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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아이 때문에 속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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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7 ㅣ No.483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29) 아이 때문에 속상합니다

 

 

Q. 우리 아이가 어릴 때는 동네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공부도 잘하고 잘 생겨서 뿌듯했는데, 언제부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마음이 많이 상합니다. 갈수록 하는 짓이 밉기만 해서 이제는 보기만 해도 화가 납니다. 우리 아이가 왜 그런 것일까요? 어떻게 하면 아이가 다시 전처럼 될 수 있을까요?

 

 

A. 자매님께서 속상해하는 게 이해가 되는군요. 자식 잘되길 바라는 부모 마음에 어긋나는 자식 모습을 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요. 자매님을 위로하는 의미에서 이야기 하나를 하지요.

 

어느 날 하느님께서 천사들을 모아 놓고 세상에 내려가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인지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천사들이 세상 구경을 하고 난 후 보고를 했습니다.

 

첫 번째 천사가 말하기를 “세상에서 가장 힘든 사람들은 신부들입니다. 혼자서 사는 모습을 보니 애처롭기 그지없습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 “무슨 소리냐, 그들은 바가지 긁는 마누라도 없고, 속 썩이는 자식도 없으니 가장 상팔자들”이라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천사는 “제가 보기에는 산중의 스님들이 가장 힘든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이번에도 하느님께서는 머리를 내저으면서 “그들은 전원주택에서 다이어트 식품만 먹으며 웰빙 라이프를 즐기고 사는데 그 무슨 소리냐”고 했습니다.

 

세 번째 천사가 보고하기를 “애들 키우고 사는 부모가 가장 힘든 사람인듯 합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 “정답이로다. 부모 마음대로 크는 놈들이 그리 많지 않아서 부모 속 썩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니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부모 노릇이란 말이 맞도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자매님은 하느님께서도 인정해 주시는 가장 힘든 일을 하고 계신 것이니 자식 때문에 마음 편할 날이 없는 것도 이해할만합니다. 그래도 자식으로 인한 속상함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기대 목록’을 만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기대 목록이란 무엇일까요? 아기 때 어른들은 돌잔칫상에 여러 가지 물건을 올려놓고 아이가 무슨 물건을 잡는지 봅니다. 왜냐면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마음 때문에 하는 것이지요. 예컨대 아이가 돈을 잡으면 부자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책을 잡으면 학자가 될 것이라 기대하는 것입니다.

 

아이든 어른이든 다른 사람에게서 기대를 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기분 좋은 일입니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이 가져주는 기대가 성장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자신이 대학자로서 면모를 갖추게 된 데는 어머니의 기대가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다고 술회했습니다.

 

프로이트 어머니 아말리아는 21살에 전처 자식들이 있는 집으로 시집을 가서 아들 프로이트를 낳았는데, 어떤 노파가 아이를 보고 “이 아이는 커서 세계적 인물인 될 것이다”고 한 말을 귀담아듣고, 지극정성으로 프로이트를 뒷바라지해 대학자로 만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나라 엄마들 치맛바람도 이해할만할 일입니다. 그런데 왜 부모님들이 속상해하는 일들이 자주 일어날까요? 물론 아이한테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부모의 지나친 기대감 때문에 속상한 일이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속상하고 아이는 부모가 자기에게 갖는 기대치가 너무 높아 그 수치에 눌려서 허덕이는 것입니다. 부모가 속상한 것 이상으로 아이들도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기대 목록을 만들어야 합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거는 기대를 자세히 적어서 평가해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첫째는 합리적이냐 아니냐를 따지지 말고 단순하게 기록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은 전부 기록해야 합니다. 즉, 일상적인 일에서부터 장기적 목표까지 자녀에게 거는 기대를 적나라하고 포괄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그리고 각 항목에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 기대가 현실적인가? 아이가 이 기대 목록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가? 이 기대 목록이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가? 혹시 아이의 성장을 막고 미숙하게 만들 가능성은 없는가? 그리고 평가 결과를 갖고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왜 이런 귀찮은 작업을 해야 할까요? 부모가 자녀에게 거는 기대치를 조절하는 일이 쉽지 않아서입니다. 그러나 이런 작업을 통해 부모가 자신의 기대와 자녀의 생각을 이해한다면, 한층 현실적인 기대 수준을 가질 수 있고 속상한 정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기대와 속상함은 천적 같은 대칭요소입니다. 그래서 두 가지 요소의 균형을 잘 잡아야 훌륭한 부모입니다. 아이 때문에 속상한 부모들은 자신이 아이에게 거는 기대 목록을 만들어서 점검해보는 시간을 꼭 갖길 권합니다.

 

[평화신문, 2009년 11월 22일,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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