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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없애고 싶은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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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7 ㅣ No.490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42) 없애고 싶은 불안

 

 

Q. 저는 늘 마음이 불안합니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살까 생각하면 아주 힘들 정도로 불안하고 신문을 보면 세상이 미쳐가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불안함을 없애달라고 오랫동안 기도했는데도 주님께서 제 기도를 들어주지 않으셔서 혹시 주님이 저를 미워하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또 불안합니다. 어떻게 해야 편안한 마음으로 주님 안에서 살 수 있을까요?

 

 

A. 불안 때문에 마음이 많이 힘드신가 봅니다. 불안은 참 힘든 감정입니다. 마음이 불안해지면 마치 풍랑을 만난 배처럼 몹시 흔들려서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렵습니다. 불안의 어원은 ‘Angere’(목을 조르다)인데 마음이 불안하면 심리적 질식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또 몸에도 이상현상이 생겨 전체적으로 삶의 양태가 몹시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많은 분이 항불안제를 사용해서라도 불안을 없애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불안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른 감정들과 마찬가지로 우선 불안이란 것이 왜 생기는지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철학자 키에르 케고르는 “불안은 삶의 동반자이자 자유가 경험하는 현기증”이라고 했습니다. 사람 마음은 늘 두 가지 상반된 욕구의 갈등 안에 있습니다. 안정적 삶을 살고 싶은 욕구와 자유롭고 싶은 욕구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이뤄지는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마음의 불안함을 없애기 위해 늘 판에 박힌듯한 삶을 살아간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지루함과 싫증으로 미칠듯한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감옥살이가 힘겨운 것도 바로 단조로움 때문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자유로움을 찾기 위해 새장 밖으로 나가려 하는데, 문제는 이때 나를 찾아오는 손님이 바로 불안감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생은 정해진 각본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에 불안이란 감정은 늘 우리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불안이란 무엇인지 모르지만 무언가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위험에 대해 마음이 보내는 신호”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불안을 없애려 할 것이 아니라 불안이 주는 내용이 무엇인지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불안은 사람을 겸허하게 만드는 영성적 감정입니다. 만약 우리가 불안감이 없이 늘 자신만만하고 확신에 차있다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요? 불안감이 없으면 기도를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바로 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음에 불안감이 있으면 우리는 절대 오만할 수 없고 신에게 의지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수록 살기 좋은 사회가 되는 것입니다.

 

‘나보다 더 잘난 놈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래’ 하는 마음으로 아무런 불안감이 없이 오만하게 살면서 다른 이들을 괴롭히고 자신도 패가망신한 경우를 우리는 역사에서 수없이 봤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불안감은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주신 은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넷째,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불안이란 나를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 자원이자 삶의 의미를 깨달으라고 나에게 던져진 화두”라고 했습니다. 유명한 집단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말이니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프랭클은 고통받는 삶은 내 존재의 의미를 알 기회이며, 삶의 의미를 아는 것이 바로 최악의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대입시험을 앞둔 아이들은 아무리 공부를 안 하더라도 마음이 불안해지면 한자라도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힘겨운 공부를 하면서 철학적인 심정을 갖게 됩니다. 재수를 하거나 삼수를 한 아이들이 애늙은이처럼 되는 것은 바로 이런 현상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아이가 아닌 어른으로서 자아를 키우고 자신의 인생자리를 터잡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렇게 설명해도 이런 말들이 귓등에도 들리지 않고 여전히 불안과 걱정으로 힘겹게 사는 분들은 왜 그렇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걱정의 도돌이표’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가지 걱정을 하고 난 후에 다른 걱정들이 꼬리를 무는 것을 말합니다. 정말 걱정이 돼서 그런 것일까요? 사실은 걱정하는 동안은 덜 불안하기에 걱정하면 마치 불안을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것입니다. 걱정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은 걱정해야 살아남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걱정은 외려 나를 무너뜨립니다. 이렇게 불안과 걱정으로 마음이나 몸이 지쳐갈 때에는 일단 몸을 움직이는 게 좋습니다. 불안과 걱정은 사람을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로 가둬두는 것인데, 역으로 움직이면 그것들이 만들어놓은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불안이나 걱정이 심할 때는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불안과 걱정은 오로지 자신의 눈을 자신에게만 박아두려 하고 생기지도 않은 미래불안이란 늪으로 내 영혼을 빠뜨리려고 하기에 나보다 더 힘겨운 삶을 사는 분들을 돕는 것이 바로 자신의 불안을 치료하는 약이 됩니다.

 

[평화신문, 2010년 2월 28일,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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