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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저같이 평범한 사람도 구원받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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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7 ㅣ No.493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45) 저같이 평범한 사람도 구원받을 수 있나요?

 

 

Q. 아주 평범한 신자입니다. 어떤 분들은 기도회에 가서 성령 체험을 하거나 하느님을 만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저는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했지만 어떤 체험이나 뜨거운 감정도 느낀 적이 없어서 '나 같은 사람도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 때가 있습니다.

 

더욱이 방송에서 세상 종말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면 그런 마음이 더 심해집니다. 이런 생각이 기우일까요 아니면 정말 저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구원받지 못하는 것일까요?

 

 

A. 자매님께서 구원에 대한 불안감이 심하신가 봅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주님께서는 열두 사도를 통해 메시지를 주십니다. 열두 사도들은 특출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이 분들의 면면을 보십시오. 유명한 학자도 지위가 높은 사람도 아닌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당대 걸출한 사람들로 제자단을 구성하지 않고 왜 평범한 사람들로 사도단을 만드셨을까요? 하느님 나라는 율법학자 혹은 아주 특출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또 성격이 서로 다르고 콤플렉스가 심한 사람이라도 들어갈 수 있음을 알려주시려 그렇게 구성하신 것입니다.

 

따라서 자매님께서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실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만약 그런 마음이 없이 마음 안의 불안감을 키우신다면 오히려 신앙생활의 중압감 때문에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성모님께서 답을 주십니다.

 

벨기에 보랭이란 곳에서 성모님이 발현하셨습니다. 이곳은 아주 평범한 마을인데 성모님께서 그 마을 철로변에 나타나신 것입니다. 아주 의외의 장소이지요. 그리고 당신을 목격한 사람들도 특출한 사람이 아니라 그 마을의 아주 평범한 다섯 아이였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나타나신 시각도 저녁 6시 저녁기도를 할 무렵이었는데, 성모님께서는 아이들에게 단순하게 기도하라는 말씀만 하셨다고 합니다. 그 이외 다른 어떤 메시지도 없고 아이들이 청을 하여도 기적을 일으키지도 않으셨다고 합니다.

 

보랭에서 33번을 나타나시는 동안 성모님께서 다섯 아이에게 하신 말씀은 오로지 “기도하라”뿐이었습니다. 아주 평범한 발현을 평범한 장소에서 평범한 아이들에게 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다섯 아이는 모두 결혼을 했습니다. 한 사람도 수도원에 들어간 사람이 없이 그냥 평범한 삶을 산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 한 사람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초자연적이고 신비주의적인 것과 거리가 먼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었던 것입니다. 왜 성모님께서는 벨기에 보랭에서 이처럼 평범한 이들에게 발현하셨을까요? 그것은 평범한 일상생활의 소중함을 알려주시기 위해서이고, 하느님 나라가 평범한 사람들의 나라임을 알려주시려고 그렇게 하신 것이라고 합니다.

 

옛날이야기를 하나 해드리지요. 옛날에 종말론이 기승을 부릴 때 구원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 재산을 다 정리하고 수도원에 한꺼번에 들이닥쳤다고 합니다. 수도원에서 기도하면 종말에 구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에서 입니다.

 

수도원에 들어온 사람들은 아주 열심히 기도하고 서로 위해주면서 금방이라도 닥칠 것만 같은 종말에 대한 불안감을 달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1년이 가고 2년이 가도 종말은 오지 않고 하루하루가 그냥 그냥 지나갔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동안 가슴 졸이며 종말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마음이 급해진 원장수사가 주님께 기도했습니다. “주님, 하느님 나라는 언제 올까요?”

 

그러자 주님께서 “조금만 기다려라”라고 하시더랍니다. 그리고 다시 1년이 지난 후 사람들은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수도원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습니다. 그래서 수도원에는 원장수사와 주방수사, 문지기 수사 세 사람만 남아서 적막강산이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슬퍼진 원장수사가 다시 “주님, 하느님 나라는 언제 오는가요?” 하고 기도하자 주님께서는 “지금 이곳이 바로 하느님 나라다. 너희끼리 서로 사랑하고, 서로 위해주고 싸우거나 미워하지 않는 이곳이 바로 하느님 나라다” 하고 말씀하셨답니다.

 

하느님 나라가 평범한 일상 안에 현존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심리치료에서 인간의 자아는 ‘이상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내가 되고 싶은 자아와 나 그대로인 자아 두 가지인데, 이 두 가지 자아상의 격차가 얼마나 큰가 하는 것이 그 사람의 심리적 상태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즉, 지나치게 두 자아상의 거리감이 심하면 정신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하느님 나라는 아주 특별한 삶을 살아야지만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이 두 자아 사이의 틈새가 벌어져 심각한 정신적 장애가 있을 수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벨기에 보랭 성모님의 가르침을 따라서 하루하루 기도하는 평범한 신앙인의 삶을 소중히 여기시며 사시길 바랍니다.

 

[평화신문, 2010년 3월 28일,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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