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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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교회가 필요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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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7 ㅣ No.499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53) 교회가 필요한 이유는?

 

 

Q. 신앙생활을 한 지 오래된 신자입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신앙생활에 회의가 듭니다. 교회에 다니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고, 주위에서 “교회는 세상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의미없는 공동체”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마음이 흔들립니다.

 

심지어 어떤 책에서는 “교회는 의존적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혼자 살 자신이 없어 모인 병적인 집단”이라고까지 비난합니다. 사람들을 비현실감에 사로잡히게 하는 곳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런 소리를 들으면 차라리 어디가서 온몸으로 활동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A. 형제님은 진심으로 세상을 위해 살고 싶은 분이신가 봅니다. 그런 마음은 아주 소중합니다. 그 마음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십시오. 교회를 비난하는 분들이 하는 이야기들이 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닙니다. 교회 역시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진 사람들의 공동체이기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작은 결점을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우를 범하는 행위입니다. 우선 교회는 영혼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명절에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내려갑니다. 

 

왜냐하면 타지에서 서러운 밥벌이를 하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고향에서는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아무런 비교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로 받아줍니다. 그런 곳에서 차가워진 가슴을 녹이고 지친 몸을 쉬고자 그 먼 길을 가는 것입니다. 교회는 이런 고향과 같은 곳입니다.

 

신자들끼리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분위기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 곳이 교회입니다. 또한 교회는 건강한 몸을 가지는 데도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시중에 건강식품이나 건강약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또 건강을 위한 여러 가지 처방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명약 중 명약은 ‘사랑’입니다.

 

돌아가신 마더 데레사 수녀님께서 전쟁 중인 레바논의 유아보호시설을 방문하신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수녀님은 아이들이 성장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유인즉슨, 시설 봉사자들이 아이들을 챙겨주는데도 불구하고 엄마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뇌하수체 분비선에서 성장호르몬을 생산해내지 못해 잘 자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어른들에게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로소토라는 작은 마을은 심장병 발병률이 낮기로 유명한 곳이었다고 합니다. 놀라운 것은 주민들 대다수가 육식을 즐기고, 과체중에 골초인데도 심장병에 걸린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주민들 간에 사이가 좋아 만나면 늘 반갑고 즐거운 마음으로 사는 것이 건강 비결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몇 년 후 이 마을이 외부에 알려지고 마을에 사람들이 찾아들고 주민들이 돈벌이에 신경쓰느라 서로 관계가 소원해지자 심장병 발병률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사랑이 건강을 지켜줬는데 사랑이 식어버리자 건강도 나빠진 것입니다.

 

신자 중에 엄격하고 고지식한 분들은 신자라면 성당에서 기도만 해야 한다고 합니다만, 그런 주장은 사실 이런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생각입니다. 교회는 하느님과 만나는 장소이자 사람들이 만나는 친교의 장소입니다.

 

그리고 그런 친교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다른 곳에서 얼어붙은 마음과 몸을 녹이기 위해서는 성당에서 서로 만나 떠들썩한 친교의 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세 번째로, 교회는 사회 변화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는 현실과 동떨어진 곳이다’, 심지어 ‘교회는 사람들을 비현실적인 상태로 만드는 아편 같은 기능을 하는 곳이다’라고 비난하기도 합니다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이타심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소수 이기주의자는 뻔뻔하게 살아남는다. 뻔뻔스런 이기주의자가 발을 붙일 수 없게 하려면 이기주의자를 응징할만한 이타주의자가 늘어나면 된다”고 말합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 숫자가 늘어날수록 살기 좋은 세상이 된다는 말입니다. 이처럼 신앙생활은 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원천이자, 공동체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가는 힘입니다.

 

그러니 신앙생활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고,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자부심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형제님이 다니시는 교회에서 보물을 찾으려는 마음자세가 문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0년 5월 16일,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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