살고 성숙하게 미래를 준비하게 하는 징표들을 담아내 왔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시대도 예외가 아니다. 역사 안에서 인간과 함께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징표를 통하여 당신의 이끄심을 드러내신다.

 

 

노예를 해방시키다!

 

12세기 중엽 유럽은 십자군 전쟁의 많은 전흔을 안고 있었다. 프랑스 남부의 마르세이유에서 멀지 않은 알프스 산자락의 작은 마을 포콩에서 태어난 마타의 성 요한은 어릴 적 마르세이유에서 공부를 한다. 이때 십자군 전쟁포로들과 아프리카 북부의 이슬람교도들에게 억류되어 노예생활을 하는 그리스도교인들의 참상을 보았다.

 

그 뒤 요한은 마음속으로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간직하였다. 성년이 되어 파리에서 신학과 철학을 강의하며 성소를 준비하던 요한은 1193년 첫 미사를 봉헌할 때, 노예를 해방시키시는 구세주 그리스도에 대한 현시 체험을 한다.

 

그 후, 그리스도교 신앙 때문에 위험에 처한 노예들을 직접 해방시키기 위한 수도회를 창립하여 1198년도에 수도회 고유 회칙을 인준받는다. 이후 포로들의 해방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들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룩하신 구원을 전하기 시작하였다.

 

이 사도활동을 위해 파견된 수도자 가운데 때로는 포로와 노예를 구출하고자 대신 억류되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 이렇게 해방된 이들 가운데는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도 있다.

 

수도회 창립 800년이 지난 지금도 삼위일체 수도회의 수도자들은 시대의 징표에 따라 신앙의 위기에 처한 이들, 소외당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며, 하느님의 구원을 전하는 사도직을 위해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는 1986년 프랑스 발랑스의 삼위일체 수녀회가 부산교구에 그리고 삼위일체 수도회가 2002년에 마산교구에 진출하였다.

 

 

삼위일체의 사랑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의 중심 교의인 ‘삼위일체 하느님’과 ‘구속’이라는 커다란 두 개의 축이 삼위일체 수도 영성의 중심을 이룬다. ‘삼위일체께 영광을, 갇힌 이들에게 자유를’이라는 수도회의 창립정신의 본질적인 바탕은, 인류를 구원하신 삼위일체 하느님께 흠숭과 찬미를 드리는 봉헌의 삶이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증언하고, 생명과 신앙의 위협을 받는 이들을 위협에서 해방시킴으로써, 그들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요 진정한 자유인으로 살아가게 하며, 그들의 신앙과 삶이 온전히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루어진 구속 업적 안에서 지속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있게 마련인 내외적인 얽매임 속에 갇혀있는 이들을 노예상태에서 해방시킴으로써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고 하느님의 자녀로 부름 받은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시킨다. 그럼으로써 하느님께서 주신 진정한 자유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룩된 구원의 신비를 충만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것은 사랑이신 삼위일체 하느님을 구체적으로 형제들에게 증언하는 것이며, 동시에 자비와 구속사업의 지속적인 재현을 통하여 인류 구원의 근원이신 삼위일체께 흠숭과 찬미를 드리는 것이다.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한다

 

삼위일체 가족 수도회를 이루는 남녀 수도자들과 재속회원들은 삼위일체라는 특별한 명칭에 봉헌되고, 교회와 그 신비에 특별히 결합하려 한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먼저, 참 하느님 이름의 선포자시요, 성부의 영광을 드러내는 분이시며, 인류의 구속자이신 그리스도와 더욱 밀접히 일치하려 노력하며 그리스도인 삶의 완전함과 애덕의 완성을 지향한다.

 

고통 받는 이들 안에서 함께 고통 받으시는 그리스도, 묶인 이들과 함께 속박당하시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온전히 닮고자 한다. 사람이 되시어 우리에게 오신 성자의 어머니로서 주님의 겸손한 종이셨고, 교회의 어머니로서 탁월한 방식으로 그리스도를 전하시는 수도 봉헌의 모범이신 성모 마리아와 함께, 삼위일체 하느님 공동체의 친교와 나눔을 통한 일치와 사랑을 체험하고, 이 모두를 자비로써 베푸신 하느님을 전하려고 노력한다.

 

그곳이 사회에서 격리된 교도소나 소년원이든, 가난이라는 힘겨운 멍에로 가려진 곳이든, 아니면 인간의 존엄함과 아름다움이 침해당하는 여느 곳일지라도, 변함없이 당신의 자녀들과 함께 하시며 당신의 생명으로 이끄시는 하느님을 전하고자, 다른 곳이 아닌 바로 그곳에 현존하시고 늘 육화하시는 그리스도를 증언하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의 변함없으신 사랑을 함께 누리고자 하는 것이, 삼위일체 수도회 가족이 자신의 삶 안에서 노력하며 희망하는 것이다.

 

그가 누구든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미 충분히 사랑받고 존중받는, 그래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것이 제 각각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회복하는 세상을 위하여.

 

* 안찬모 이냐시오 - 삼위일체 수도회 수사신부.

 

[경향잡지, 2009년 6월호, 글 안찬모 신부]



861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